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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여름, '이토록 뜨겁게 차가운' 보리차의 매력.....보리차 끓이는 법!

요즘 물 어떻게 드세요?

냉장고에 페트병째 넣어두었던 생수?
아니면 새로 장만한 정수기에서 나오는 시원한 냉수? 
그것도 덜 시원하여
그 물에 얼음까지 퐁당퐁당 띄워서 드시곤 하시죠? ^^   
 

그런데 왠지~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 중에는
보리차를 손수 끓여 드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 


주전자에 보리를 한 움큼 넣고
보리차를 팔팔 끓여서 

큼직한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차게 식혀두었다가~  
벌컥벌컥~ 마시는 그 맛~! 


그런데 보리차를 끓이는 방법에도
왕도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여름호에
끓여서 식힌 차가운 매력의 음료,
보리차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 실려 소개합니다. :)

그시절 보리차 특유의 향과 맛을 떠올리며
읽어 내려가시면 재미가 두배!! ㅎㅎ

보리차를 끓이는 비법도 찾아보세요~. ^ ^

맛있는 에세이 - 여름의 맛
이토록 뜨겁게 차가운  

비오는 날 부침개가 생각나듯 여름이 오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음식이 있다. 땡볕과 더운 바람에 지친 우리의 미각을 깨워줄 뜨겁고 시원한 여름의 맛, 네 가지.


‘앗, 뜨거워!’ 엄마 옆에 껌처럼 딱 붙어있던 나는 커다랗고 누런 양은주전자 안에서 펄펄 끓는 보리차를 보려고 기어이 얼굴을 들이대고는 훅 끼치는 뜨거운 기운에 그만 데이고 만다. 

햇빛이 가스 불처럼 이글이글 타는 한여름, 엄마의 아침은 보리차를 끓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버튼만 누르면 얼음이 와르르 쏟아지는 정수기는커녕 냉장고마저 비좁아 냉수 먹기도 녹록치 않던 시절. 

이렇게 아침부터 펄펄 끓던 보리차를 담은 양은주전자는 수돗가의 빨간 ‘다라이’에서 적당히 식혀진 후, 유리병에 담겨 냉장고로 직행. 방과후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자마자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은 보리차를 

꺼내어 마시면! 목을 뒤로 한껏 제치는 맥주 광고 부럽지 않은 시원함과 짜릿함을 느꼈다. 누군가 나에게 ‘여름의 맛’을 묻는다면 단숨에 이 냉보리차를 떠올릴 만큼. 뜨겁게 끓었다 식은 차가움은 그냥 차가움과는 다른 것 같다. 

이를테면 차가운 물에 우린 보리차나 녹차는 이렇게 한번 절절 끓였다 식힌 차가움과는 그 깊이가 다른 느낌이다. 물론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겠지만, 냉보리차의 핵심은 물이 끓으면 구운 보리를 한 움큼 넣고 적당히 끓인 후 식히는 것인데, 보리를 처음부터 넣고 끓이면 구수함이 지나쳐 탄 맛이 나니 물이 끓은 후 그걸 몇 분간 끓이며 우려내느냐인데…. 너무 짧게 끓이면 구수함까지 못 미치는 애매한 맛이 나고, 너무 끓이면 그야말로 쓴 커피맛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맛의 운명은 순전히 엄마 손에 달린 일. 달지도 않고 맹맹하지도 않고, 적당히 구수하면서 차가운 그 맛은 내가 아는 어떤 여름의 맛보다도 시원하다.

 게다가 얼음 몇 개 넣은 유리컵에 차가운 보리차를 부으면 컵 표면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히면서 뿌옇게 되는데, 그걸 손으로 문지르는 느낌이란 또 얼마나 짜릿한지! 여름방학이면 차가운 마룻바닥에 배를 깔고 ‘탐구생활’을 뒤적이며 냉보리차를 홀짝거리는 것이 즐거운 여름의 기억이었는데, 이제는 정성스레 보리차를 끓이고, 식히고, 차갑게 유리잔에 담아내는 시간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어릴 때는 알 수 없는 맛들이 있는 것 같다. 

이를테면 달콤 쌉사름한 맛. 오랜 시간 발효되어 머리가 멍해질 만큼 시큼하고 기분 좋게 비린 맛, 혀가 얼어붙게 매운 맛, 첫 맛은 쓰지만 그 끝에 희미하게 다가오는 단 맛. 

내 경험에 의하면 ‘시간’이 들어간 음식들은 어른이 되어야 그 맛의 끝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여름의 맛도 그런 것이 아닐까. 끓이고 식혀 천천히 만들어진 차가움. 그리고 담담하고 담백한 맛. 올 여름에는 나도 엄마처럼 양은주전자에 보리차를 천천히 끓이며 여름 아침을 맞아야겠다.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글로 읽는음식에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다독가이자 다식가이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