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평범한 일본 가정집에서 먹는 음식? 두 남자의 동거 이야기 <어제 뭐 먹었어?>[추천 요리만화 #4]

지난 한해 정말 '핫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 <꽃보다남자>의 스타,
이민호 씨가 게이로 나온다는 드라마 <개인의취향> 상대 캐스팅이
손예진 씨로 확정되었더군요.  ㅇㅇ !

게이..라기보다는 게이를 친구로 두고 싶은 커리어우먼 '박개인'(손예진)이  
게이를 가장한 남자 '전진호'(이민호)와 동거를 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동거일기..라더군요. ^ ^  

화려한 캐스팅도 화제이지만, 아무래도 '게이'라는 소재를
얼핏 비껴가며 다루는 아슬아슬함 때문에 더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지요.  ^^

풀사이의 네 번째 추천 요리 만화는~~~  
자담큰 에디터이자 풀사이 서브블로그지기인
nina+가 추천해드리려고 해요. ^ ^

마침, 비슷한 소재를 다룬 만화를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소개한 적이 있거든요.

바로 <서양골동양과자점>의 그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신작, <어제 뭐 먹었어?>입니다.

이 만화의 감상 포인트는, 아래 필자도 거론하겠지만, ^ ^
1.
일본 가정에서 먹는 정말, 가정식 그대로의 음식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
2.
주인공 부부가 40대 두 아저씨(!!!!)라는 점!



<어제 뭐 먹었어?>
돈가스도 초밥도 아닌,
진짜배기 일본 가정 요리

이 만화를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이제껏 우리가 일본요리 전부처럼 알고 먹었던 것들은 그냥 외식용 음식일 뿐, 일본의 가정요리는 따로 있었던 거다. 마치 한국인들이 매일 집에서 비빔밥이나 불고기, 김밥을 해먹지는 않듯이 말이다. <서양골동양과자점>의 작가 요시나가 후미의 신작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자리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낯설면서도 마음을 끈다. 아무리 보아도 잘 모르겠고 알 수도 없을 대상들. 사람들은 그런 묘한 감정을 가지고 참으로 많은 물건과 예술작품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 <어제 뭐 먹었어?>는 그런 단상들을 가득 안겨준다.

40대 게이 아저씨들이 주인공

요시나가 후미는 한국에서도 영화화되면서 인기를 누린 <서양골동양과자점>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야오이’(남성 간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만 전문적으로 그리는 일본의 만화 장르) 작가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거물급 작가로 자리 잡은 후에도 꾸준히 동성애를 소재로 한 만화를 그려왔다. 그런 이미지만큼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먹는 걸 엄청나게 좋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먹는 이야기만 나오는 작품 <사랑이 없어도 먹고살 수 있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어제 뭐 먹었어?> (요시나가 후미, 삼양출판사 펴냄)는 말하자면 작가의 이 두 가지 성향, 즉 동성애와 밥 이야기를 한데 섞어놓은 만화다. 자신 있는 두 가지를 다루었으니 <서양골동양과자점>을 뛰어넘는 극적인 요소가 넘쳐나지 않겠느냐고? 미안하지만 그런 기대를 지닌 이들은 읽는 내내 고개를 많이 갸웃거리게 될 테다.

덤덤한 게이 부부, 시로와 켄지

변호사 시로와 미용사 켄지는 마흔이 넘은 게이 커플이다. 각자 연애에 있어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고 조금은 덤덤하게 만난 이들이 함께 산 지는 3년 남짓. 결혼 제도에 끼기 어려운 게이 사회에서는 부부나 다름없는 셈이다. 완벽주의에 세심한 성격, 게다가 많은 사건과 사람을 겪는 직업 탓에 지치기 일쑤인 시로는 요리가 가장 큰 낙이자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매일 퇴근길에 ‘오늘은 뭘 해먹을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켄지가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찌꺼기를 날려버린다.

죽순곤약조림, 연어우엉 밥, 또…

아니, 일본요리는 담백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일본요리, 즉 돈가스, 우동, 일본식 카레, 초밥, 회 등을 떠올리면 그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 본고장에 가면 다르리라 생각했지만 일본에 여행 가서 가장 의아했던 것 중 하나가 요리였다. 아무리 다양한 가게에 들어가 먹어봐도 모조리 짜고, 달고, 기름졌다. 더구나 밥상 위에서 신선한 채소를 찾기가 그리도 어려울 줄이야. 그야말로 일본 음식에 대해 남은 환상이 모조리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 만화를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쳤다. 이제껏 우리가 일본요리 전부처럼 알고 먹었던 것들은 그냥 외식용 음식일 뿐, 가정요리는 따로 있었던 거다. 마치 한국인들이 매일 집에서 비빔밥이나 불고기, 김밥을 해먹지는 않듯이 말이다.

심심하고 제철 채소를 가득 써서 만든 일본의 본격적인 가정요리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이 만화의 매력이다. 죽순곤약조림, 연어우엉 밥, 셀러리와 쇠고기굴소스볶음, 정어리매실조림.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일본 밥상의 반찬들이 줄지어 나온다. 게다가 어찌나 조리법을 상세하게 그려놓았는지, 재료만 사오면 만화를 보면서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아빠는 요리사>처럼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조리법을 따로 정리해 놓은 만화는 있었어도 이처럼 만화 자체에 재료의 그램까지 일일이 표기해놓은 작품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놀러 가서 얻어먹고 싶은 한 상

일본에 사는 40대 게이 아저씨들의 저녁 밥상. 어찌 보면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생물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그 사람들이 나누는, 심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감정의 교감 역시 그러하다.
어느 날 밥상을 차려 놓고 켄지와 마주 앉은 시로는 이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봐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란 말이지.’ 천하태평에 자상하기는 하지만 그다지 매력이라고는 없는 남자와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의문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마흔이 넘어서 켄지를 만나길 잘했다고. 그리고 한술 밥을 뜬다. 아무튼, 시로는 행복한 것이다.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posted by 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