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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인삼도 부럽지 않은 겨울 보약, 무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길거리 음식들 중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어묵(오뎅)'인데요.
어묵의 매력은 다름아닌 깊은 맛의 국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국물을 한입 먹고나면
추위마저 싹 잊을 정도의 든든함 마저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어묵을 비롯해 시원한 국물 맛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대부분의 요리들에는 공통점
이 하나 있습니다.

다름아닌 '무' 입니다.

무를 듬성듬성 큼직하게 썰어 넣고
다시마, 국물용 멸치 등과 함께 푸~욱 끓이면
캬~ 속이 화~악 풀리는 시원한 그 맛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국물 요리의 부재료 외에도
각종 김치의 재료로도 좋은 우리의 '무',

하지만 그 유용함 만큼의 관심과 사랑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이번주 <풀반장의 '주말' 레시피>는 '무'로 준비했습니다.
무의 역사와 다양한 요리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구요. ^^



인삼도 부럽지 않은
겨울 보약,

‘무를 먹으면 속병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속도 잘 다스리지만 그 밖에도 무의 뛰어난 점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만나고 김치 속에서 만나는 무를 보고 ‘아, 무다!’라며 반가워하는 이는 없을 것.
흔해서 소중함을 모르는 채소, 무의 속을 들여다본다.
 


관심 밖의 채소?
배추, 고추와 함께 무는 3대 채소 중 하나라고 한다. 세 가지의 이름을 듣는 순간 하나의 낱말이 떠오른다. 바로 ‘김치’. 김치를 먹는 한국에서 무는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하지만, 시장에 늘어선 무를 보며 “와, 무다!”하고 감탄하며 반기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저 집에 쌀이 떨어지면 채워 넣듯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재료 정도로만 여길 뿐, 김장철을 제외하면 무를 각별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건강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덜 흔한 브로콜리나 블루베리의 영양소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뭔가 대단해 보인다.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음식들이 연일 바뀌다 보니 매일 먹는 쌀과 배추, 무에는 딱히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입에 익숙해 있으니 먹을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무는 다른 어떤 채소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영양을 지니고 있다. 다만, 세계적으로 흔히 먹는 채소가 아니기에 유명세를 타지 못했을 뿐이다. 나도 모르는 새 매일 무를 먹게 되는 문화권에 살고 있음을, 조금은 감사해도 좋겠다.


지중해에서 한국 밥상에 오르기까지

무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이라는 설이 분분하다. 실제로 주로 나는 곳은 한국, 중국, 일본이지만. 어쨌든 순무의 원산지도 아프가니스탄인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란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무가 등장한 걸 보면 고대부터 사람 눈에 띄었던 듯하지만, 정작 서양의 음식 문화사나 관련문헌에 무의 존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무는 중국에서 건너온 재래종과 일본에서 건너온 종류가 있는데, 시장에서 흔히 보는 통통하고 둥그스름한 무는 거의 재래종이다. 일본의 무는 색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희고 굵기도 일자로 죽 뻗어 몹시 길쭉하다. 단무지용으로만 주로 재배한다. 재래종은 중국에서 기원전 4세기경부터 자랐고 한국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다는 문헌이 남아있다. 그러나 모든 채소가 그러하듯 도입된 처음에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했던 모양이다. 무에 대한 언급이 상세한 조리법이나 맛에 대한 칭송보다는 그저 ‘무라는 채소가 있는데 먹을 수 있다’라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고려시대에 들어 중요한 채소로 부각되었다. <본초강목>에는 ‘무가 모든 채소 중 몸에 가장 이롭다’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슬슬 무의 맛과 효능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장 무로 실력 발휘하는 ‘가을 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분류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재배되는 무 종류만 12종으로 크기와 빛깔, 모양이 다양하다. 재배 시기별로는 가을 무와 봄 무가 있는데 김장에서 주로 쓰이고 제철 채소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가을 무다. 8월 느지막이 파종하여 11월에 거둔다. 봄 무는 봄에 파종해 초여름인 오뉴월에 수확하는데 하우스에서 키워 일 년 내내 시장에 나간다. 그러나 무는 저장성이 뛰어나 햇빛을 차단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가을무를 봄까지 먹을 수 있다.
최근에는 샐러드용으로 서양종인 20일 무와 40일 무도 자주 눈에 띈다. 일반 무보다 지름이 5센티미터 내외로 매우 작지만, 빨간 껍질과 하얀 속살의 대비가 예쁘고 재배가 간편해 가정에서도 곧잘 키울 수 있다. 서양에서는 ‘래디쉬(Radish)’라 부르며 주로 샐러드와 곁들이용으로 쓰고 한국처럼 양념을 하거나 익혀 먹는 경우는 드물다. 무를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겨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다.
한국요리를 예로 들자면 쇠고기 무국, 고등어무조림, 무시루떡, 무생채, 무나물, 무 쌈, 무장아찌, 무말랭이조림, 시래깃국 등 무의 조리법은 아주 다채롭다. 그리고 나박김치, 동치미, 깍두기,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 무를 이용한 김치 종류만도 수십 가지다. 무는 희고 수분이 많은 데다 고유의 맛과 향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다양한 음식재료와 무리 없이 잘 어우러지고 양념 또한 잘 밴다. 그런 특징이 무를 한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을 터이다.

소화제도 되고, 니코틴도 없애고
아무리 지천으로 널린 채소라도 이유 없이 오래 사랑받지는 못한다. 무가 몇 천 년을 지나오는 동안 꾸준히 밥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탁월한 맛과 효능이 있었을 터이다.
무는 무청부터 뿌리까지 버릴 부분이 없다. 영양소도 식이섬유와 비타민C,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하며 특히 무청에는 베타카로틴도 많으니 버리지 말고 먹도록 한다. 껍질 부분은 잔 수염이 붙어 있고 거칠다는 이유로 두껍게 깎아내기 일쑤다. 그러나 속보다 비타민C가 곱절로 들어 있으니 깨끗하게 씻어내고 껍질째 먹으면 좋다. 그리고 무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 중 주목할 것이 각종 효소다. 탄수화물 소화를 촉진하는 ‘디아스타아제’가 듬뿍 들어 있어 곡식 위주의 식사를 하던 한국인의 밥상에는 제격이었다.
옛말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의 김칫국은 동치미나 무김치 국물을 뜻하는 것. 시루떡에 무를 넣어 익히는 조리법도, 없던 시절 떡만 보면 과식하던 이들을 위한 지혜이기도 했다. 소화가 잘 안 되는 쇠고기나 고등어 요리에도 무가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도 ‘아밀라아제’라고도 불리는 이 효소의 덕을 얻기 위함이다. <동의보감>에도 보리와 밀로 만든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무를 날 것으로 씹어 삼키면 해독된다고 쓰여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육류를 날마다 먹고, 쌀보다 밀가루 음식이 친숙해진 현대에도 무는 톡톡히 제 구실을 하는 셈이다. 그 밖에도 요소를 분해해 암모니아를 만드는 유레아제, 체내에 생기는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카탈라아제 등의 효소가 들어 있어 소화뿐 아니라 알코올과 피로 회복에도 그 효과가 뛰어나다. 최근에는 무즙이 체내의 니코틴을 없애는 데도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효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섭취하려면 생무를 씹어 먹는 게 최고지만, 달고 싱싱한 겨울 무일수록 매운맛도 상당히 강하다. ‘이소치아시아네이트’라는 황 함유 성분 때문인데, 이 알싸한 맛이 항균과 항암 효과가 있는 항산화 성분이므로 피하지 말고 즐기는 편이 낫다. 정 매운맛이 싫다면 물에 씻기만 해도 성분이 물에 녹아 나온다. 식초를 담근 물에 담갔다 조리해도 매운맛이 덜한데, 이럴 때 소화 효소인 디아스타아제의 작용이 뚝 떨어지기는 한다. 다만, 식초가 비타민C 성분의 보존은 더 오래 지켜주기 때문에 융통을 부려 조리해보자.



순무도 눈여겨 보세요

김장의 계절이라 무를 고르는 데만도 바쁘겠지만 잠깐 눈을 돌려보자. 최근 각광을 받는 강화도 순무는 무보다 단단하고 수분이 적으며 달고 매운맛이 상당히 강하다. 강화도에서만 1,000년 이상 재배되어온 순무는 간 기능에 대한 탁월한 효능과 독특한 맛, 보랏빛 동그스름한 모양새로 요즘 눈길을 끌고 있다. 강화도의 순무 재배지역은 갯벌을 간척해서 만든 땅이 대부분이라 플랑크톤의 사체 등 미생물을 가득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따뜻한 기후와 염분의 영향으로 작물에 독특한 맛이 깃든다. 게다가 조달할 수 있는 물이란 지하 암반수, 눈, 비 등밖에 없으므로 육지보다 상당히 청정한 환경에서 재배된다. 진상품이기도 했던 순무는 뿌리부터 씨앗까지 민간요법과 한약에 두루 쓰이는데 고문헌에도 오장을 이롭게 하며 간 기능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되어 있다. 요사이 국내 연구를 통해 간암, 간경화 증세를 경감시켜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루코시노레이트는 순무 잎에 든 성분으로 간암 유발물질인 아플라톡신을 해독해준다. 이뇨 작용과 비만증, 허약해진 환자의 기를 돋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씨를 볶아서 짠 기름으로 눈을 밝게 하는 데 쓰기도 한다.
강화도에서는 순무를 이용한 여러 가지 김치를 담가 먹는데, 역시 지역 특산물인 밴댕이젓을 넣은 순무밴댕이깍두기는 독특한 맛과 색으로 별미 노릇을 톡톡히 한다. 지난 2006년에는 농림부가 주최하는 ‘농업벤처창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 바로 이 강화도 순무의 효능을 살린 순무 제품이었다. 스트레스로 간이 나빠져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던 수상자가 강화도 토박이인 외할머니께 순무를 권유받으면서 건강을 되찾았던 것. 이후 수많은 협력 연구를 통해 속속 순무의 항암효과를 밝혀내면서 순무는 단순한 특산물 이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혀와 몸을 즐겁게 해주는 무

무가 몸에 좋은 것은 틀림없다. 억지로 챙겨 먹으려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늘 밥상에 오르는 채소라는 점도 반갑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있으니, 깍두기나 김치, 무 요리 대부분이 상당히 염분을 많이 함유하며 자극적이라는 사실. 특히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먹여야 할지 고민되기도 한다. 어묵을 끓일 때 무를 듬뿍 넣어 익힌 무를 부드럽게 으깨주거나 사과와 섞어 주스로 갈아 마시면 더 많이 섭취할 수 있으면서 맛도 좋다.
무를 잘게 썰어 켜켜이 꿀과 함께 재어두면 며칠 지나 맑은 물이 생긴다. 이 물을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무의 유효 성분을 오롯이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물은 가래를 없애주고 기침을 멈추게 하는 무의 시니그린 성분 덕에 감기를 가라앉히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무는 얼면 바람이 들어 구멍이 숭숭 뚫리고 만다. 그래서 무를 고를 때 이 바람 든 무를 솎아내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옛날 궁녀들이나 절의 승려들은 이 바람 든 무나 짠지조차 말려서 구워먹는 조리법을 썼다고 한다. 한마디로 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혀와 몸을 즐겁게 해주었던 것이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몇 안 되는 음식이 바로 무다. 한창 겨울 무가 달콤한 계절, 알싸한 생무와 산삼보다 더 좋다는 익힌 무를 고루 밥상에 올리면 좋겠다.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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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와 스타일링ㅣ 그린테이블 김윤정  사진 | 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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