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나요?
번역을 하자면 '밥집'쯤이 될텐데요.
그렇다면 밥집은 무슨 뜻일까요?
또 좋은 밥집은?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맛있는 에세이 - 나의 단골 밥집 편'에 글을 쓴 고나무 기자가 쏟아낸 질문들인데요.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밥집은 집밥을 떠올리게 하고
좋은 밥집은 집에서 먹는 밥과 같은 음식을 내어주는 곳이다'라고 했더군요.
풀사이 가족분들이 생각하는 '밥집'이란..
그리고 '좋은 밥집'이란?
같이 한번 생각해 볼까요?
나의 단골 밥집
이탈리안 밥집
혼자 가도 무안하지 않고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 곳, 집은 아니지만 따뜻한 ‘집밥’ 같은 한 끼를 내어주는 곳. 여러분이 각별하게 생각해온 소중한 단골 밥집은 어디인가요?
이탈리아 토스카나 출신의 남녀가 있었다. 둘 다 언론인이었다. 둘 다 카메라를 만졌다. 일과 상관없이 사람과 음식을 좋아했다. 좋아해서 시작한 저널리스트 일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방전된 북치기 인형처럼 열정이 사라진 모습을 발견했다. 이탈리아를 잠시 떠나기로 했다. 다양한 외국 음식을 맛보고 싶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왔다. 한국의 남도 음식부터 북한 음식까지 두루 맛봤다. 이탈리아 남녀는 토스카나로 돌아가 한국식당을 열었다. 상호를 한국말로 ‘Bapjip’이라고 달았다.
위에 쓴 문단은 지어낸 것이다. 그러나 사실에 기반해 있다. 윗글에서 두 남녀가 한국인이며 그들이 간 곳이 ‘이탈리아’라는 사실만 교체하면 대략 맞다. 김정훈, 강수연 씨가 낸 식당 이름이 ‘비스트로 달고나’이고,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점도 윗글과 다르지만 ‘좋은 밥집’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혹시 이 비유법이 뜬금없다고 느껴졌다면 용서하시라. 내가 어린 시절 먹고 자란 음식이 아닌 외국의 음식을 만드는 식당에 대해서도 기꺼이 한국말 단어 ‘밥집’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밥집을 정의하는 요소는 국적과 무관하다는 점을 비유로 알리고 싶었다.
나는 ‘밥집’이라는 말에서 곧장 ‘집밥’을 떠올린다. 집밥은 팔기 위해 만들지 않는다. 나와 가족이 먹으려고 만든다. 아들과 딸이 먹는 음식에 조미료를 넣는 엄마와 아빠는 없다. 도매업체가 갖다 준 음식 재료가 아니라 시장에서 직접 사온 재료로 만든다.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만드느냐’가 집밥을 가르는 기준이며, 좋은 밥집이란 그런 집밥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비스트로 달고나’의 ‘까치우꼬 알라 빠델라(Cacciucco alla padella)’가 딱 그렇다. 바지락과 제철 해산물로 만든다. ‘쏙(갯가재)’의 철이 지나기 전에 방문해야 쏙, 홍합, 바지락, 숭어가 내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파스타는 기본을 지킨 맛을 내며 양도 많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김정훈 씨가 직접 만들어 설치한 난로 옆에서 온기까지 쬐면 ‘이탈리안 밥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싸고 대충 만들어 많이 팔아야 이윤을 얻는다는 피곤한 효율의 시대에, 기본의 맛은 깊다. 따뜻하다.
글을 쓴 고나무는 <한겨레> 주말 섹션 esc에서 음식 기사를 썼다. 기사 쓰기가 재미있을 수 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더 끌린다. 2011년 맥주를 소재로 한 첫 책 <인생, 이맛이다>를 펴냈다.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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