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 있어 소금은 너무도 중요한 존재인데요.
소금으로 내는 맛.
다시 말해 짠맛은 같지만
짠맛을 음식에 사용하는 방식이나
짠맛을 맛보는 방식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다르다고 하네요.
조화로운 짠맛을 추구하는 한국인과
짠맛의 결정적 경계를 터트리고자 하는 서양인의
짠맛에 대한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잘 모르시겠다구요?
후후~
그럼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맛있는 에세이 - 입안의 네가지 맛> 중 짠맛 편을 보시면 그 궁금증이 풀릴 거에요~
덧. 글 속에 있는 안초비 덩어리가 올라간 피자의 맛이 궁금한 1人
입안의 네 가지 맛
한국인의 짠맛
피에르 가니에르라는 걸출한 셰프가 한국에 식당을 연 사실은 미식가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 식당의 헤드 셰프 인터뷰가 많은 매체에 실렸다. 그 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아마도, “한국 손님들의 당신 음식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하는 질문이었을 게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이건 내 상상이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
“내 어떤 음식을 짜다고 하는데, 그건 오해다. 집중된 맛과 짠맛은 다른 것인데 말이다.” 그는 못내 섭섭하다는 뉘앙스였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한국인의 짠맛에 대한 이율배반을 그는 모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해물의 짠맛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조개 육수를 우려서 농축한 다음 소스에 섞었다. 조개 육수는 원래 짜다. 그걸 농축했으니 더 짜다. 그 셰프는 그 맛을 ‘조개가 가지고 있는 맛의 총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 손님의 다수는 단순히 짠맛의 과잉으로 이해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한국의 음식은 서양 음식보다 대개 싱겁게 여겨진다. 맛의 복합미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달콤 짭짤하거나 새콤 달콤 짭짤 같은 맛으로 표현되는 걸 좋아한다. 김치는 신맛과 짠맛이 조화롭고, 겉절이는 단맛과 짠맛이 섞여 있다. 국물 요리는 매운 맛과 더해져서 짠맛이 중화되거나 두드러지지 않는 반면, 서양 요리에서 짠 요리는 짠맛을 끝까지 표현한다. 짠맛의 결정적 경계를 터뜨리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 피자 중에 나폴레타나가 있다. 이 피자의 핵심은 안초비다. 그 짜디짠 안초비를 찢지도 않고 그대로 대여섯 필레를 피자 위에 척척 얹어낸다. 한국인들은 그걸 씹다가 거의 뱉다시피 한다. 세상에, 이렇게 짠 걸 어떻게 먹는담! 짠 안초비가 그 자체로 맛의 봉우리를 드러내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그 안초비를 곱게 갈아서 골고루 피자 위에 뿌려주면 잘 먹는다. 안초비가 짠 건 소금 때문이다. 같은 양의 소금을 단지 갈아서 뿌렸을 뿐인데 이렇게 결과가 달라지다니!
그것은 안초비를 갈았을 때의 짠맛이 피자의 구수한 맛,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과 두루두루 중화되었기 때문이다. 피에르 가니에르의 식당에서 조개 육수를 우린 후 농축하지 않고 묽게 소스를 썼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훨씬 반응이 좋았을 것이다. 같은 양의 짠맛을 먹게 되더라도 도드라지는 짠맛이 적으므로 한국인은 만족스럽게 그 요리를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맛이란 우리의 혀를 속이는 기술이다.
순수한 소금 두 숟갈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그 정도의 소금이 들어간 김치찌개 한 냄비나 짬뽕 두어 그릇을 먹을 사람은 많다. 요리사들이란, 사전적으로 간을 보는 사람이다. 그 간이란 결국 소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소금에 걸린 맛의 운명을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인정하곤 한다.
“음식 참 간간해서 맛있네.”
글을 쓴 박찬일은 이태리에서 요리를 공부했으며, 서울의 몇몇 식당을 거쳐 최근까지 홍대 앞 이태리식당 <라꼼마> 셰프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보통날의 파스타> <어쨌든, 잇태리> 등이 있다.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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