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힘든날.
떠오르는 엄마의 얼굴.
뭐든 다 이해해 줄 것만 같고
뭐든 다 해줄 것만 같은 기분.
오늘 소개해드릴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책 역시
그런 엄마와 딸의 마음을 담고 있는데요.
작가 공지영씨가
딸 위녕을 응원하며 쓴 글들을 모아 엮은책이거든요.
이제 독립을 앞두고 있는 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인 만큼
딸을 향한 수많은 이야기들 가운데에는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는
27가지 초간단 요리법도 포함돼 있답니다.
왠지 힘들고 우울한 날
엄마가 전해주는 메시지를 닮은
이 책 속의 레시피를 따라해보시는건 어떨는지?
딸에게 주는 레시피
“눈물이 날 것 같아.” 친구가 읽어보라며 건넨 책의 표지에 그려진 건 단발머리 소녀의 뒷모습. 소녀를 둘러싼 아련한 복숭아빛 바탕에 적힌 글에 괜스레 두근거렸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너는 소중하다고. 너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일을 절대로 멈추어선 안 돼.”
하루 종일 우울한 날 따라해 봐
별 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하는 날, 그 때문에 실은 하루 종일 우울한 날, 화가 머리끝까지 뻗치는 날, 그냥 다 그만두고 망가져버리고 싶은 날, 그런 날엔 우선 생리일이 다가왔나 체크해봐야 한다. 고양이털 개수만큼 많은 시간들을 살아온 엄마의 말씀인즉, 호르몬의 힘은 생각보다 무지막지하고 슬프게도 이건 현실이니까. 그 다음엔 무조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 이건 정신의 문제이니 그 문제를 다시 정신으로 풀려고 하지 말고 슬쩍 우회해서 육체를 건드려야 한다. 그리고 엄마의 레시피를 따라해 볼 것!
딸 위녕을 응원하는 글들을 모아
<딸에게 주는 레시피>(공지영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는 작가 공지영이 이제 독립을 하고 어쩌면 새 가정을 꾸밀 날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딸 위녕을 응원하며 쓴 짧은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자립을 한다는 것은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포함되기에 작가는 딸이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고 가장 의미 있게 살아낼 수 있도록 힘이 될 만한, 짧게는 5분, 길어야 15분을 넘기지 않고 뚝딱 완성되는 27가지 음식들의 초간단 요리법을 들려준다.
형편 닿는 대로의 건강한 레시피들
“힘들어, 엄마”라고 말하는 딸에게 엄마는 인생이 쉽고 행복하기만 한 것이라고 누가 네가 말했더냐며, 세상은 네 생각만큼 공평하지 않다며 매운 훅을 연이어 날리지만, 이내 눈을 깜빡이는 딸을 감싸 안으며 부엌으로 이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레시피들은 익숙하고 단순하며 건강하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자유롭다. 파르메산 치즈가 없으면 배달 피자에 딸려온 치즈가루를 뿌려도 된다. 취향껏, 형편 닿는 대로,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패스! 단, 올리브유 대신 포도씨유나 현미유도 괜찮지만 유전자 조작한 옥수수유 같은 것은 권하지 않는다. 엄마를 떠난 딸이 너무 바빠서 혹은 너무 가난해져서 먼 훗날 신선한 요리 하나도 해 먹을 수 없다고 해도,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일을 절대로 멈추어선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소녀, 원숙한 소녀를 위한 책
엄마는 고백한다. “어린 너희들이 무얼 하려고 할 때, 에구 이리 내놔, 엄마가 해줄게, 라는 말을 하지 않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런 엄마가 그간 담아둔 이야기를 풀어 놓는 건 이제 “늘 네 옆에 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 바보인 내 친군 이 구절에서 훌쩍였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과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책, 친구, 여행, 엄마의 사랑과 추억, 후회와 실수, 감동들을 공유하게 된 딸은 엄마가 옆에 없어도 충분히 씩씩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걸었던 순간순간들을 기억한다는 건 정말 멋지고 소중한 일일 테니까. 갖가지 팁이 풍부해 요리책으로도 나무랄 데 없지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소녀, 어느새 엄마가 되어 고군분투 중인 원숙한 소녀들이 읽어도 좋겠다. 엄마와 딸 사이의 관계에 대한 레시피로도 유용할 테니 말이다.
사진. 톤 스튜디오
글을 쓴 한정혜는 음식과 문화, 환경 속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글을 짓고 알리는 일을 한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맛있게, 일하기.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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