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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무주 덕유산 첩첩산중, 올가 "유기농 사과" 농장 탐방기~

이번 설 차례상에서 사과랑 배랑 많이 드셨나요? ^^
(아..올해도 과일은 금값이었습니다만... ㅠㅜ )

그런데 혹시 "유기농 사과" 드신 분도 계신가요? 'ㅁ'

저런;; 아마, "유기농 사과"를 드신 분은
많지 않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과일 농사 중에서도 유독 어렵기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유기농 사과 농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농약, 저농약 사과는 많아도 
유기농 사과는 만나기 어려운 편인데요. 

풀무원의 친환경식품전문점 올가(ORGA)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유기농 사과를 만나실 수 있답니다. ^^ 

정말 귀하다는 그 유기농 사과, 
어떤 사람이 어떻게 재배하고 있는 것일까요? 

농약 한 방울 치지 않은
진짜배기 유기농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올가 유기농 사과 명장을 만나기 위해  
무주 덕유산 첩첩산중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 

함께 보시죠~. 스크롤 고고~. 

무주 덕유산 햇볕, 바람이 사각사각,
정말 귀한 올가 유.기.농 사과

막 두 돌로 접어든 윤이가 사과를 먹는다. 
제 얼굴만한 크기의 빨간 사과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는 오물오물. 
턱받이에는 침 반, 사과 즙 반. 아, 예뻐라. “껍질 째 먹여도 돼?” 
“유기농 사과래. 껍질을 뱉지도 않고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쟤가 먹고 있으면 나도 따라 먹게 된다니까.” 
아니, 사과가 ‘유기농’이 있다고? 정말?!  

1 올가 유기농 사과. 유기농 사과 농사는 과일 농사 중에도 유독 어렵기로 꼽힌다.


농약 없이 사과를? 말도 안돼!
유기농 쌀도 있고, 그 힘들다는 포도, 복숭아, 배도 유기농이 있는데 사과는 늘 ‘친환경’으로 뭉뚱그려진다. 그나마 무농약 재배도 드물어 대부분 저농약이다. 
유기농 사과 농사는 과일 농사 중에도 유독 어렵기로 꼽힌다. 사과의 당분 때문에 재배하는 내내 병충해와 격렬한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란다. 사과 알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는 탄저병은 기본이고 사과점무늬낙엽병, 사과혹진딧물 등 별별 이름의 벌레와 병이 끊임없이 찾아 온다는데 듣고만 있어도 온 몸이 가렵다. 농약을 치지 않고는 배겨낼 재간이 없을 만도 하다. 많은 농부들이 시도조차 않거나 저농약에서 만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 꼽아 기다렸던, 올가 ‘사과’ 마이스터
2007년부터 시작된 올가의 마이스터 중에도 사과 부문은 쏙 빠져 있었고, 4년이 흐른 작년에야 비로소 사과 마이스터를 찾았다. 올가 마이스터는 장인 정신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명장을 이른다. 생산물의 재배 환경, 품질, 안정성은 물론 농업 철학, 환경에 대한 애정 등 올가 상품팀과 안전팀이 내건 깨알 같은 항목들을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니! 이런 제도를 만든 올가도 그렇고 그간 스스로 원칙을 만들고 지켜온 마이스터라는 이도 그렇고 남다르게 까다롭기는 매한가지인 듯싶다. 

2 꽃사과나무(수분수)의 사과 열매. 3 사과나무 밑에 은색 반사 필름을 깔아 열매 아랫부분까지 햇볕이 잘 가도록 한다.


깊은 산속 사과나무엔 사과 별이 반짝
전남 무주 덕유산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다. 한계령처럼 높고 구불구불한 고개를 세 개나 넘었는데, 마을 어귀에서 생산자 김영주 씨를 만나자마자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비포장 오솔길을 타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아이고, 사과밭이 아니라 사과산으로 가는구나. 
멀미를 참으며 마침내 도착한 곳은 무주군 무풍면 덕유산 첩첩 산중. 겹겹의 산이 마치 아이를 품에 안듯 산비탈을 따라 쭉 늘어선 사과나무들을 감싸고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 때문일까. 빨간 사과도 별처럼 빛날 수 있다는 걸 이날 처음 알았다. “해발 550m입니다. 주변에 다른 밭이 없어 유기농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지요. 이곳은 일교차가 10℃ 이상 차이가 나서 사과 재배의 최적지에요. 우리 사과가 당도가 높고, 식감이며 저장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건 이런 이유도 한몫 합니다.” 김영주 씨의 설명이다.

4 사과 표면에 붙은 뿌연 것은 화학 농약을 대신하는 친환경 제제인 석회보르도액. 5 해발 550m 덕유산에서 자라는 이곳 유기농 사과는 당도가 높고, 식감이며 저장성이 좋다.


내 몸이 아파서 끊었어요
사과 농사만 20년째라는 김영주 씨가 본격적으로 친환경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저농약, 무농약을 거쳐 유기 재배는 벌써 5년째다. 그가 농약 한 방울도 안치는 유기농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몸이 아파서 못 치겠어요.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남에게 먹으라고 그럽니까.” 두통이 말도 못하게 심했단다. 입맛도 없고 차츰 무기력해졌다. 병원을 찾았지만 별 해결책이 없었다. 나중에야 농약 중독이라는 걸 알았다. “농약을 치다 보면 농부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걸 느끼게 됩니다. 대개, 일주일, 열흘에 한번씩 치는데 그때마다 농약으로 목욕을 해요.” 
설마 했는데 농약을 멀리하자 거짓말처럼 온몸의 통증이 사라지고 눈앞이 맑아졌다.  


약 끊고 시작된 유기농 공부
현재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잔류농약 검사항목은 240개. 이는 곧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생장촉진제, 착색제…, 또 이들 약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약효증진제 등이 240개나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손만 뻗으면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싸고 효과 좋은 농약을 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전국유기사과연구회 회원들끼리 모여 공부하고 정보도 나눕니다. 무농약 사과는 50여 농가, 유기농 사과는 10여 농가쯤 됩니다. 대구사과연구소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고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사과밭 이곳 저곳은 김영주 씨의 유기농 공부 연습장이고 실험실이다.  

6 해발 550m 덕유산에서 자라는 이곳 유기농 사과는 당도가 높고, 식감이며 저장성이 좋다.


무주 유기농 사과의 한해살이
이곳의 한해 사과 농사는 3월 가지 치기로 시작한다. 4월 중순쯤이면 나무에 꽃이 피는데 이때부터 열매를 너무 많이 맺지 않도록 꽃을 솎아주고, 4월 말부터는 열매도 솎아낸다. 본격적인 여름 더위에 앞서 병해충을 막기 위해 친환경 제제로 나무를 소독하고, 나무 근처의 풀도 깨끗이 베어낸다. 사과가 본격적으로 익기 시작하는 7월부터는 사과 알이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가지를 다시 쳐주고, 이파리도 따준다. 나무 밑에 은색 반사 필름을 깔아 열매 아랫부분까지 햇볕이 닿도록 하는데, 이래야 사과가 고루 빨갛게 잘 익는다. 8,000여 그루의 나무에 달린 사과 알들을 하나씩 살펴가며 그늘이 지지 않도록 방향을 이리저리 돌려 준다. 홍로는 9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했고, 부사는 10월에 수확을 시작한다. 다른 사과 농가에서는 30년생이 넘은 나무에서도 수확을 하지만, 맛이며 색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이 댁에서는 15년에서 20년생까지만 키운다. 아깝지만, 농사를 잘 지으려면 욕심을 버려야 한다. 


회백색 사과 잎, 무성한 잡초…
사과나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잎이 회백색이다. 사과 알에도 뿌연 것이 묻어 있다. 농약을 대신하는 친환경 제제인 석회보르도액의 흔적이다. 사과나무 가지마다 한 뼘 길이의 끈 같은 것이 매달려 있는데, 벌레의 번식을 막는 교미교란제다. “유기농법으로 완전히 막는 건 불가능해요. 그저 피해가 최소화되기를 바라는 거죠.” 제초제를 치지 않아 밭에는 풀이 무성하다. 제초제를 대신하는 것은 사람의 손과 땀. 8,000여 평 산비탈 위 사과나무 사이를 수시로 오가며 허리를 굽혀 손으로 베고 뽑는다. 올 여름 독하게 내리 꽂히던 뙤약볕을 떠올리니 헉 소리가 나온다. 풀도 유기농이어서 다시 밭으로 들어가 땅을 기름지게 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7 꽃사과나무(수분수)의 사과 열매. 8 올가 유기농 사과 마이스터 김영주 씨.


내 사과만을 위한 친환경 수제 이유식
사과밭 옆 커다란 탱크들에는 은나노 활성수, 미생물액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모두 병충해를 막기 위해 김씨가 직접 만든 친환경 제제들이다. 산야초, 한방약재를 알코올에 몇 달 동안 우려 살충제와 기피제도 만든다. 화학 비료를 사다 쓰지 않으니 퇴비며 천연 액비(액체 비료)도 직접 만든다. 퇴비는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축사의 분뇨를 사와 만드는데, 맥반석, 한방 영양제, 맥반석과 게르마늄도 섞어준다. 고소한 깻묵도 좋은 비료다. 
화학 비료와 화학 영양제 대신 친환경 수제 이유식(!)을 먹고 자란 이곳의 사과 맛은? 사각사각 소리부터 껍질까지 맛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수확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과 알이 한창 맛이 들어가던 그때 불어닥친 태풍으로 전체 수확량의 무려 1/3에 달하는 사과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쳐 김씨의 시름이 깊다. 


그래서, 어떤 사과를 원하세요?
사과가 몸에 좋은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유기농 사과라면 말해 무엇하랴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과일 값이 부담스러운데 유기농까지는 엄두가 나질 않는다. 
“너무 힘이 드니까 아내는 이제 유기농 사과는 그만하자고 해요.” “저농약, 무농약 정도도 괜찮은데 왜 유기농을 고집하세요?” “내 자존심이에요. 나도 못 먹는 걸 누굴 주겠어요. 생산자는요, 소비자가 하라는 대로 합니다. 소비자가 크고 흠 없이 예쁜 사과만 찾으면 약을 쳐서라도 그렇게 만들어요. 소비자들이 크기며, 모양, 색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줄여주면 좋겠어요. 그게 바로 소비자 스스로의 건강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은 왜 가공식품 속 MSG에는 발끈하면서 농약과 화학 비료로 사과를 키우는 일에는 너그러울까. 커피 값 5,000원은 부담스럽지 않은데 왜 사과 값, 유기농 사과 값은 자꾸 비싸게 느껴질까. 사람들 아니 내가 왜 그러는지 좀 생각해봐야겠다.   

글을 쓴 한정혜는 자유기고가다. 본지에서는 ‘산지를 들여다본다’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풀무원의 거의 모든 산지를 두루 돌아보고 있다.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간간이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