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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왜 한국인은 매운맛을 좋아할까?....매운족발, 매운치킨, 불닭, 매운짬뽕....!!

언젠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다룬 글을 보았는데요.

한국인의 한식 문화 중
외국인들이 종종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매운 날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ㅎ_ㅎ

사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날고추만으로도 충~분히 매운데 
그 고추로 만든 고추장에 그 매운 고추를
또 찍어 먹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죠. @,@


한국인의 독특한 매운맛 문화~! 

지금도 매운족발, 매운치킨, 불닭, 매운짬뽕 등등
생각만해도 침이 넘어가고,
한입 삼키기만해도 온몸의 땀구멍이 열리는듯한 느낌이 드는
음식들이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것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매운맛을 사랑해왔는지 느껴지시죠?

자~ 그럼
과연~ 한국사람들의 매운맛 사랑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요?

그 시작을 찾아
우리 모두 함께 "매운맛 비긴즈~!!"

입안의 네 가지 맛
고추장엔 날고추를

우리의 혀에 즐거움과 놀라움을 가져다주는 미각 중 짠맛, 쓴맛, 단맛, 매운맛에 대한 네 가지 감상을 모아봤다.    


따지고 보면 기겁할 일이다. 기름에 지진 전병을 다시 올리브유에 찍어 먹는 짓이나 식초를 홍초에 타서 마시는 일과 다름없다. 8월말 늦은 여름휴가를 필리핀 바닷가에서 보냈다. ‘마따붕까이’ 해변은 발음이 주는 느낌처럼 경쾌한 곳이었다.

3박 4일 내내 피부를 굽고 스쿠버 다이빙만 했다. 책은 한 줄도 읽지 않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리조트여서 한국 음식이 제공됐다. 젊은 필리핀 요리사 ‘찰리’는 제법 한식 흉내를 냈다. 다만 궁금한 게 있었다. 날고추를 시뻘건 고추장에 찍어 우적우적 먹는 한국인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날고추와 고추장이 오르지 않은 밥상이 없었던 걸로 봐서, 한국인들의 컬트적인 고추 집착증은 찰리도 충분히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매운 맛’이란 표현은 형용모순이다.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미각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된 맛은 ‘우마미’, 감칠맛이지 매운맛은 아니다. 매운 건 자극이며, 고추는 미뢰에 작용하지 않고도 미뢰를 마비시킨다. 어쨌든 혀를 자극하면 맛이 아니냐고? 청양고추를 갈라 피부에 문질러보라. 

매운맛이 실은 매운 자극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소금이나 홉(맥주에 쓴맛을 더하는 첨가물)은 문질러도 괜찮다. 요즘 컬트적인 매운맛 문화를 생각하면 17세기 중반에 쓰인 <음식디미방>에 고추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양반가 안동 장씨 부인이 남긴 그 요리책에 후추, 천초(지금도 한약재로 쓰인다)가 향신료로 언급될 뿐 고추는 씨앗 한 톨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니 고춧가루 없이 만드는 ‘산갓김치’의 맛을 아무리 상상해도 감이 안 올 수밖에. 300년 동안 참 많이 바뀌었다.

라면부터 떡볶이까지 매운맛이 한국 음식의 매력이라는 이미지가 자꾸 만들어지고 유포된다. DNA에 캡사이신이라도 포함된 건가? 2000년대 초반 ‘불닭’이 유행이었다. 고추장과 설탕 범벅의 닭요리 위에 캡사이신 분말을 흠뻑 뿌려냈다.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맑게 솟아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나와 같이 15분 줄서서 입장한 다른 손님 수십 명도 연신 눈물, 콧물을 닦고 있었다. 

사람들이 갈구하던 건 매운맛이 아니라 자극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본질적으로 도박사의 아드레날린 분비나 마약의 쾌감, 복어 독의 맛과 같은 자극 말이다. 궁극의 매운맛이 뭐냐고 누군가 물었다. 필리핀 바닷가에서 날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우적거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나를 죽이지 않는 적절한 자극일 게다. 한국인은 참 바쁘게, 힘들게 산다. 상처를 잊게 해주는 모르핀처럼, 자극을 찾아 헤맨다. 혀마저 그런 것 같다. 자극은 본질적으로 늘, 더 강한 자극으로 향한다. 부디 매운맛은 혀가 자살하지 않을 정도로만 즐기시길.

글을 쓴 고나무는 <한겨레> 주말 섹션 esc에서 음식 기사를 썼다. 기사 쓰기가 재미있을 수 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더 끌린다. 2011년 맥주를 소재로 한 첫 책 <인생, 이맛이다>를 펴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