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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몰랐던 최고의 식품.. 마늘

마늘 몸에 좋은건 다들 아시죠?
근데 자주 드시고 계신가요?

아마 일반적으로 먹는 수준이지
건강을 고려해 일부러 즐겨찾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네요.

항암효과는 물론 정력증강까지! ㅇㅇ
국내외 연구기관으로 부터 인정받은 효과가 있지만
그 효과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마 강한 맛과 섭취 후 남는 강한 내음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늘에는 이러한 단점(?)을 뛰어넘는 대단한 효과가 있답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모르게 되는
최고의 식품, 마늘! 먹는법부터 고르는 법, 그리고 오묘한 역사까지
마늘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흔하지만 귀하다
약을 이기는 마늘
매일 먹는 마늘이라고 해서 심드렁해지지 말자. 등잔 밑이 의외로 어두운 법이기도 하다. 마늘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마늘의 겉과 속, 심지어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 매끈하고 조그마한 것이 뿜어내는 알싸한 애증의 냄새를 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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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이 뭔데 난리야?
마늘이 좋다고 난리다. 항암 효과와 정력 증강에 이만큼 좋은 음식이 없단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세계의 온갖 권위 있는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건강에 좋은 음식’ 순위를 연일 발표하며 마늘을 첫 손에 꼽고 있다. 그러나 정력에 좋다는 말만 들으면 세계 어디든 가서 기상천외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건만, 마늘에 대해서는 유독 담담한 반응이다. 마늘을 이용한 제품이나 전문 음식점들이 몇 생기기는 했지만 세계의 마늘 열풍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한국 음식은 마늘을 빼고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오히려 마늘을 싫어하는 사람은 외식하기가 힘들 정도로 친숙하다 보니 영양학적으로 주목받는다고 해서 새삼 시끌벅적해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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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마늘이 항암효과 더 뛰어나

식물학에서 보면 양파, 부추, 골파와 함께 파과에 속한다. 이들은 모두 알싸한 맛을 지녀 영양 성분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나같이 건강에 좋다고 소문난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파과 식물이라도 단연 마늘의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미국 펜스테이트 대학 연구진은 간에서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사민의 억제 실험에서 마늘과 부추는 상대가 되지 않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한 같은 마늘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한국식품개발원 연구진은 국내산 마늘 3종과 중국산 마늘을 비교한 실험에서 서산 마늘이 중국산 마늘보다 위암세포를 6배도 넘게 없앰을 알아냈다.


알리신, 냄새와 영양이라는 동전의 양면
이토록 뛰어난 마늘의 실력은 어떤 성분 때문일까? 속속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므로 하나만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알리신' 성분이다. 마늘 냄새의 원인이기도 한 이 성분은 강한 살균과 항균 작용을 자랑한다. 페니실린과 살균력을 비교하면 100배 이상 강할 정도이다. 이 성분이 비타민B와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으로 변한다. 상당수의 비타민B군이 장내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버리는 것에 반해 알리티아민은 그런 효소의 작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체내 흡수가 잘 되어 비타민B군의 효능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만성피로와 집중력 감퇴 등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무기력 증상에 마늘은 더없이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것이다.

디아릴펜타설피드, S-메실시스테인, 스코르디닌, 크레아틴 등의 성분도 식품이 몸에 해줄 수 있는 갖은 좋은 일을 해준다. 신경 진정 작용, 남성과 여성 호르몬의 분비 정상화, 면역력과 저항력 향상, 혈액순환 촉진 등이 현재까지 밝혀진 효능들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마늘은 섭취 후 몇 시간 내로 혈액의 섬유소 용해 작용을 일으키는데, 효과가 2주에서 4주나 지속된다. 식품이지만 거의 즉효성이 뛰어난 약처럼 작용하는 셈이니 놀랍지 않은가.



뒤죽박죽 세계사의 주인공
고대 그리스, 이집트 시대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니, 마늘은 인류와 거의 역사를 같이 한 셈이다. 한국에도 한사군시대에 이미 마늘이 존재했다는 문헌들이 남아있다. 이렇다 보니 마늘의 만만치 않은 효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고대부터 떠돌고 있었다. 피라미드를 쌓고 땅을 개간하느라 중노동을 해야 했던 이집트 일꾼들에게는 늘 마늘이 넉넉하게 공급되었다. 그리스 검투사나 로마 병정들에게도 마늘이 인기 있었다는 기록을 보면 인류가 가장 먼저 눈뜬 마늘의 효과는 강장제로서의 역할인 듯하다. 중국의 <본초강목>, 한국의 <동의보감>, 로마의 <박물지> 등에도 마늘은 각종 질병의 치료제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 문헌에 등장하는 마늘은 아직 먹거리라기보다 약이나 영양보조식품 같은 위치에 있다.


검투사의 인기 강장제, 후추에 밀려나다
그러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기사들의 음식에 마늘 소스로 맛을 내어 구운 고기 요리가 여러 종류 등장했다. 유럽인들의 주식은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육식이 주식이므로 냉장고도 없이 육류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에는 향신료 마늘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일반 민중들의 음식으로 치부해 마늘을 먹은 이는 신전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다. 그런 문화의 영향 탓인지 유럽 왕실이나 귀족층은 마늘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동양과 다른 대륙의 향신료, 특히 고기와 궁합이 좋은 후추가 들어오면서 마늘은 완전히 밀려났다. 지중해 지역을 제외한 유럽인들은 후추에 열광했고, 한 때 금보다 후추가 더 비싸게 거래되면서 일종의 신분 상징이 되어버렸다. 셰익스피어가 마늘을 저급한 음식으로 취급한 글을 여러 희곡에 남긴 것은 그런 문화 때문이었으리라.
그러나 대중들은 마늘의 뛰어난 살균 효과나 약리 작용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고, 귀신을 쫓는 상징으로 마늘을 대문 앞에 매달아두고는 했다. 마늘을 무서워하는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에 열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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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과 민간요법, 향신료의 역사
같은 유럽이라도 지중해에 인접한 이탈리아 지방, 그리스, 스페인 등지에서는 마늘을 즐겨 먹었다. 예나 지금이나 장수 지역인 지중해 연안에서는 바질과 마늘, 파슬리, 올리브유와 식초만 있어도 갖은 요리의 맛을 낸다. 식재료의 풍부함과 응용력으로 세계 요리의 최고 자리에 군림한 프랑스도 마늘을 즐겨 먹는다. 유대인들은 감기에 걸리면 다진 마늘을 듬뿍 넣은 치킨 스프를 마시고, 파나마의 박쥐 출몰 지역에서는 퇴치 수단으로 마늘을 몸에 바르고 자는 등 세계의 마늘 사정은 그야말로 갖가지다. 미신과 민간요법, 향신료로서의 기능까지 뒤섞인 먹거리가 마늘 이외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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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막아주는 ‘마늘 주사’?

어쨌거나 온 세계에 마늘의 훌륭한 기능이 알려진 지금, 화두는 어떻게 해야 이 효과를 잘 누릴 수 있느냐로 흐르고 있다. 모든 요리에 마늘을 넣는 레스토랑이 생기는가 하면 요리연구가들은 향신료가 아닌 주 요리로서의 마늘 요리를 고안해 선보인다. 특히 이런 경향은 평소 마늘을 즐겨먹지 않던 구미나 일본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매일 먹기는 힘드니 이벤트 형식으로 먹자는 심리인 듯.

독일에서는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제로 허가받은 마늘 성분 농축제제가 판매되고 있다. 해외토픽에까지 등장했던 ‘마늘 아이스크림’도 그런 흐름의 일부다. 심지어는 노화를 방지한다는 ‘마늘 주사’까지 등장했다. 마늘이 비타민B1을 활성화하는 데 착안한 것으로 마늘 50개분의 영양소를 주사 한 방으로 주입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그러나 실제 마늘을 농축한 것이 아니라 합성화합성분으로 이루어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마늘의 효능이 각광을 받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항암 효과와 면역력 향상 등을 밝힌 연구진들이 권하는 마늘 섭취량은 하루 3그램에서 6그램이다. 한국인의 평균 마늘 섭취량을 밑도는 수치이다. 쌀밥과 된장찌개, 김치, 고등어조림의 식단이라면 한 끼에도 이 정도는 거뜬하다. 아무리 몸에 좋다 해도 간편한 수단으로 많이 몸 안에 집어넣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접하는 게 최고다.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인 식단을 잘 유지하기만 하면 마늘의 미덕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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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제대로 먹는 법은?

생마늘과 익힌 마늘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일단 마늘의 핵심적인 성분인 알리신을 온전히 섭취하려면 생마늘을 찧거나 짓이겨서 먹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마늘 냄새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맛이 너무 강해 위 점막과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많이 먹기도 곤란해진다. 따라서 익혀 먹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 마늘을 오븐에 바싹 구우면 마늘의 향과 아린 맛이 빠지면서 단맛이 우러난다. 부드럽게 뭉개지므로 그대로 빵에 발라 먹으면 마늘버터가 부럽지 않다. 마늘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냄새도 없애주는 파슬리를 뿌려 고기 요리에 곁들여도 좋다. 얇게 썰어 바짝 구운 ‘마늘 칩’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요긴하게 쓰인다. 스프나 국에 띄우기도 하고 볶음 요리에 섞으면 고소한 맛을 더한다.
기름과도 잘 어우러지니 통째로 기름에 바싹 튀기거나 한쪽씩 떼어내어 올리브기름에 5시간 이상 담가두면 영양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유의 냄새도 사라진다. 다만 수분을 너무 많이 넣어 푹푹 끓인 통마늘은 몸 안에서 항산화작용을 하는 효소들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는 차라리 다져 넣는 것이 좋다. 다지는 동안 마늘 조직이 손상되면서 알리신 성분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마늘 고르는 법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초에 좋은 마늘을 고르는 것이다. 마늘 중에 가장 맛과 영양이 뛰어난 것은 뭐니 해도 토종 육쪽 마늘. 이름대로 무조건 육쪽인 것은 아니므로 잘 골라 사야 한다. 수염뿌리가 많이 붙어 있고 까보면 모양이 각이 진 듯 가느다란 편이다. 마늘 면도 세 개 정도이며 각 면이 투명한 우윳빛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반면 외국산 마늘은 마늘 알이 둥글둥글하고 빛 역시 탁하다. 크기도 전반적으로 크며 맛과 향이 현저히 떨어진다. 좋은 토종 마늘을 제철에 골라 장아찌와 다진 마늘, 통마늘로 다양하게 만들어놓고 즐긴다면 식탁도 건강도 만족스러워질 것이다.


글을 쓴 윤나래는 컬럼 기고와 일어, 영어 번역 등 글 쓰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어떤 글이건 마음을 다해 써내는 것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수줍고 심약한 것. 더 강해져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