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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라디오 사연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 :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스캔들!

제가 애정(?)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가
<오늘 아침, 이문세입니다> 인데요.
이번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의 라디오 DJ 부문에선 수상을 못 했더라구요.
뭐 수상이 중요한건 아니지만요.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청취자들의 간질간질한 사랑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 코너!
 

"내게도 사랑이" 때문이랍니다.  
(아참, 전 nina-가 아닌 nina+라며..쿨럭..) 

남자역, 여자역, 할머니역 할 것 없이
맛깔나고 감칠나게 읽는 이문세 씨의 목소리도 목소리지만..ㅎㅎ
소개되는 사연마다 어쩜 그렇게 무덤덤한듯 로맨틱한지요!
실화가 더 로맨틱할 수 있구나...싶은 마음에
늘 재미있게 듣곤 한답니다. 

하.지.만.

전 알고 있지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독자들이 보낸 사연이
라디오 사연보다 더 로맨틱하고, 더 사랑스럽다는 것을요! ^ * ^ 
물론 풀사이 가족들도 그에 못지않은,  
귀여운 사연의 소유자들임을 알고 있지요. ㅎㅎㅎ 
(DJ풀이 띄워드리는 크리스마스 사연들~ 기억하시죠?)

그럼 한번 들어보실까요~.
라디오보다 더 재밌고 감동적인, 자담큰 독자들의 이야기~. +_+
(아..오늘은 왠지 라디오가 땡기는(?) 날인데요..푸풋)




살며 사랑하며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스캔들!

나는 다섯 살이 되면서부터 학교에 가고 싶어했더란다. 그래서 아침이면 아빠에게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가방(아빠가 사다주신 동화책이 들어있던 빨간 가방으로 기억된다)을 부지런히 챙겨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로 향하곤 했다는 거다. 물론 정문 앞에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지만.

그러다 드디어 일곱 살이 되던 해. 학교 안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그 때가 온 것이다. 지루했던 나의 기다림을 보상하듯이 나는 ‘1학년 1반’ 그것도 예쁜 여자선생님 반이 되었다. 그 때 나는 동네를 돌아다니면 동네 아주머니들로부터 “에구 너 나중에 역도선수 해도 되겠구나. 호호호” 하는 말을 들을 정도로 터질 것 같은 빵빵한 볼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나의 학교생활, 아니 내 인생 전체에 검은 먹구름을 덮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찰랑거리는 바가지 머리를 한, 나보다 키는 한 뼘 정도 큰 우리 반 남자 아이가 내게 “야, 돼지야!”라고 외치면서 내 말꼬리 머리를 잡아당기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나는 씩씩대고 그 녀석을 쫓아갔지만 체육시간에 달리기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던 내가 그 다리 긴 녀석을 잡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고난의 시작에 불과했다. 집이 같은 방향인 그 녀석은 하교 길에 나를 졸졸 따라오며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노래에 “돼지 돼지 꿀돼지 무얼 먹고 사나요~”라는 가사를 붙여 다른 남자아이들까지 동원해서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신발주머니를 휘두르며 하지 말라고 위협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생활이 이렇게 어두컴컴해질 줄이야!

신발주머니를 휘두르며 얼굴이 빨개져서 화를 내다 울어버리는 나를 보고 재미를 붙인 녀석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를 놀려댔고 참다 못한 나는 선생님께 “동욱이가 자꾸 저를 놀려요, 선생님. 엉엉”하며 눈물로 호소했으나 선생님은 “동욱아 그러지 마. 그런데 서영아. 아무래도 동욱이가 너를 좋아하나 보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자 그 녀석은 아주 펄쩍펄쩍 뛰면서 “저런 돼지를 누가 좋아해요. 아니라구요!”라며 난리를 피웠다.  

그 뒤로 선생님은 자꾸 우리 둘을 놀리기 시작하셨고 심지어는 가을 운동회 꼭두각시 짝으로 우리를 엮어주셨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반대표가 되어 학교 끝나고 남아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꼭두각시 율동 중에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업어야 하는 동작 즈음에 다른 반 아이들도 다 있는데 그 녀석이 저렇게 무거운 애를 어떻게 업느냐고 하면서 자기는 안한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얼마나 창피했는지 정말 내 생에 최초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사건이었다.

겨울방학 때 계속된 나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2학년 때에는 그 녀석과 다른 반이 되었고 나는 날듯이 기뻐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그 녀석은 어떻게 됐느냐고 물어보신다면, 그 녀석은 지금 내 남편이 되어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옆에서 파자마 바람에 낮잠을 즐기고 있다. 더 속 터지는 것은 그 때 왜 그랬냐고 물어보니 “네가 좋아서 그랬지. 히히”하는데 정말 낮잠자는 남편을 한 대 쥐어박을 수도 없고! 어쨌든 내 인생의 첫 스캔들은 그렇게 마지막 스캔들이 되어버렸다는 얘기다.


from.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부.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