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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수사대 PSI Episode 3] 수사대, 시모노세키항에서 길을 잃다 - 일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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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수사대 PSI Episode 2] 필리핀, 태국, 서양에서도 어묵을 먹는다고?


풀군의 시선은 아까부터, 아니 이미 몇 시간 전부터 풀반장의 손 언저리에 머물고 있었다.
어제 수사실로 건네졌던 기밀서류 봉투를 꼭 쥐고 있는 그 손.
눈치코치로 지금껏 살아왔던 풀반장, 이 뜨거운 눈빛을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바로 그 때, 풀반장은 풀군을 바라보았다. 모든 생각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이.

- 서류, 보고 싶지요?

....약올리나. 순간적으로 풀군은 반장을 노려보았다.

- 됐구요, 이 배가 대체 어디로 가는지나 알고 싶네요.
-...........끼...
-뭐라구요? 지금 저한테 욕하셨죠! 왜죠? 반장님만 믿고 정체모를 배를 탔는데.
  어디로 가는지 알 권리조차 없단 말입니까? 

핫, 언성이 너무 높아졌어, 하며 말을 멈추는데 풀반장이 고개를 갸웃댔다.

- 시모노세키. 일본 시모노세키 항구로 간다고 했을 뿐인데요.

아, .....세키........
하지만 무던한 풀반장은 풀군이 급반성이라는 글자를 이마에 새기건 말건
쳐다보지도 않고 움직였다. 부욱. 서류봉투를 뜯는 소리다.

- 이걸 봐요.

풀반장은 봉투 안에 있던 종이를 한 장 들이밀었다. 알록달록했다. 엥? 달랑 한 장?

출처: 일본어육협동조합(全国かまぼこ連合会) http://www.zenkama.com/


- 이..........이게 뭔가요?
- 어묵 지도입니다. 
- ??? 아니 잠깐. 어묵이야 우리 일이니 그렇다 치고....
   세계 평화와 아시아 연대를 위한다면서 웬 일본 지도만 달랑 있는 거죠?
- ...지금 당장은 아무 말씀도 못 드립니다.

아놔. 그럼 난 왜 데리고 온 거야.
힐끔, 눈치를 보던 풀반장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요즘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평화는 찾아보기 힘들지요.
   독도 문제도 그렇고, 센카쿠 또는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가 대표적 아닙니까?

헉, 점점 아리송해진다.

- ....결국 평화는 바다에서부터 무너졌어요......
  일단 여기까지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일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지도를 보면서 최대한 많은 일본 어묵들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풀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배까지 탄 이상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 그런데 참 오만가지 모양의 어묵이 존재하네요. 
- 그렇죠? 그게 왜 그런가 하면요.............

풀반장의 목소리 뒤로 희미하게 철썩이는 바다물결소리가 들렸다.
일본에 닿기까지 남은 시간은 두어 시간. 

그에 비해 파악해야 할, 
지도를 물들인 어묵은 너무도 많았다..........

일본에는 왜 그리 다채로운 어묵이 있을까?


*풀군의 수사수첩 :

섬나라의 선물

사실 이토록 다양한 일본 어묵은 당연한 두 가지 사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다.
둘째, 생선을 즐겨 먹는다. 

생선을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했지만 일본인들의 식성이 이와 잘 맞아서,
좀 더 다채로운 요리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죠.
같은 섬나라인 영국에서 기껏해야 피시앤칩스만 줄기차게 해먹는 동안,
일본은 어묵만 해도 수십 가지를 만들어냈다고 하면....영국 사람들 화내려나요?


어묵에도 장인정신이!
항구에 고기잡이배가 생선을 잔뜩 싣고 들어옵니다.
어묵가게에서 새벽 이른 시간, 이 신선한 생선들을 사가지요.
그날 팔 어묵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과 장인정신을 가지고, 
지방마다 아직도 건재하게 살아있는 이 작은 ‘수제 어묵’가게들은
가까운 바다에서 갓 잡은 생선으로 어묵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만든 어묵이 다 떨어지면 문을 닫죠. 
상상할 수 없이 신선한 맛과 비밀스러운 조리법을 지니고 있지만
당연히 대량 생산은 어려운 방식이랄까요?
그 지방에서 잘 잡히는 생선을 재료로 쓰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똑같은 수제 어묵을 만들래도 만들 수가 없고요. 


찌고, 굽고, 튀기고.
동그랗게 빚고, 나뭇잎 모양 틀에 찍어내고, 꽃모양을 내고.
가게마다 참 다양하답니다.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찍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어묵은 국물을 넣고 폭폭 끓여 오뎅으로 많이 먹는데요,
간사이 지방은 어묵 자체의 맛을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간을 슴슴하게 합니다.
그래서 국물 색깔도 맑아요. 
간토 지방(도쿄가 있지요)은 짙은 색에 간도 비교적 세답니다.
어묵도 간사이 지방은 재료로 어묵맛을 승부하는 편이고
간토 지방은 오밀조밀한 양념맛을 비결로 세우는 집이 많습니다.
게가 많이 잡히는 홋카이도나 사이타마에는 게살로 만든 어묵이 많아요.
도쿄에서는 상어고기(네, 바로 그 죠스 맞습니다)어묵도 먹습니다. 


궁금증이 점점 커져가지요?
수사대가 이 수많은 어묵들을 직접 탐방해서 찍어 보낸다고 하니,

그동안 상상력을 키워보도록 하지요. 



- 다음 편에 계속


[어묵수사대 PSI : 어묵 누구냐 넌...]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