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형제의 나라라는 단어가 아닐까요?
오랜동안 우호관계를 이어오던 고구려와 돌궐 시절부터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
그리고 2002월드컵 당시 터키를 열성적으로 응원해 준 한국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특히 터키와 맞붙었던 3,4위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감동이..)
형제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부족하지 않을정도로
두 나라사이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 왔는데요.
그렇다면 생활에서도 '형제'처럼 닮아 있을까요?
터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시장'을 통해
우리나라와 한번 비교해 보도록 하죠~
우리에겐 잊혀져 가는
하지만 터키인들에게는 아직 생활 속 모습 그대로인
터키 도심에 위치한 재래시장의 모습을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오래된 풍경이 있는 시장
터키 말라티아 & 샨르우르파
터키 동남부에 자리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는 독특한 자연환경과 의미심장한 유적으로 말을 건넨다.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생소한 지역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낯선 외지인도 오랜 사귄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두 도시의 재래시장은 사라져가는 옛것들을 여전히 보듬고 있어 정겹기만 하다.
1 말라티아 재래시장의 대장간.
말라티아(Malatya)는 살구의 도시다. 전 세계 말린 살구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말라티아의 말린 살구는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좋다. 봄에 살구꽃이 만발하고, 여름에 살구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탐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말라티아는 살구 이외에 체리도 유명하다. 체리가 익을 무렵에는 흥겨운 축제도 열린다고 한다.
탐스러운 살구의 도시
말라티아 여행 첫날, 예실유르트라는 마을의 한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대접받았다. 예실유르트의 ‘예실’은 녹색을 뜻한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식당은 연한 녹음에 둘러싸여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준비한 음식이 쉴 새 없이 식탁에 올랐다. 대여섯 가지의 빵, 서너 가지의 치즈, 올리브와 각종 채소, 살구 잼과 직접 벌치기를 해서 얻은 꿀, 호박튀김, 살구와 체리 등등. 이만한 건강 밥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료의 싱싱함이 느껴졌다. 터키 동부 지방 사람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전언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먼 길 달려온 손님을 위해 아침부터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했나 싶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른 테이블에서 정다운 대화를 곁들여가며 식사 중인 어느 남녀의 상차림을 엿보았더니 2인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양과 종류 모두 푸짐했다.
2 말라티아의 재래시장에서 삽을 비롯한 다양한 연장을 판매하는 가게. 3 넴루트 산에서 내려와 샨르우르파로 향하는 도중 우연히 마주친 여자아이. 4 말라티아를 대표하는 과일 살구.
말라티아가 간직한 풍경의 백미는 시내에서 차로 30~40분 떨어져 있는 레벤트 협곡이었다. 직각에 가까운 바위 절벽과 귀부로 다듬은 듯한 바위 기둥이 서늘한 감동을 자아냈다. 지금이야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1,400m에 이르지만 6,500만 년 전 협곡은 바다였다. 어느 순간 거대한 융기 현상이 일어났고, 길고 긴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작용을 겪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현지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레벤트 협곡에는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28개의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지질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말라티아의 옛 시가지에서는 대상들의 숙소였던 케르반사라이가 흥미로웠다. 대상이란 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먼 곳으로 다니면서 특산물을 교역하는 상인의 집단을 의미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이 사라진 오늘날 케르반사라이의 역할도 바뀌었다. 소박한 예술이 숨 쉬는 공방으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에브루 작업실이었다. 터키 전통의 에브루는 마블링 기법의 일종이다. 물이 담긴 네모난 철판 위에 유성물감을 떨어뜨리고 송곳처럼 생긴 도구로 모양을 만든 다음, 종이를 물 위에 덮으면 물감이 묻어난다. 물과 기름과 종이의 상호작용에 전문가의 손길이 합세하니 순식간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5 래프팅과 트레킹의 명소인 토흐마 협곡. 6 샨르우르파의 성스러운 연못. 한 아이가 바닥에 엎드린 채 연못의 물을 얼굴에 끼얹고 있다. 7 토흐마 강 주변에는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숯불에 닭고기와 토마토를 굽고 있는 모습.
말라티아를 떠나기 전 들른 도심 속 재래시장에는 요즘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들이 버젓이 자리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대장간이었다. 벌겋게 달궈진 쇠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선 사내들이 번갈아 망치질을 해댔다. 땅, 땅, 대장간의 망치 소리가 저잣거리에 울려 퍼졌다. 노련한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 탄생한 도끼와 삽 등의 연장이 대장간 벽면에 가득했다.
수십 대의 재봉틀이 줄지어 늘어선 신발 수선 가게,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냄비와 솥단지를 만드는 주물 가게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일정의 제약 때문에 말라티아에서 가장 맛있다는 케밥 식당에 들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8 예실유르트의 식당에서 아침식사 중인 남녀.
시장에 울려 퍼지는 망치 소리
말라티아에서 샨르우르파(Sanliurfa)를 향해 가는 도중 넴루트(Nemrut) 산을 찾았다. 세찬 바람을 뚫고 해발 2,150m의 넴루트 산 정상에 오르니 50m 높이의 돌무덤과 거대한 조각상들이 시야를 막아섰다. 이곳의 유적은 콤마게네 왕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1세에 의해 조성됐다. 신이 되고자 했던 그는 신들과 악수하는 자신의 조각상을 비롯해 대표적인 신들인 아폴론, 제우스, 헤라클레스 등의 조각상을 세웠다. 자신이 건설한 능과 조각상이 결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던 안티오코스의 호언장담은 지진에 의해 물거품이 됐다. 조각상의 머리 부분이 몸통에서 떨어져 내렸고, 조각상이 앉아 있던 의자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신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욕망은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9 말라티아 재래시장의 과일 상점. 10 다채로운 빛깔의 향신료와 터키식 디저트.
샨르우르파 곳곳에는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아브라함이 태어나 자랐다는 동굴을 둘러본 후 인근에 위치한 ‘성스러운 연못’에 다가섰다. 연못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온다. 아브라함이 지역에 만연한 우상숭배를 비난하자 격노한 지배자는 그를 화형에 처할 것을 명한다. 불길이 아브라함을 덮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불은 돌연 연못으로 변하고 화형에 쓰인 장작은 물고기로 바뀌었다. 직접 들여다본 연못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닐었고, 연못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11 수십 대의 재봉틀이 줄지어 늘어선 말라티아의 신발 수선 가게.
아치형의 건물 내부에 둥지를 튼 재래시장에 들어섰다. 좁은 통로를 따라 상점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는데, 화려한 문양과 색깔의 스카프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유난히 많았다. 한쪽에서는 말라티아의 재래시장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차게 타오르는 불꽃으로 동판을 달구는 초로의 표정에서는 장인의 숨결이 느껴졌다. 망치 든 손을 부지런히 놀리는 사내의 얼굴 또한 사뭇 진지했다. 시장 입구의 노천카페에는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터키식 홍차인 차이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거나 카드놀이를 하며 게으른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Travel Information
가는 길 터키항공이 매일 인천~이스탄불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한다. 비행시간 약 10시간 50분. 이스탄불에서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까지는 국내선 비행기로 각각 1시간 20분,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넴루트 산은 말라티아에서 차로 3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날씨 각 지방마다 기후가 다르지만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편이다. 여름은 고온 건조한 반면, 우기인 겨울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호텔 말라티아의 숙소 중에는 아네몬 호텔(www.anemonhotels.com)이 깔끔하다. 샨르우르파에서는 힐튼 가든 인(hiltongardeninn3.hilton.com)을 추천할 만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노중훈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여행 칼럼니스트다. 처음 가본 도시인 말라티아와 샨르우르파의 재래시장에서 요즘 여간해서는 보기 힘든 대장간을 만나 반가웠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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