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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어떤 단맛을 좋아하세요?....'맛있는 에세이' 단맛 편

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중에
누구나가 다 좋아할 맛을 고르라면
단연 '단맛'이 1등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풀사이 가족분들은 단맛,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어린시절 먹던 왕사탕?
아니면 달달한 뽑기의 추억?

그러고보니 단맛에 대한 기억
유독 다른 맛들보다 어린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그만큼 단맛에 대한 사랑은 어린시절부터 시작됐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충치가 생긴다며 단것을 단속하던
엄마의 야단을 뒤로한채
몰래 먹던 뽑기가 주는 긴장감도.

놀이기구를 타러 가서 솜사탕을 먹는 것인지
솜사탕을 먹으러 놀이기구를 타러 가는 것인지 모를만큼
신나고 달달했던 솜사탕의 기억도.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단맛'에 대해 조명해보았습니다. ^^ 

함께 보시죠~. 


입안의 네 가지 맛
때때로, 단맛

우리의 혀에 즐거움과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미각 중 짠맛, 쓴맛, 단맛, 매운맛에 대한 네 가지 감상을 모아봤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어르신들 들으면 혀 차실 이야기지만) ‘내 인생의 맛’이라는 게 몇 개는 생기는 법이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노오란 카스테라가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혀 안에서 녹아들던 그 순간, 맹맹하고 끈기 없는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 음식이란 게 어리둥절한 맛을 낼 수도 있구나 생각했던 그 여름, 호기롭게 입에 집어넣은 삼합으로 입안 전체에 불꽃놀이가 벌어졌던 그 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에 저들보다 단단히 박힌 맛의 기억이 있었으니 바로 ‘뽑기’다.
 뽑기 아저씨가 동네에 나타나면 우리는 십 원짜리 동전을 들고 육상선수처럼 내달려서 아저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연탄불 위의 작은 국자에 흰 설탕이 소복이 올려지고, 그게 캐러멜처럼 녹아 찐득해지면서 예쁜 갈색이 되면 곧 시간차 공격처럼 소다가 뿌려지고 뽑기는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곧 철판으로 다이빙, 둥근 판으로 눌러지면 금세 바삭한 갈색 사탕과자로 탄생.

어린 나이에 설탕이 1분 사이에 과자가 되는 그 광경은 한마디로 마술 그 자체였다. 지금 생각하면 ‘변신’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처음 눈으로 경험한 때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뽑기를 앞니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뇌까지 그대로 직진하는 달콤한 맛의 충격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머리에 따듯한 알전구가 켜지듯 나른하면서도 따듯한 행복감이 느껴지는 그 달달했던 맛.

그런데 문제는 달달한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 유난히 충치가 많았던 나에게 단 음식은 금지 음식이었고 뽑기는 그 대표 선수급이었다. 뽑기의 황홀한 단맛은 엄마의 야단으로 곧 씁쓸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맛의 황홀함을 잊지 못해 몰래 몰래 숨어서 먹다 보니 이상하게 나에게 단맛은 죄책감과 함께 샴쌍둥이처럼 한 몸이 되어버렸다. 

충치를 잊을 나이가 되자 다이어트가 죄책감과 한 쌍을 이루고, 몸 걱정할 나이가 되자 당뇨를 비롯한 건강염려증이 죄책감과 또 한 쌍을 이루어 단맛과 죄책감은 파트너 체인지를 하며 끈질기게 나를 달콤한 죄인으로 만들었다.   

엄마의 젖을 쭉 빨 때 최초로 느끼게 된 맛이 단맛인 걸 생각할 때 달콤한 맛은 어쩌면 우리 인간들에게는 최초의 맛이자 영원히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맛이지 않을까? 사실 짠맛이나 신맛, 쓴맛은 엄격히 얘기하자면 학습되는 맛일 것이다. 소금을 처음 먹었을 때, 식초를 처음 먹었을 때, 씀바귀를 처음 먹었을 때 ‘아, 맛있네!’라고 느끼지는 못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맛에 대한 여러 경험이 쌓이면 이런 맛의 깊이를 느끼게 된다. 그것에 비한다면 단맛은 본능적인 맛이다.

길들여지는 맛도 아니고 깨닫게 되는 맛도 아닌 본능적으로 ‘땡기는’ 맛. 본능적이라는 것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학습된 것도 깨닫는 것도 아니니 제어할 길이 없다. 그래서일까? 가끔 단맛은 엉뚱하게도 나를 인생의 깨달음으로 이끈다.

단맛에 무방비로 혀를 내주었다가는 다른 맛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 그러니 ‘때때로’ 달아야 한다고. 무덤덤하고, 짜고, 시고, 쓰디쓴 맛의 와중에서 찾아온 단맛을 반겨야 한다고. 그래서 단맛은 ‘때때로’일 때 더 달콤하고 행복하다고.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글로 읽는 음식에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다독가이자 다식가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