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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제품 메이킹 스토리

[어묵수사대 Episode 7] 이건 어묵도 아니고 면도 아니여..생선보다 밀가루가 많이 든 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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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수사대 PSI Episode 6] 한국어묵과 일본어묵의 가장 큰 차이는?


배는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풀반장과 풀군은 출렁이는 밤바다를 보며
각자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일본에서의 시간은 그야말로 총알처럼 지나갔다. 

진짜 총알을 본 적이 없는 풀군은,
그것이 비비탄보다 200배는 빠를 것이라 생각하며
조용히 사진을 넘겼다.
일본에서 만난 희안꼴랑한 어묵들의 사진들이었다.

어떤 어묵 분류에 넣어야 할지 몰라 따로 챙겨두긴 했지만
정말 혼자보긴 아까운 놈들이었다.
(어묵수사대 Episode 9-일본 번외편에서 공개 예정!)

가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데
풀반장의 얼굴은 진지하기만 했다. 

“반장님, 그래봤자 어묵인데 그만 릴랙쑤 하시죠?”
“......................그래봤자.....라뇨.”

헙.

“아 죄..죄송합니다..그렇죠 우린 어묵수사대니까...”

황급히 말을 돌리고 있는데 풀반장이 불쑥,
종이 한 장을 눈 앞에 들이밀었다.

“반장님, 눈알 베겠어요!”
“...잘 보세요.”

숫자로 뒤덮인 표는 얼핏 보아 해독을 할 수 없는 암호표 같았다.
그러나 그 숫자들 중, 퍼센트(%) 표시가 된 빨간 숫자들만은
누가 봐도 명확한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

풀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이게 진짭니까?”

풀반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아니, 난 눈앞에서 직접 보기 전엔 믿을 수 없어요.”
“...지금 성분표들 보고 있잖습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묵인데...”

“...밀가루가 더 많이 들었죠?”
“왜죠? 좋고 나쁘고를 떠나 좀 당황스럽네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가는 겁니다.”
“어딜요?”

“.....K씨가 있는 곳으로.”
“K씨라면.....?!” 

배는 천천히 나아갔다.

풀반장은 며칠전 K씨와 나눈  
어두운 주차장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다. 

#주차장 : 어묵과 밀가루의 불편한 동거  

어둠이 깔린 넓은 주차장엔 
오직 두 사람 뿐이었다. 

주위를 살피며 풀반장이 먼저 입을 뗐다. 

풀: 어묵에 밀가루를 많이 넣는다고 들었다. 

K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K: ....사실이다. 
풀: 대체 밀가루가 왜 필요한가? 어묵은 생선맛으로 먹는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짧게 내뱉는 K씨.   

K: .......밀가루가 생선살보다 싸다..... 
풀: 그럴 줄 알았다! 

K: 내가 넣은 게 아니니 열 내지 마라. 

풀: 굳이 원가 절감이 이유라면 다른 재료도 많지 않은가?
K: 생선살은 온도 변화에 민감한데, 보관 중 수분이 빠져나갈 경우 급속도로 선도가 떨어진다.
    밀가루나 전분을 넣으면 이 증상을 좀 막아준다. 그리고 사람의 입맛 때문이기도 하다. 

풀: 사람의 입맛이 어때서....?
K: 밀가루는 튀기면 맛이 고소해지지 않는가. 그 맛을 어묵 맛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한국 어묵 대부분이 튀긴 어묵인지도 모른다. 


엊그제 포장마차에서 먹은 어묵의 고소한 맛이 떠올랐다. 
풀반장은 내심 찔렸다. 
옷깃을 바짝 올리며 말을 슬쩍 돌려보는 풀반장.  

풀: 그럼, 어묵들이 그렇게 국물을 잘 빨아먹고 퉁퉁 붓는 이유는 뭔가...?
K: 그것도 밀가루 때문이다. 라면 불듯이 밀가루 조직이 수분을 끌어당겨 그렇게 불어난다.
    순살 비율이 높으면 그렇게까지 퉁퉁 불지 않는다.
    끝까지 쫄깃한 조직 맛을 즐길 수 있단 이야기다.
    일본에서도 밀가루와 전분 비율이 너무 높으면 고급 어묵으로 치지 않는다.


풀: ...성분표를 잘 뒤집어 봐야겠다. 순살 비율이 많아야 좋은 어묵이겠네.
K: 물론이다. 70% 이상이 순살이면 고급어묵으로 친다.
    그리고 이 비율은 어묵의 맛과 품질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풀: ...밀가루가 많아도 고소하긴 하다고 하지 않았나? 맛 차이가 그렇게 나나?
K: 순살 비율을 줄이고 밀가루를 넣으면, 당연히 생선 맛이 덜 나고 밍밍해진다.
    밀가루 맛도 나겠지?
    이 구멍을 메우려고 당연히 첨가물이나 인공향, 조미료 등을 많이 넣게 된다. 


풀: 흠. 피부 나쁜 여자가 화장으로 숨기는 딱 그 짝이군.

K: 그래서 우리는 성공했다.
    밀가루는 아예 넣지 않고, 전분을 한자리 수 %로 극력 줄인 어묵 개발을.


풀: 그게 가능한가??? 

K: (씨익) 물론. 다만 한꺼번에 다 알려고 하지 마라. 곧 눈앞에 들이밀어 줄 테니. 

말을 마친 K씨는   
주차장을 총총히 떠났다. 



- 다음 편에 계속


[어묵수사대 PSI : 어묵 누구냐 넌...]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