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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권의 책] 고양이라서 다행이야-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의 책들!

강아지 vs 고양이...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의 선택은?
3.2.1~

제 짐작으로는
강아지를 선택하신 분이 조금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어떠세요?

아마 '애견인'이라는 단어에 비해
무척 낯선 '애묘인' 이라는 단어처럼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가 낯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붙임성 좋은 강아지와는 달리
본인만의 도도함을 잃지 않고 쉽사리 길들지 않는
고양이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
또는 고양이가 끌리지만 이 묘한 동물에 대해 잘 모르겠다,하는 분,
고양이라면 질색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읽는 것에 대해서는 알레르기가 없으신 분,
주차장에 자주 나타나는 새끼고양이는 참 귀엽더라...하는 분까지, *.*
이런 분들을 위한 고양이 책 몇권을 소개합니다. ㅎㅎ


가을에 읽기 좋은 책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내가 사랑하는 필자 중 한 명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사실 키우고 있다기보다는 ‘모시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자식관계와 연인관계 딱 그 중간쯤이라고 해야 하나. 보살피고는 있지만 전전긍긍하는 관계.

침대도 고양이 자식들한테 나누어 주고 모서리에 매달려 자고 작업 테이블이나 소파 등 집안의 구석구석들 또한 고양이 자식들한테 점령당한 채 (이해 불가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생활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애묘인’이다. 또 한 명은 고양이 때문에 남편과 생이별을 하고 있는 선배인데, 남편이 직장일 때문에 영국에서 1년을 살아야 하는 ‘명’을 받았는데도 키우는(이 집도 역시 ‘모신다’라는 표현이!) 고양이 두 마리를 영국에 데리고 가지 못해 현재 부부가 별거 상태에 처해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애묘 생활은 고양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이들이 들으면 콧방귀도 안 뀔 얘기다.

주변에 분포도로 보자면 애묘인 보다는 애견인 인구가 훨씬 많지만 개보다는 별난 고양이의 캐릭터만큼 애묘인의 생활과 에피소드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확실히 고양이는 이상한 생물체다. 어떤 존재에게도 애정을 구걸하지 않고 느리고 우아한 걸음을 유지한 채 뭔가를 꿰뚫어보는 듯한 통찰의 기운이 가득 담긴 눈, 게다가 만사에 무심한 듯 도도한 태도.

그래서 준비했다.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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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고양이의 도도함은 어디서 나오는지 뼛속까지 알게 되는 책. 일본이 가장 아끼는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지은 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다. 이름도 없이 길에 버려졌다가 오로지 살아보겠다고 병약한 영어 선생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각종 책의 구절을 인용해가며 인간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그런데 이 한숨 섞인 한탄에 가까운 불평이 어찌나 통쾌하고 웃긴지 보는 내내 폭소와 쓴웃음이 번갈아 터진다. 고양이지만 쥐는 절대 잡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을 만큼 당돌하고,  인간의 마음속까지 파고들며 예리한 관찰력을 보이지만 ‘연애’라는 이름 앞에서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인간 군상을 우습게 내려다보지만 결국 세상사의 허무함을 느낀 나머지, 인간들이 마시다 만 맥주를 마시고 물독에 빠져버리는 장면까지 이르면 고양이라는 생물체의 비밀을 모두 알아버린 기분이 든다. 500페이지의 두툼한 책. 가히 고양이가 지은 책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오묘한 걸작이다. (문학사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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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역시 고양이 사랑은 일본인이 강세인가. 공산주의자 아버지를 따라 체코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며 러시아어를 전공한 동시 통역사 요네하라 마리도 못 말리는 애묘인이다. 그러나 그녀의 애묘 스토리는 ‘요란뻑쩍’하기 보다는 소박하고 감동적이다. 다시는 동물 따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한 그녀가 어쩌다 길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하면서, 결국에는 포유류 아홉의 가족이 되면서 집이 점점 고양이 판이 되어가는 특별한 사연들을 담은 책이다. 행을 바꿀 때마다 뭉클함과 웃음이 번갈아 찾아온다. 물론 이 책의 특별한 점은 이 가족은 인간 수컷이 없으며(그녀는 평생 독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일 테지만 말이다. 고양이라는 종과 인간이라는 종이 어떻게 서로를 오해하고 이해하고 결국은 사랑하고 소통하는지 담담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마음산책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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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캣의 지우개>
이 책을 고양이 책에 넣어도 될까, 한참 망설였다. 소심하지만 사랑스럽고, 자폐적이지만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도 사려 깊은 고양이 캐릭터 스노우 캣이 주인공이다. 고양이에 관한 책이라기보다는 고양이의 탈을 쓴 인간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고양이의 습속이 구석구석 스며든 스노우 캣의 이번 테마는 ‘혼자 놀기’에서 ‘자아 찾기’ 혹은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확장된 듯하다. 우주에서 뚝 떨어진 듯 지독하게 혼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때때로 사람의 가장 따듯한 구석을 파고드는 고양이처럼 이 책은 고양이 털끝 같은 위로를 주는 책이다. 쌀쌀맞고 냉정하게 굴다가도 주인이 슬프거나 외로울 때 어느새 그 폭신하고 말랑한 몸을 바싹 붙이고 ‘갸르릉 갸르릉’ 소리를 내며 긴 털로 간질간질하는 예쁜 짓. 아무도 모르게 나한테만 보내는 위로의 신호. 지우개는 그런 조용한 위로를 보여준다.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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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제목 한 번 멋지게 지었다. 고양이 마니아 두 명이 쓴 책답다. 감히 ‘애완동물’이라는 ‘팬시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양이라는 존재. 결코 다른 존재에게 쉽게 길들지 않는 도도함, 인간과 더불어 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버리지 않는 매력 등. 이 책은 순전히 고양이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우정의 텍스트다. 고양이에게 바치는 순정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홍디자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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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고양이>
1957년 출간된 이 책은 ‘고양이 이야기의 고전’으로 꼽힌다. 얇은 책이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고양이와 한 시절을 ‘찐하게’ 보내고 난 기분이 절로 든다, 100퍼센트 고양이라는 게 이 세상에 있다면 바로 이 책에 나오는 톰 존스가 아닐까.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신사 고양이의 십계명 중 몇 개만 알려드리겠다. 2계명: 신사 고양이는 사랑의 구속이라도 절대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3계명: 신사 고양이는 극한 상황이 아닌 한 ‘야옹’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 바라는 바를 자연스럽게 알리고 기다려야 한다. 5계명: 신사 고양이는 겁먹을 때도 심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 7계명: 신사 고양이는 목표물에 서둘러 가면 안 된다. 한 가지 것만 원하는 듯이 보여서도 안 된다. 예의에 어긋난다. 8계명: 신사 고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음식에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1미터 앞에서는, ‘좋음’, ‘괜찮음’, ‘보통’, ‘형편없음’으로 음식의 등급을 매겨야 한다. 등급이 ‘형편없음’이면, 음식 위에 흙을 덮는 척해야 한다. (마음산책 펴냄)





글을 쓴 김은주는 어릴 때 한 강아지에 바친 순정을 끝으로 한 번도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냉혈에 가까운 이기주의자다. 하지만, 최근에는 몹시 고양이라는 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는 중이다. 도도하지만 우아하고, 호기심은 많지만 욕심은 없는 그런 고양이 한 마리를 물색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