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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보길도에서 만난 짠맛도 비린맛도 덜한 친환경 멸치~'올가 낭장망 멸치' 산지 탐방기!

고추장을 넣고 매콤하게 볶아도
물엿을 넣고 달달하게 볶아도~
때로는 국물재료로 사용해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멸치~

하지만 멸치를 고르실 때면
짠맛이 너무 과하진 않을까,
비린맛이나 잡내가 나지 않을까,
잠시 망설이실 때가 있으시죠?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었던 얘기가 떠오릅니다. 

"....우리나라 멸치의 5%...." ,
"낭장망 멸치라는 게 있는데...."
"...저염멸치가 좋다던데...."  

우리나라 멸치 생산량의 5%만을 차지하고 있는 낭장망 멸치! 
과연 '낭장망'이라는 그물은 무엇일까요? 
'낭장망'으로 잡은 멸치는 왜,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풀무원의 친환경식품전문점 올가(ORGA)에서
판매하고 있는 낭장망 멸치의 산지를 찾아가
낭장망 멸치의 특별함을 취재해보았습니다~. 

전라남도 육지의 끝, 완도를 거쳐 도달한 보길도에서
올가 낭장망 멸치를 잡는 특별한 순간,
온통 은빛으로 출렁이는 바다에서
바다보다 더 은빛으로 반짝이는 낭장망 멸치를 끌어올리는 
그 눈부신 순간을 
풀사이 가족 여러분도 함께 하시죠~. ^ ^ 

올가 낭장망 멸치 
은빛 비늘 속 담백한 생선의 품격

멸치에서 멸치 맛이 나는 건, 당연하지만 낯설다. 혀끝에 닿는 첫 맛이 짠 소금기가 아니라 담백한 생선 맛이라니! 수백 년 전에도 그랬듯 어부가 바다에 나가 직접 그물을 내리고 기다려 잡은 멸치, 천일염으로 맛을 돋운 멸치, 더운 기계 바람이 아닌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과 바닷바람에 천천히 말린 멸치라서 그렇단다. 그래서, 참, 자연스럽게 맛있다.  

1 남해 보길도 앞바다에서 낭장망으로 잡아 올린 멸치. 비늘이 온전히 붙어 있어 몸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대한민국 5% ‘낭장망’
지난 10월 친환경 식품 전문점 올가에서 ‘올가 낭장망 멸치’(볶음, 조림, 국물 등 6종)를 선보였다. 땅에서 나는 농작물이야 친환경 인증이 있다지만 바다에서 나는 멸치는 어째야 할까. ‘올가 낭장망’ 이라는 제품 이름에 그 답이 있다. 
멸치 잡는 법은 크게 낭장망과 기선망으로 나뉜다. 예로부터 남해 진도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통 방식인 낭장망은 바닷가나 앞바다로 나가 조류가 빠른 곳에 그물을 내려두고 조류에 따라 떼지어 이동하는 멸치를 조심스럽게 가두어 잡는 방식이다. 상처 없이 비늘이 고스란히 붙어 있어 형태와 맛이 살아있고 신선하다. 
작은 배 단위로, 온전히 어부의 수고에 의존해 어획이 이루어지고 날씨에 민감하다는 등의 이유로 낭장망 멸치는 우리나라 전체 멸치 생산량의 5%밖에 안 된다. 생산량이 극히 드물어 귀족 멸치로 불리는 죽방 멸치도 낭장망의 일종으로 어획 도구가 그물이 아니고 대나무 발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신선도는 비슷하다. 기선망은 큰 배(기선)로 먼 바다까지 나가서 탐지기로 멸치떼를 찾아 다니며 잡는 방식이다. 빨리, 많이 잡을 수 있는 반면, 그물을 올리는 과정에서 몸통이 상하고 비늘이 떨어져 나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멸치가 기선망으로 잡힌다. 

2,3 그물을 털자마자 육지로 돌아와 순식간에 멸치를 삶는, 멸치잡이 40년 경력의 이상학 선장.


옛날처럼 천일염으로 간한 저염 멸치 
멸치 본디의 맛이 소금의 짠맛 속으로 사라지게 된 건 어획 방식에 따른 건조법과도 관련이 깊다. 성질이 급해서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는 멸치는 지방 함유량이 많아 빨리 상하고 비린내가 심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소금물에 삶아(자숙) 말려야 한다.   
먼 바다까지 나갔다 들어와야 하는 기선망은 자숙 혹은 건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신선도 유지를 위해 정제염을 많이 넣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말리려니 건조도 기계의 더운 바람을 이용한다. 이에 반해 낭장망 멸치는 어장과 육지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자숙과 건조가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 옛날 방식 그대로 순한 천일염으로 간을 한 소금물에 재빨리 삶아 천천히 자연 건조시키니 비릿하거나 짜지 않다. ‘올가 낭장망 멸치’는 일반 멸치에 비해 염도가 10% 이상 낮은, 저염 멸치다.              


이제 정말 깨끗한 멸치를 먹을 때!
낭장망 멸치에 신뢰를 더한 건 ‘올가’의 섬세한 가공 과정과 품질 검사다. “일반 건조 멸치의 제조 과정과 위생 환경에 대해 못 미더워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멸치도 충분히 깨끗하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신유철 올가 MD의 말이다.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7가지 식중독 발생 원인균 검사는 필수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짐에 따라 풀무원 식문화연구원에서의 세슘 검사도 강화했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멸치의 무게에 딱 알맞게 특별 제작된 산소 흡수 기능성 포장재에 담아 냉장 유통한다. 법적 기준보다 센 올가 기준이다. 

4,6 배 뒤로 보이는 곳은 보길도. 낭장망 멸치는 바닷가나 육지에서 멀지 않은 앞바다에서 잡는다.


머나먼 완도까지 온 이유
‘올가 낭장망 멸치’의 어획 순간을 보기 위해 남쪽 바다, 전라남도 육지 끝 완도를 거쳐 보길도로 향했다. 지난 반년 동안 목포부터 남해 멸치 산지를 샅샅이 훑어 마침내 완도까지 왔다. “완도 수협에서 낭장망 관련 증빙서류를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어획 현장을 매번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수협의 확인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말만 믿고 진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법적 기준은 아니고 우리 자체 기준이 그렇습니다.” 
보길도에 도착하니 지난 여름 몰아친 태풍 볼라벤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바닷가 몽돌들은 50m나 뒤로 밀려났다고 한다. 멸치 생산도 비상이다. “지난해 대비 절반쯤 줄었습니다. 아마 모자라는 양은 수입산 멸치로 대체될 겁니다. 우리나라 멸치 소비량은 고만고만해요. 학교 급식으로 나가는 양이 상당하니 아마 가정에서 소비되는 양은 줄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올가 멸치 생산 관계자의 말이다. 다행히 보길도 사정은 작년과 비슷하단다. 

5,7 멸치 말리는 데 필요한 건 오직 햇볕과 바닷바람, 그리고 사람의 손길.


과연 낭장망! 태깔부터 다르다
구름 사이로 슬며시 해가 보이자 바다 표면이 온통 은빛으로 출렁인다. 멸치잡이 배를 타고 5㎞쯤 나갔을까. 이상학 선장이 배를 멈추고 부표 밑 그물을 끌어 올렸다. 길이 50m, 입구 폭 15m의 노란 그물은 끝으로 갈수록 점점 좁아져 멸치를 가두는 형태다. 갑판 위로 들어올린 그물을 흔들자 순간 눈앞이 환해진다. 후두둑 쏟아지는 은빛 멸치! 반질반질 맑고 매끄러운 기운이 가득한 비늘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날렵하게 곡선으로 쭉 뻗은 멸치의 몸에서는 비린내가 아닌 싱그러운 바다 향이 난다. 그물 다섯 개를 모두 털자마자 육지 쪽으로 방향을 튼 배가 속도를 높인다. 


멸치의 운명을 가르는 40년 경력의 삶기 신공
섬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이상학 선장 댁 앞마당으로 멸치가 옮겨졌다. 멸치 삶는 일은 40년 경력의 이 선장이 직접 한다. 보길도 어촌계 이상록 씨의 말에 따르면 “자숙은 아무나 못하는 일”로 “누가 삶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어획 방식에 이어 자숙과 건조로 멸치의 운명이 또 한번 갈리는 셈이다. 이 멸치에 올가의 기준이 더해지면 멸치의 운명은 또 한번 달라질 것이다. 올가의 권유대로라면 신선하고 짜지 않아서, 담백한 멸치 맛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멸치이기에, 특히 식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의 아이들이 먹기에 안성맞춤이란다. 그렇다면 어른에게는? 수십 년간 칼슘 섭취라는 의무감으로, 매콤달콤 기름진 양념 맛으로 먹어왔던 멸치의 본디 맛을 알 절호의 기회다. 

8 왼쪽부터 아버지 이상학 선장의 뒤를 잇고 있는 어린 어부 이정현 씨와 낭장망 멸치를 만드는 사람들. 9 전체적으로 은빛이 나고, 비늘, 머리와 몸통이 붙어 있어야 좋은 멸치.


남해 낭장망 멸치, 보길도에서 올가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날씨로 인해 농산물처럼 계약 생산이 힘든 낭장망 멸치가 올가까지 오는 길은 꽤 복잡하다. 어부들이 잡은 멸치는 어촌계에서 한데 모아 수협으로 보내져 모든 품질을 확인 받고 올가 멸치 생산자가 다시 구입, 용도별로 구분, 포장해 올가에 입고시킨다. 10 짜지 않은 깨끗한 올가의 낭장망 멸치들.


어획    낭장망 멸치는 3월 봄부터 금어기(4~6월)를 뺀 11월까지 잡는다. 기선망은 3월까지 잡는다.
           여름에는 실처럼 가는 세멸치가, 날이 추워질수록 국물용 큰 멸치가 나온다. 보길도는
           40가구 중 절반이 낭장망 멸치잡이에 종사할 만큼 멸치로 유명하다. 수심이 깊고 조류와
           파도가 센 곳이어서 멸치의 근육량이 많고 맛이 있단다. 


자숙    큰 솥에 바닷물과 천일염을 넣고 펄펄 끓어오르면 갓 잡은 생멸치를 데치듯 삶아낸다.
           물 위에 둥둥 뜬 멸치를 한지를 뜨듯 채반으로 떠낸다. 


건조    채반에 담긴 멸치는 너른 마당에 놓아 햇볕과 바람바람에 천천히 말린다.
           수분이 살짝 날아가면 바닥에 촘촘한 그물망을 깔고 그 위에 멸치를 흩뿌리듯 펼쳐둔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꼬박 하루를 말린다.  


선별    어느 정도 말라 부서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크기별로 나누고,
           멸치 사이에 섞여 있는 잔새우며 이물질을 골라낸다. 보길도에서 잡힌 멸치는 어촌계로
           모아져 한꺼번에 완도 수협 경매장으로 옮겨지고, 이곳으로 옮겨진 것 중 최고급으로
           선별된 멸치가 곧 올가 멸치다. 


건조 및 검사    멸치는 다시 가공 공장으로 옮겨져 엄격한 위생 검사와 수분율 검사,
                        2차 저온 건조를 거쳐 올가 전용 포장지에 담겨 냉장 상태로 관리된다.   

글을 쓴 한정혜는 자유기고가다. 본지에서는 ‘산지를 들여다본다’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풀무원의 거의 모든 산지를 두루 돌아보고 있다.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간간이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겨울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