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뉴스를 통해 '단풍 소식'을 접한 터라
이제는 확실히 가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이상하죠? 집주변에서 단풍을 본 기억은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주차장을 마구 굴러다니며 발에 밟히는 이 녀석때문에
가을이 왔다는 걸 확확 느꼈지 말입니다.
바로 '낙엽'말입니다.
하지만 시내의 인도와 도로를 가득 메운채 떨어져 있는 낙엽들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분위기있는 낙엽과는 사뭇 다른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정화'를 목적으로
가을이면 각 구청들은 낙엽과의 전쟁을 치르곤 하니까요.
(하루에 수거되는 낙엽의 양이 구청마다 5톤트럭 한대에서 두대 가량이라고 하네요..오..)
이렇듯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낙엽으로 접시를 만들었다면 믿어지십니까?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화학처리된 접시가 아닌 친환경적인 발상과 접근으로 만든 접시라..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낙엽의 새로운 발견, '낙엽 접시'를 소개해 드립니다.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낙엽접시
농가의 퇴비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낙엽은 어느 시인의 노래에 나오듯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쓸모없고 초라할 뿐이다. 그런 낙엽으로 접시를 만들었다면 믿겠는가? 낙엽으로 만들었다고 허술한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주 실용적이고 우아한 접시 한 세트를 소개한다.
“벌써 낙엽이 떨어진다고요?” 아침마다 듣는 라디오에서 한 청취자의 사연을 읽던 라디오 DJ 이문세 씨의 목소리는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 밖을 바라봤다.
골칫거리 낙엽으로 그릇을 만든다?
가을이 되면 거리마다 환경미화원들이 수북이 쌓인 낙엽을 치우느라 애를 먹는다. 꼭 치워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낙엽 때문에 배수구가 막혔다던가 낙엽이 으깨져 보기 흉하다는 민원이 쇄도한다고 하니 구청으로서도 열심히 치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을이면 구청마다 하루에 수거하는 낙엽의 양이 보통 5톤 트럭 한 대 분량에서 많게는 두 대 분량이 나온다. 처리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톤당 10만 원씩 소각비용이 드는데, 한 구청의 매년 소각비용이 4,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더러는 관광객들의 낙엽밟기용으로 남이섬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농가의 퇴비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낙엽은 어느 시인의 노래에 나오듯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쓸모없고 초라할 뿐이다.
그런 낙엽으로 접시를 만들었다면 믿겠는가? 베르테라의 창업자 마이클 드워크는 2006년 인도 여행 중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 노점상 여인이 야자수 낙엽 한 뭉치를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서 마치 와플 굽는 기계같이 생긴 틀에 넣고 압력을 가해 접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여 그 역시 음식을 주문하고 쪼그려 앉아서 접시 굽는 것을 구경했다.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낙엽접시에 매료되어 그때 뭘 먹었는지는 생각도 안 날 정도였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을까?
마이클 드워크는 재학 중이던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Columbia Business School)로 돌아와서도 낙엽접시에 빠져 지냈다. 그는 평소 미국이라는 나라가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미국인들이 1년에 1,000억 개가 넘는 플라스틱, 종이,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버리고 있다는 사실은 늘 그를 불편하게 했다. 그래서 낙엽접시를 발견했을 때 너무나 반가웠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단 인도 시골 노점상의 낙엽접시는 너무 거칠어서 디자인과 내구성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었다. 상당기간 연구와 실험에 골몰한 결과, 낙엽접시를 현대적 공법으로 기능적이고 우아하게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낙엽접시는 말 그대로 낙엽으로 만든다. 제조는 야자수 잎을 구하기 쉬운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하는데, 이는 모두 공정한 방식(fair-trade)으로 생산되고 거래된다. 우선 낙엽을 모아 먼지나 이물질을 물로 씻어낸 후, 증기와 열을 이용해 강한 압축을 가한다. 화학약품이나 밀랍, 색소, 접착제 등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며 오직 물과 낙엽으로만 만들어진다.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물 80퍼센트 이상이 재활용되며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일주일에 고작 쓰레기봉투 하나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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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일 후에는 사라진다
낙엽접시는 약하지 않다. 전자레인지나 오븐 같은 고열은 물론 냉장고 안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강하다. 일회용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낙엽접시는 다회용이다. 12회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에 젖지만 않으면 일주일 내내 사용할 수도 있다. 단, 토마토나 비트같이 색깔 있는 음식을 담으면 변색할 수 있다.
어느 디자인 접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아한 자태는 베르테라 접시의 자랑이다. 자연스러운 나뭇결 무늬에 은은한 나무향은 정말 낙엽으로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아한 파티나 격조 있는 행사에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뒤끝도 없다. 일회용 종이컵이 완전히 썩는 데 20년 이상 걸리는 데 비해 낙엽접시는 완전히 분해되는 데 62일, 약 두 달 정도가 걸린다. 그것도 100퍼센트 완전히 생분해된다. 말 그대로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완벽한 친환경제품이다.
개당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
베르테라를 창업한 마이클은 타임, 이코노미스트, CNN, 비즈니스위크 등 주요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젊은 창업가이다. 낙엽접시는 2008년 친환경제품 엑스포에서 ‘가장 우수한 친환경제품 상’을 받았다. 종류는 접시, 그릇, 쟁반 세 가지, 크기는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개당 1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물론 일회용 제품에 비하면 비싸지만 일회용품 사용에 따른 환경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결코 비싸다고 불평할 수 없을 것 같다. ‘베르테라(VerTerra)’라는 이름은 라틴문구 ‘veritas terra’에서 기원하는데 그 뜻은 ‘지구에 충실한’ 즉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정말이지 사는 동안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다 가고 싶다.
글을 쓴 김연희는 <희망제작소>의 연구원이다.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어릴 때부터 누가 버린 물건을 주워오는 습관 때문에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한 적이 있다. 유기견이었던 '봉순이'를 반려견으로 맞이했고,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자연을담는큰그릇>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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