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duct/제품 메이킹 스토리

[어묵수사대 Episode 8] 오, 한 점의 흠 없는 순결한 어묵이여!...순살어묵이 태어난 비밀의 방 ‘클린룸’

전편다시보기 
[어묵수사대 PSI Episode 7] 이건 어묵도 아니고 면도 아니여....
  

지난번 풀반장이 K씨를 은밀히 만났던 그 주차장으로 
어묵수사대가 탄 밴이 진입하고 있었다. 

먹먹한 어둠속에 듬성듬성 주차된 차량들이 눈에 띄었다.   

운전대를 잡은 풀반장은 오늘 유달리 수다스럽다. 
좋은 기분을 숨기지 못한다는 표시다.

사실 풀군도 흐뭇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수사는 일본까지 오가는 등 스케일이 커진 데 반해 
내용상으로는 힘든 일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납치에 마피아에 사이코패스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던 
지난번 스노우앤 수사에 비하면 이건 정말 거저먹기 아닌가? 
[스노우앤 수사대가 기억나지 않으신다구요? 복습하기!]


오늘 이곳,
비밀연구소에서 K를 만나 완벽한 어묵을 향한 청사진,
가칭 <프로젝트 ’순살‘>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면 
이번 수사는 마침표를 찍으리라. 

다시 말하자면 24시간 이내에 비밀은 풀릴 것이라는 얘기다. 

비밀연구소답게 최소한의 조명만이 켜져 있고 
건물 진입 엘리베이터 입구는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수사대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약속시간 1분전. 


이제 K가 흰 가운 자락을 휘날리며 다가와 
우리에게 안대를 씌우고 내부로 데려갈 터였다.

- ....................?

그 순간 불안의 기운이 두 사람 사이를 감돌았다. 
정각임에도 불구하고 K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평소 행태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였다.
어둠 한 구석에서 빛줄기가 나타났다.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여자였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영문을 모른 채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그림자는 재빨리 다가왔다.

- 풀반장이시죠. 그리고..
- 풀군입니다. K...K는..? 

풀군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끊었다.
아까의 상쾌한 기분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K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는 단 하나. 
‘자신의 죽음, 그리고 연구소에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을 때’ 
뿐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온 사람이다.

혹시...?

- K는 지금 여기에 올 수 없습니다. 
- 왜죠?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 ...걱정마세요.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두 사람은 멈칫했다.

- 하....하지만, 우리는 K이외의 사람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단호한 말투의 풀반장이었다. 

- K는 이 완벽한 어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에요.

흠칫. 여자가 두 사람을 돌아보며 쏘아붙였다. 

-이봐요, 반장님. 완벽한 어묵을 위해 K하고만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가요?

쏘아보는 여자의 눈빛에 두 사람은 한 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 지금 K가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한지도?

몇 분 후, 수사대는 묘령의 여인이 안내하는 대로 건물 안 복도를 걷고 있었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흰 복도는 이곳이 과연 연구소 건물이 맞나 싶은 생각을 심어주었다.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한 생각이 
풀반장과 풀군, 두 사람의 뇌리에 함께 스칠 즈음.
복도 끝에 커다란 통유리가 나타났다. 

통유리 앞에 다가서자 발밑까지 유리, 공중에 떠 있는듯한 난간이었다.
탁 트인 시야 앞에 낯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광경이 펼쳐졌다.

얼핏 보면 공장 같은데....뭐지 이 어색한 느낌은.....?

- K! 저 사람 K아닌가요! 

풀군이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풀반장은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인적 없는 그곳에 흰 우주복(?)차림의 사람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과연, 세 발자국 정도 걸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뭉친 어깨를 푸는 모습.

K가 틀림없다. 


- 뭐야, 연구 시설 시찰 중인가 본데요. 괜히 걱정했네요. 왜 약속장소에 안 나왔지?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시찰은 무슨. K는 지금 징계중이라구요. 한동안 저 방에서 못 나올 걸?
- 저 방이 뭔데요? 
- 아니야, 풀군, 잠깐만요. 

풀반장은 흥분 일로인 풀군을 저지했다. 

- K가 뭔가 잘못 했습니까?

여자는 짧고 속삭이듯 이 한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 클린룸 Clean Room 이에요. 프로젝트 ‘순살’의 핵심 시설 중 일부죠. 

풀반장과 풀군은 혼란에 빠져 클린룸이 무엇인지 급히 머리를 쥐어짰다.

그래서였을까,
나지막이 덧붙인 여자의 마지막 한마디는 듣지 못하고 만다.


- ...K는 이 모든 걸 망칠 뻔 했고 말야. 

[풀군‘s수사수첩] 
순살어묵이 태어난 비밀의 방, 
‘클린룸(Clean Room)’에 대한 비밀 보고서 


클린룸. 말 그대로 해석하면 ‘깨끗한 방’입니다. 
물론 모든 식품들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기준 아래 생산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늘 크고 작은 위생관련 사건이 끊이질 않지요. 


신선식품인 식재료들이 사람의 손과 기계를 통과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체념하기도 합니다.  


어묵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생선살에 포함되어 있는 지방과 단백질의 산패가 빠른 데다
각종 부재료(채소, 양념 등)도 익히지 않은 재료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빨리 상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최적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려면 두 가지 길 밖에 없겠지요?


1. 보존료와 산화방지제를 듬~뿍 넣어준다.
2. 세균이나 미세먼지 등을 원천 차단해 완벽한 조건아래 생산한다.


네네, 당연히 2번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먹거리의 중요성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리고 양심에 따라 제조공정을 선택하다보면 답은 하나뿐입니다. 


이미 풀무원은 2004년부터 ‘풀무원샘물’을 클린룸에서 생산하면서
세균이나 미세한 먼지를 원천차단했는데요. 어묵 생산에도 이 시설을 채택했습니다.


요즘 헤파 HEPA필터가 장착된 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대인기이지요?


이 필터는 기존 청소기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작은 먼지는 물론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99%이상 제거하는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린룸은 쉽게 말해 공장이면 공장, 연구소면 연구소 공간 전체를 밀폐해
그 내부 공기를 이 헤파필터로 통과시킵니다.
벽 전체나 천정 전체에 매립하는데, 이 걸러진 공기 안에서 제품을 생산합니다. 


물론 미세 먼지 뿐 아니라 세균도 없애며,
식품 품목에 따라 실내의 온도, 습도, 기압,
심지어는 공기를 어느 방향으로 흘릴지도 제어합니다. 


시설별로 원하는 규격이 다른 만큼 등급과 종류가 다양한데,
클래스 CLASS로 표기합니다. 

카메라 렌즈 등을 생산하는 정밀기기 산업용 클린룸은 먼지 제거에 좀 더 집중하고,


실험실이나 식품 관련 산업에서는 세균과 박테리아 제거에 더 특화된 클린룸을 씁니다.


클린룸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도 만만치 않습니다.
옷을 두 번 이상 갈아입고 특수복을 입어야 하며,
손 등 노출부위 세척과 건조는 물론 에어샤워까지 마쳐야 합니다. 


대충 고무장화만 신고 머리 풀어 헤친 채로 작업하는 공장들과 비교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차이가,
완성된 제품 (그래요, 어묵!)에도 당연스레 나타나게 됩니다.




- 다음 편에 계속


[어묵수사대 PSI : 어묵 누구냐 넌...]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