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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나의 단골 밥집 - 이태원, 어느 타코 마니아의 고백

한번 상상해 볼까요?
집에 밥은 없고, 뭘 시켜먹기는 싫을때~
갈만한 우리동네 맛집은?!

쉽게 떠오르는 분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그럴겁니다.

"딱히..."

그렇다면 이태원은 어떨까요?
ㅎㅎ 맛집 천국! 갈만한 곳 천국!
하지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가봐요~

수천개는 될 것만 같은 음식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지만
이국적 내음이 물씬 풍기는 메뉴들로 가득해
혼자 질리지 않는 맛있는 한끼를 하기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요.

그러다보니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간단히 한끼하고 싶을 때 김밥을 찾듯
이곳에서는 타코를 찾을 수 밖에는 없다는 사실!

본의 아니게 타코 마니아가 되어버린
단골집 실종, 이태원 거주자의 단골집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나의 단골 밥집
타코 마니아의 고백 

혼자 가도 무안하지 않고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 곳, 집은 아니지만 따뜻한 ‘집밥’ 같은 한 끼를 내어주는 곳. 여러분이 각별하게 생각해온 소중한 단골 밥집은 어디인가요? 

내가 살고 있는 이태원에서 단골 밥집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수천 개는 될 것 같은 음식점들이 층층이 들어서 있는 동네지만, 이럴수록 혼자 맛있는 한 끼를 질리지 않게 자주 드나들며 먹을 수 있는 집이란 더 드문 것이다. 관광지에 사는 주민의 비애랄까. 타고 나온 스쿠터 위에 앉아 메뉴를 궁리한다. 올해부터 고기를 먹지 않는 터라 나의 선택지는 더 줄어들었다. 그래서 어제도 갔는데, 민망하지만 오늘도 간다. 점심메뉴는 또 타코와 브리토. 스쿠터에 시동을 걸고 동빙고동 캐피탈 호텔 앞의 ‘씨릴로’라는 타코집으로 향한다. 

타코와 브리토는 ‘토르티야’라고 부르는 밀 또는 옥수수로 만든 얇은 반죽에 여러 가지 속을 넣어 만든 멕시칸 요리다. 우리나라의 구절판, 프랑스의 크레페, 베트남의 월남쌈과 비슷한 구성의 음식이랄까. 타코는 잘게 썬 토마토와 양파에 라임이나 레몬즙을 더해 만든 살사와 고수잎, 그리고 강한 향의 멕시칸 양념에 절인 고기나 새우, 생선을 넣어 반을 접어 먹는다. 거기에 매콤한 칠리소스가 더해지기도 한다. 브리토는 이 타코를 기본으로 볶음밥과 콩을 으깬 것을 더한다. 타코는 한 입에 넣고 먹을 수 있고, 브리토는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의 사이즈다. 밥과 새우 혹은 생선, 채소와 양념이 한군데 말려 있는 브리토는 나에게는 이태원 스타일의 김밥이다. 손에 들고 간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 동네 최고의 메뉴다. 심지어 김밥집보다 타코집 찾기가 더 쉬운 이태원이니 정말 이태원의 김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타코 마니아가 되었다. 게다가 때마침 몇 달 전부터 이태원에는 타코 전쟁이 벌어졌다. 이태원에 내가 아는 것만 일곱 개의 타코집이 있다. 여기뿐 아니라 홍대와 가로수길도 타코 전쟁 중이다. 그리고 모든 경쟁이 그렇듯 이 타코 전쟁의 발발 덕분에 우리나라 타코의 질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물론 타코 마니아인 나도 누군가 멕시칸도 울고 갈 타코집 열 곳과 소박하고 담담한 밥집 한 곳 중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밥집을 고를 것이다. 이태원으로 이사 온 후 타코며, 완탕면이며, 톰얌쿵 같은 외국발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다가 무섭게 살이 쪄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내가 서울 속 외국, 이태원에만 살지 않았더라도 찌지 않았을 이 살들이여. 
타코집은 이 정도로 되었으니 이태원에도 이제 진짜 동네 ‘밥’집의 은총이 깃들길 간절히 바란다. 

글을 쓴 이주희는 대학시절 영국 시골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며 요리의 재미를 발견했다. 광고회사를 그만둔 뒤, 발칙한 요리 에세이 <이기적 식탁>, 고양이에게 보내는 연서 <이기적 고양이>를 집필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