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18도~20도.
여름철 26도~28도.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권장하는
계절별 실내 적정온도인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_+
이런 온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박물관입니다~!
세계 8대 기적 중 하나인 진시황 병마용갱 속 유물들이
출토 후 공기와 햇빛에 노출되자마자
몇시간 만에 색이 모두 바래져버렸을 정도로
오래된 유물들일수록 온도 관리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박물관의 적정 온도는
과연 몇 도일까요?
궁금하신가요?
궁금하시면 쭈욱~ 따라오세요~. ㅎㅎ
박물관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 드립니닷.
박물관은 지금 몇 도일까?
한겨울 박물관은 몇 도까지 난방 온도를 올릴까? 우리 몸에 알맞은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는 섭씨 18~20도, 적정 습도는 40퍼센트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피부만큼 연약한 유물과 작품들이 있는 박물관의 실내 온도는 얼마일까?
세계 8대 기적 중 하나로 불리는 중국 진시황의 병마용갱 속 병마용(흙을 구워 만든 실물 크기의 병사와 말들)들은 모두 테라코타색이다. 발굴 당시에만 해도 울긋불긋 갖가지 색이 칠해져 있었지만 출토 후 공기와 햇빛에 노출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모두 바래져버렸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발굴을 중단했고, 지난 1974년 첫 발견 이래 지금까지 발굴과 중단을 거듭해오고 있다. 먼 옛 그곳과는 다른, 지금의 환경은 수천 년의 시간을 버텨온 옛 물건들에게 이토록 치명적이다.
바깥세상과는 다른 온도, 습도, 빛, 공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옮겨간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유물이나 작품이 주는 풍경에 더해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면 그건 바깥세상과는 다른 온도, 습도, 빛, 공기 때문일 것이다.
소장품의 소재에 따라 이런 영향을 덜 받기도 하지만 박물관 운영에 있어 온도, 습도, 빛, 공기 관리는 기본이다. 우리를 둘러싼 물건들(옷, 신발, 가구, 책, 그릇 등)이 닳고 낡고 상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히 유물을 제대로 잘 보존하려면 적정 온도, 적정 습도를 반드시 지켜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박물관들은 항온, 항습 설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있고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큰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온도: 소장품을 이루고 있는 재료들(흙, 나무, 종이, 철 등)은 대부분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된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빠르게 손상되기 때문에 대개 낮은 온도에서 보관된다. 온도가 급격하게 변하면 수축과 팽창의 변동 폭이 커지고 결국 재료의 물리적 손상 원인이 되기에 일정한 온도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부분의 박물관에서는 전시실이나 수장고의 온도를 섭씨 20도를 기준으로 하여 재질별로 ±4도로 유지하고 있다.
⋄습도: 습기는 유물이나 작품을 손상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건조한 겨울과 달리 습한 여름 장마철이면 눅눅해지는 책과 이곳저곳에서 피어나는 곰팡이를 떠올려 보길. 습도는 온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온도에 따라 수축, 팽창하는 건 결국 공기 속 습도 탓이다. 나무로 된 소장품은 습도가 낮으면 수축하여 갈라지는 등의 물리적 변화가 쉽게 일어나고, 금속제 소장품은 습도가 높으면 녹이 스는 등의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종이와 섬유도 습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미생물에 의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금속이나 도자기, 유리 등은 40~50퍼센트, 종이나 천, 나무류는 50~60퍼센트, 필름류는 30퍼센트 선으로 습도를 유지한다.
⋄빛과 공기: 빛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파장에 따라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이런 빛들은 소장품 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소장품을 위해서는 빛이 없는 상태가 가장 좋지만 관람을 위해서 그럴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박물관 전시실의 조명은 일반의 여느 장소보다 어둡고 최소한의 빛만 비추도록 하고 있다. 박물관 등 전시공간에서 플래시 사진 촬영을 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박물관협회나 미국조명학회 등에서는 박물관 조명 기준을 정해 놓고 있으며, 박물관에는 퇴색 방지 형광등 등 전용 조명을 설치해야한다.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대기오염은 우리 건강은 물론 소장품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소장품을 유리관 등 밀폐된 공간에 넣어 두는 방법이 권장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뮤지엄김치간, 김치움의 온도는?
박물관은 ‘세상 온갖 만물을 소장한 장소’이니 만물의 성격에 따라 적정 온도와 습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다면 김치와 김장이야기가 모인 뮤지엄김치간의 온도는 어떨까? 수백 년 된 과거의 유물과 현대 작가들의 미디어 아트 작품 등 옛 것과 지금의 것이 두루 전시되어 있는 뮤지엄김치간의 실내온도는 여느 박물관과 비슷한 섭씨 24도이다, 딱 한 곳만 빼고. 그곳은 바로 ‘김치움’!
‘김치움’이란 겨울철에 김장독을 넣어 두기 위해 만든 움을 말하는데, 뮤지엄김치간 안에도 ‘김치움’이라는 공간이 있다. 갖가지 김치와 세계 곳곳의 절임채소가 전시된 이 방의 실내온도는 섭씨 18도. 김치가 진열된 투명 냉장고는 섭씨 5도이다. 아무리 맛있게 담근 김치라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금방 시거나 무르기 때문에 보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김치 보관 온도는 한겨울 땅속 온도인 섭씨 1~5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김치움’의 실내온도는 그곳에 전시된 김치와 김치를 보러 온 관람객들을 위한 상징적인 온도인 셈이다.
김치로 살아보는 오감체험을 위하여
‘김치움’에 들어섰을 때 마치 김치가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뮤지엄김치간의 전시 의도를 적극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김치움’ 안쪽 벽면에 있는 영상은 김치가 발효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특수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고, 톡톡 소리를 내며 공기방울이 터지는 소리는 실제 김치가 발효할 때 나는 소리이다. 여기에 섭씨 18도라는 온도까지 더해지니 ‘김치로 살아보는’ 오감 체험 공간이 된다. 박물관의 온도는 이처럼 박물관 소장품을 지키는 필수조건인 동시에 드라마틱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흥미로운 요소가 되기도 한다.
사진. 톤스튜디오
도움말. 풀무원 ‘뮤지엄김치간(間)’ 설호정 관장
글을 쓴 한정혜는 음식과 문화, 환경 속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글을 짓고 알리는 일을 한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맛있게, 일하기.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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