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무척이나 기다렸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학교를 벗어나 놀러간다는 것도 좋았겠지만
제가 소풍을 기다렸던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김밥' 때문이었습니다.
고슬고슬한 밥을 김 위에 얹어
갖은 재료를 넣고 만든 김밥이야말로
소풍 때마다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도시락이었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우엉이 잔뜩 들어간 김밥을 좋아하지 말입니다.. 흠흠)
그러고 보면 저의 김사랑의 역사(?)는 무척 오래된 것 같네요.
꼬맹이 시절, 김과 함께라면 잘 먹지 않던 김치조차 맛있게 먹었었거든요..^^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 중에도 김 좋아하시는분 많으시죠?
근데 우리가 그냥 김 이라는 이름으로 먹어왔던 김들의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얼마전 일본의 김사슴양이 먹었던 김은 무슨 김이었을까요? ㅋㅋㅋ)
김의 종류는 물론 김의 역사까지
제가 잘 몰랐던 내용들을 잘~ 소개한 기사를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보게 되어
풀사이 가족분들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물론 내일은 김으로 할 수 있는 레시피를 공개할 예정이구요.^^
평소 무한김사랑교 신도셨던 분들은 주목해주세요~ ^^
그럼 김에 대한 모든것~ 나갑니다~!
바다 위에서 향긋하고
밥상 위에서 고소한 김
김이 없는 세상에서는 못살겠다며 바다에 몸을 던질 사람은 없겠지만, 그 세상이 썰렁할 것임은 분명하다. 밥상 한쪽에서 제 몫을 단단히 하는 김에 대한 이야기.
김이 얼마나 맛있는데요!
김을 몇 살 때부터 먹었는지 기억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그 해부터 소풍날 도시락으로는 김밥이 당연했고 반찬으로 늘 상에 올랐으니 말이다. 그렇게 친숙한 음식들이 대개 그렇듯 김이 특별하거나 이상해 보인 적은 없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 처지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야기 하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데 2차 세계대전 후의 전범 재판에서는 일본의 포로 학대 문제가 불거졌다. 폭력과 기아 속에 포로들을 방치한 일본군의 행태들이 재판에서 조목조목 지적되었는데, ‘김’이 학대 근거로 제시되었다. 포로들에게 음식이 아닌 검은 종이(black paper)를 먹였다는 것이다. 이야기 둘. 미국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김을 먹는 모습을 보고 정말 기겁했느냐고. 친구는 애매한 미소를 짓더니 음식문화가 다르니까 놀라지는 않았지만 새카맣게 탄 음식을 먹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했단다.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김을 이렇게 즐겨 먹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초밥을 비롯한 일식이 서구에서 건강 식단으로 알려지면서 김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호기심으로 한번 먹어보는 별식에 불과하다.
해초에서 도시락 김까지, 700년
그에 비해 한국에서 김의 역사는 그야말로 유구하다. 최초로 김이 등장하는 역사 문헌은 13세기 말의 <삼국유사>인데, 우리도 잘 아는 연오랑 세오녀 일화에서 연오랑이 바다에 나간 이유가 바로 ‘김을 따기 위해서’였다. 학자에 따라서는 파래나 다시마라 여기기도 하지만 뒤섞여 있는 해조류를 분류해서 따로 먹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므로 이때 이미 김을 먹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먹는 김이 나오는 기록은 15세기 초의 <경상도지리지>이다. 여기에 따르면 김의 옛 이름인 ‘해의’가 지방토산품으로 인기 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때 어떤 식으로 김을 먹었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아쉽다. 김을 구하는 것도 양식이 아닌 단순 채취였던 시기였던 듯하다.
현재처럼 판판하게 김을 말려 먹기 시작한 시기는 조선시대쯤부터라고 짐작된다. 김을 양식해서 건조하는 방법을 최초로 개발해낸 사람은 17세기의 김여익이라는 설이 가장 신빙성 있게 전해 내려온다. 전남 광양 태인도에 살던 김여익은 바닷물에 밀려온 김이 바위에 붙어 자라는 모습을 본 후 김 양식을 생각해냈다. 소나무와 밤나무 가지를 이용하는 방식이라 비록 대량생산은 할 수 없었지만 이 새롭고 희한한 모양새의 해초는 왕에게 진상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게 된다.
젖은 해초 상태일 때는 해우, 해태, 해의 등으로 불렸던 김이 본격적으로 ‘김’으로 불리게 된 것도 이때쯤이라고 한다. 수라상에 처음 올라온 이 얄팍하고 묘한 음식을 먹어 본 임금이 맛있다며 이름을 물었다. 곁에 있던 신하가 광양의 김여익이라는 인물이 바친 것인데 아직 이름이 없다고 하자 “그럼 이제부터 이 음식을 ‘김’이라 하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19세기 중반에 전통 세시풍속을 모아 엮어 낸 <동국세시기>에 보면 정월 대보름 풍습으로 김과 말린 취 혹은 배춧잎으로 밥을 싸서 먹는 풍습이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밥을 싸려면 넓고 판판해야 하니 이때쯤에는 이미 대중적인 음식이 되어 있었던 듯하다.
재래김과 돌김 구분하는 법?
바다에서 갓 건져낸 김을 직접 본 사람은 드물 터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김의 종류에 대해 물으면 재래김과 돌김 정도만을 꼽는다. 그러나 김의 종류는 국내에서만 200종류가 넘는다. 양식법과 종자에 따라 계속 개량되고 있는데 학명 분류로는 크게 참김, 큰참김, 방사 무늬김, 큰방사무늬김, 돌김 등 다섯 종류로 나눈다. 색상이나 길이, 서식지와 모양새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마른 김 기준으로 보면 보통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재래김 : 자주색에 잎이 위로 갈수록 넓어지는 방사 무늬 계열 김으로 주로 만든다. 제품으로 만들 때 직사각형으로 주로 가공하며 얇고 밝은 색을 띠게 된다. 살짝 구워서 간장을 찍어먹는 김을 생각하면 된다.
김밥김 : 방사무늬 계열 김보다 길쭉하고 부드러운 참김 계열 김으로 만든다. 김밥을 말 때 옆구리가 터지는 증상을 막기 위해 다른 김보다 여러 번 겹쳐 만든다. 따라서 색도 더 짙고 검게 보이며 두껍다.
돌김 : 잇바디 돌김, 모 무늬 돌김 계열로 만들며 조직이 듬성듬성하고 거칠다. 돌김 계열만으로 가공할 경우 입천장이 까질 정도로 거친 제품이 나오므로 방사 무늬 계열과 섞어서 만들고는 한다. 마른 김들 중 가장 최근에 등장한 종류다.
파래김 : 홍조류인 김과 녹조류인 파래를 섞어서 만든 김이다. 물론 파래는 김이 아닌 데다 김을 양식할 때는 잡초에 해당하는 품질 저하 원인이지만, 가공 시 파래를 섞어 만든 마른 김은 독특한 맛과 풍미로 인기가 있다.
얄팍해도 영양은 듬뿍이라며?!
김은 주로 도시락 김과 김밥의 형태로 먹게 된다. 짭조름한 맛으로 먹는 가벼운 반찬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렇게 취급하기에는 김의 영양적 가치가 만만치 않다. 일단 단백질 함유량이 4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고단백 식품이고 지방은 거의 없으며 섬유질, 칼슘, 칼륨, 비타민A, 비타민B군, 비타민C까지 골고루 들어 있다. 단백질 성분은 필수 아미노산 10종류 중 메티오닌, 타우린, 글리신, 알라닌 등 8종이나 가지고 있다. 이는 성인병 예방뿐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성분들이다. 특히 타우린 성분은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시키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 다른 어떤 해조류보다 김에 많이 들어 있다. 김을 구울 때 나는 독특한 향기도 타우린 때문이다.
섬유질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가장 주목할 것은 해조류에 주로 들어 있는 점액 성분인 유산다당이다. 이는 유산과 결합한 큼지막한 입자의 식물섬유인데 면역력을 높여주는 작용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몸에 질병이 생겼을 때 외부에서 투입하여 나쁜 세포를 죽이는 것이 약이라면, 면역력은 애초에 병에 잘 걸리지 않도록 몸을 지키는 인체 자체의 시스템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유산다당은 한번 섭취하면 효과가 사나흘 정도 지속되면서 면역력을 두 세배 가량 높여준다. 해조류 중에서도 특히 김에 든 유산다당의 효과가 뛰어나다.
비타민의 종류와 양도 풍부한데 뇌 건강과 관련이 높은 B12의 높은 함유량이 핵심이다. 주로 동물성 식품에 포함된 비타민이지만 김에는 100그램당 4마이크로그램 포함되어있어 이들보다 한 수 위다. 같은 무게의 달걀에 비하면 12배, 우유보다는 20배나 많은 양인 것이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과 깊은 상관관계에 있다고 밝혀지기까지 했으니 김이 얼마나 영양상으로 가치가 큰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영양가가 높더라도 김을 통해 그런 영양소들을 효율적으로 누리기는 쉽지 않다. 얇게 구운 도시락 김을 하루에 10장 먹는다 해도 5그램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리는 조미법 때문에 자칫하면 김의 영양보다 기름기와 염분이 주는 피해가 클 수도 있다. 따라서 더 많은 김을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리법을 익혀두면 좋겠다.
멸치국물에 생 돌김이나 마른 돌김을 풀어 넣다가 간장으로 간을 하는 김국, 입맛에 맞게 양념장을 만들어 끓이다 잘게 부순 마른 김을 넣고 졸이는 김 조림 등이 그것이다. 마른 김 종류는 밥이 없으면 몇 장 먹기 어렵지만 이런 요리들은 한 번에 김 수십 장에 해당하는 양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산 처리’된 김은 위험해요!
유감스럽게도 환경오염이나 먹을거리 파동에서 김 역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해조류인 김은 유기농산물처럼 제도화된 인증 절차가 제대로 없는 데다 바다에서 양식하기 때문에 해양 오염의 영향도 고스란히 받는다. 때문에 일정 부분은 양식과 가공 업체의 양심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을 고를 때는 제대로 된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유통기한이나 제품 이력은 제대로 표시되어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골라야 한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김의 생산과정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이러하다. 먼저 김 양식 과정. 종묘를 배양한 후 양식장에서 벼를 모내기하듯 종묘를 심는다. 어느 정도 자라면 채취를 해 마른 김 공장으로 가져간다. 깨끗하게 세척한 다음 2차에 거쳐 탈수와 이물질 선별을 마친다. 숙성과 건조, 검수 과정 등을 마치면 불로 굽는 화입 공장을 거쳐 조미김의 경우 조미김 공장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르게 된다. 조미김 공장에서도 이물질을 선별하고 2차에 거쳐 양념을 도포해서 굽는 등 많은 손이 간다. 이후 포장과 유통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종묘를 배양하는 단계가 대략 6개월 정도로 가장 오래 걸리는 편이고 바다에서 김이 본격적으로 자라는 기간은 한 달이 조금 넘는다.
김의 안전성에서 가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은 한창 자랄 때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의 문제다. 농산물에 농약을 뿌리듯 김도 품질을 높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흔히 산 처리를 한다. 매생이가 침 넘어가는 별미이고 감태가 제 아무리 최고의 폴리페놀 물질을 함유한들 김 생산과정에서는 이물질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산에 약한 이런 해초들을 없애기 위해 김발을 산에 담그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무기산을 과다하게 살포한 업체들이 종종 적발된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김을 햇볕에 노출해 이물질을 없애는 친환경적인 방법이나 유기산 종류를 쓰는 업체들도 있으므로 최대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판매점에서 생산 과정을 잘 알 리 없으니 제품 생산 이력을 포장재나 제조사 홈페이지 등에 명기해놓은 제품만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김의 인기비결은?
시내 백화점 식품매장에 가보면 김 매장 앞에 줄지어 선 일본인들을 볼 수 있다. 즉석에서 기름을 발라 구워내는 김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연방 감탄사를 내뱉는다. 양손에는 이미 한국산 김이 잔뜩 들려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김의 생산량이 많은 나라답게 최고급 김은 놀라울 정도로 비싸고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대중적인 제품들은 한국의 김 맛에 비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다. 도시락 김의 크기는 한국의 절반 정도로 작은 데다 조미하는 법도 달라서 바삭함이 떨어진다. 그에 비해 한국은 김 맛을 상승시켜주면서 영양 흡수 효율도 높여주는 들기름, 참기름을 쓰는 데다 굽는 온도를 조절해 바삭함도 뛰어나다.
김은 평생 우리 밥상을 떠나지 않을 소박하지만 꼭 있어야 할 음식이다. 오래오래 이 맛을 즐기려면 좀 더 크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바다로 흘러드는 오염물질과 기상 이변, 마구잡이 갯벌 간척으로 인해 한국에도 적조 현상이 크게 늘었다. 명태가 서서히 사라졌듯이 김 역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금 더 푸르게 살자. 김값이 금값이 되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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