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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하루에 얼만큼의 채소를 먹어야할까요?"...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 씨 인터뷰

어제 소개해 드린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님의 인터뷰 현장 포스트'는 재미있게 보셨나요?
[복습하러가기~!]

저처럼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도

'채소 소믈리에'에 대해 낯설어 하실줄 알았는데
다들 이런쪽에 관심이 많으셔서인지 '들어봤다'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그런 분들이라 풀사이에 들어오시는 건가..^^aaa)

인터뷰 취재 현장 포스트를 통해

'채소 소믈리에'에 대해 알려드렸으니
당연히 인터뷰 기사도 소개해드려야겠죠?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실린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님의 인터뷰를 읽고
채소 소믈리에의 마음을 느껴보시는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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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 주말에는 '채소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겨울 채소 요리법 레시피
공개할 예정이니 모두들 관심가져주시는 거 잊지마세요~ ^^
(이..이건 마치 홈쇼핑 멘트 같군요.. ㅎㅎ)



 채소 소믈리에 김은경 씨 인터뷰

“채소의 비밀을 알려드릴까요?”

매일의 밥상에 충실하다 보면 저절로 먹어지는 것이
채소며, 과일이 아닌가.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채소 소믈리에’는 또 무엇인가? 그런데 이 직업이 요즘 장안의 화제다. 국내 ‘채소 소믈리에’ 1호로 활동하며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를 창설한 요리연구가 김은경 씨를 찾아가 그 ‘프레쉬’한 이야기를 들었다.

막 구워낸 빵을 만질 때처럼 조심스럽게 그녀의 명함을 받았다. 방금 퀵서비스를 타고 도착한 명함에는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 대표이사 김은경’이라고 또렷이 박혀 있었다. 11월 말에 한국에 처음 개설된 채소 소믈리에 주니어 마이스터 과정 수업을 준비하며 며칠간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는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거의 1년 반 동안 땀 흘리며 가꾼 텃밭에 이제 첫 싹이 돋아나는 순간을 운 좋게 함께한 것이다. 채소 소믈리에라…. 워낙 생소한 타이틀인지라 인터뷰 요청이 연일 쇄도하지만 김은경 대표는 반갑게 맞아 주었다.


채소 소믈리에는 ‘다리’다


정리해보면,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 과일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감동을 받아서 정확한 지식을 학습하고 그 맛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스페셜 리스트’다. 익숙한 와인 소믈리에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알다시피 ‘소믈리에(Sommelier)’는 프랑스어로 ‘맛을 보는 사람’, 즉 ‘감별사’라는 뜻으로 중세 유럽에서 식품보관을 담당하는 ‘솜(Somme)’이라는 직책에서 유래했다. 그들의 임무는 영주에게 식품의 안전성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역할은 다를 수 있지만 채소 소믈리에의 사명도 이와 비슷하다. 와인 소믈리에의 경우 와인의 종류와 맛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포도의 품종, 숙성방법, 원산지, 수확연도 등 와인 산업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있고 와인의 주문, 품목선정, 구매와 저장, 재고관리, 목록작성, 판매까지 맡고 있다. 채소 소믈리에 역시 단순히 채소와 과일을 감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자와 생활자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은경 대표가 강조하는 사명이다.
사실 협회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채소 소믈리에’가 아니다.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가 그것이다. 이수하는 교육 단계별로 주니어 마이스터, 마이스터, 시니어 마이스터로 나뉜다. 일본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가 그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인데 일본에서는 8년 전에 협회가 창설되어 현재까지 주니어 마이스터 2만7,000여명, 마이스터 2,000여 명, 시니어 마이스터 31명을 배출했다. ‘채소 소믈리에’라는 이름은 일본 언론에서 사용한 닉네임이 익숙해져 버린 것이지만 귀에 쏙 들어올 뿐 아니라 소믈리에의 원래 역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크기에 별 무리 없이 통용되는 것이다.

10년 동안 방송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농산물 생산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쌓은 안은금주 씨(사진 왼쪽)가 사무국장직을 맡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주니어 마이스터 교육을 이수하고 채소 소믈리에가 된 안은금주 씨는 농업방송전문가이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감동 받은 그녀들의 보답

할 이야기가 많다 보니 소개가 늦었지만 국내 채소 소믈리에 1호인 김은경 대표는 이미 활발히 활동 중인 요리연구가다. 공예를 전공하고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했던 그녀는 주부가 된 후에 요리를 시작했다. 현재 ‘쿠킹노아(
www.cookingnoah.com)’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신사동 스튜디오에서 요리 교실을 열고 각종 매체에 요리를 소개하는 15년차 베테랑 요리선생님이다.

이런 이유로 채소와 과일을 다루는 일은 그녀의 가장 익숙한 일상 중 하나였는데, 건강한 요리를 위해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2008년 여름, 통역까지 동반해 주니어 마이스터 과정을 이수했던 것이 덜컥 한국 지부의 대표직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채소 소믈리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지한 일본 본부에서는 한국 지부의 적임자로 김은경 씨를 지목했다. 현재는 10년 동안 방송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농산물 생산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쌓은 안은금주 씨가 사무국장직을 맡아 든든한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주니어 마이스터 교육을 이수하고 채소 소믈리에가 된 안은금주 씨는 농업방송전문가이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자기 가족은 굶기더라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해 가면서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는 농민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고초와 가치를 잘 포장해서 설명하는 일까지는 못하세요. 제 역할은 그분들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안은금주 씨가 강조하는 채소 소믈리에의 잠재적인 역할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스토리텔러’이자 ‘건강 밥상 지킴이’다. 김은경 대표의 경우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우리 채소와 과일에 대한 올바른 선택법, 보관법, 조리법 등을 소개하는 임무를 행해 왔다면, 안은금주씨는 영농후계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생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농민들의 노고를 스토리로 만들어 전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소믈리에(Sommelier)’는 프랑스어로‘맛을 보는 사람’, 즉‘감별사’라는 뜻이다. 채소 소믈리에 역시 단순히 채소와 과일을 감별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자와 생활자의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은경 대표가 강조하는 사명이다.


채소·과일과 시원하게 말 트기

주방이라는 현장에서, 그리고 생산 현장에서 감동을 받은 두 사람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의 첫 강의는 공지가 나가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14,000엔 가까이 하는 일본 본부의 수업료에 비하면 적은 돈이라고 해도 98만 원이라는 거액의 수업료를 선뜻 지불한 수강생들은 베란다에서 채소를 키우며 요리를 즐기는 가정주부부터 식품가공업 종사자, 영농후계자, 방송인, 영양사, 아동 요리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받게 되는 교육은 채소·과일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영양과 품종 등 상세한 지식, 재료를 가장 잘 활용하는 요리법, 그리고 현장을 발로 뛰면서 생산과 유통, 판매와 소비까지 이르는 과일과 채소의 이력을 조사하는 과제를 포함한다. 의외의 발견은 이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에 높은 비중을 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채소나 과일을 필요에 의해서, 때로는 의무적으로 섭취한다. 하지만 채소 소믈리에가 되는 과정은 ‘감동’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한다. 감동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그 마음이 극진해야 그다음 단계인 이웃에게 전파하는 일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시선도 갖게 된다. 강의실에서만 끝나지 않고 직접 밭, 도매시장, 슈퍼마켓 등을 찾아가게 하는 마지막 과제 역시 살아있는 정보와 울림이 있는 감동을 만나고 오라는 뜻이다.

이론 교육은 2시간씩 7회니 오랜 시간이 아니지만 과제 해결을 위해 두 달의 시간을 준다. 주니어 마이스터의 경우 합격률이 75~85퍼센트 정도지만 시니어의 경우 2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8년 역사의 일본에도 시니어 마이스터가 31명밖에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상위 과정을 수료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증거다.

사진 풀반장 (http://blog.pulmuone.com)


엄마들이여, 채소 소믈리에가 되어라?

일본에서는 시니어 마이스터의 사회적 영향력이 대단하고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채소 가게가 있으며 공신력 높은 인증 제도도 실시하고 있다. 매년 8월 30일을 ‘채소의 날’로 지정해 행사와 할인 이벤트를 펼치는 것도 채소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막 시작한 한국 지부의 미래도 당연히 그런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것은 앞으로 배출될 채소 소믈리에의 몫이기도 하다. ‘생협’이나 ‘한살림’ 등의 먹을거리 감시 단체의 성격을 띠는 것이 필연적이므로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적절한 무게 중심을 잡아가는 것도 이들의 과제다. 그렇다고 꼭 거창한 ‘활동가’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채소를 싫어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식감’을 고려하지 않는 조리법 때문. 손질법이나 칼질의 방향만 바꿔도 ‘질기고 쓰다’는 채소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지우고 아이들의 편식을 막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채소 소믈리에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 손만큼의 채소 드시나요?

채소 소믈리에에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우리 밥상의 위기가 높다는 방증이라 씁쓸하기도 하다. 충격적인 식품 파동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지고 검증되지 않은 해외의 농축산물이 밀려들어온다. 나 역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면 귀가 쫑긋 세워지고 ‘이것은 암 예방에 좋더라’, ‘이건 신종 플루 예방에 좋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밥상머리 대화 소재가 된다. 쏟아지는 정보에 아는 것이 많은 것 같아도 막상 생산자와 유통자, 그리고 소비자 사이의 끊임없는 진실게임에 휘둘리고 있다는 불신은 여전하기만 하다.

김은경 대표가 지적하는 우리 식생활의 문제는 “육류를 과다섭취하면서 상대적으로 채소나 과일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흔히 ‘채소 소믈리에’라고 하면 “채식주의자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지만 김은경 대표는 “우리 아내는 고기만 사주면 다 오케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육식을 즐기는 편이었다. 돌아보면 상대적으로 채소나 과일의 섭취량이 적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식생활 패턴을 되돌아보기 위해 이쯤에서 두 손을 펼쳐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위의 크기가 본인의 두 손바닥에 폭 감싸질 만큼의 크기래요. 한 손만큼의 채소를 섭취하고, 다른 한 손만큼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균형 잡힌 식습관이라고 하죠.”

채소 소믈리에는 방향을 잃어가는 우리 밥상 문화에서 작은 노를 저어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 배에는 기본적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내가 타고 있고, 가족을 태울 수 있으며, 이웃들, 더 나아가 낯선 사람들까지 탑승할 수 있다. 사실 채소와 과일은 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릇되거나 과장된 선입견을 버리고 제철에 생산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골라서 영양을 파괴하지 않는 올바른 조리법으로 맛있게 먹는 것이 비결이다.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은 생산자들을 독려해서 더 건강한 농산물이 늘어나게 해 준다. 이 과정이 행므?사람이라면 이미 채소 소믈리에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이 이끄는 배가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인류의 미래에 소중한 닻을 내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

채소 소믈리에가 더 궁금한 분은 여기로!
한국 베지터블&후르츠 마이스터 협회 Korea Vegetable & Fruit Meister Association
문의 02-3442-6195  홈페이지
www.vege-fru.co.kr


글을 쓴 천소현은 ‘여행 기자’로 시작해 ‘여행 작가’가 되었다가 이제는 그냥 ‘작가’로 살고 싶은 문학적 편식자다. 긴 여행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에 느낀 바 커서 한식조리기능사에 도전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