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도 부담없고
마음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을
자주 찾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곳은 '단골집'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오게 되죠?
크기가 작아도
메뉴가 많지 않아도
상관없는 단골집.
풀사이 가족분들의 단골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작디작은 4.5평 우동집이지만
마음에 딱 맞는 곳이라며 너무도 좋아했던
어떤 사람의 단골집을 살짝 엿보고
각자의 단골집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 않으시겠어요?
덧. 오늘부터 풀반장도 단골집 만들기에 돌입!
나의 단골 밥집
4.5평, 우동집
혼자 가도 무안하지 않고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 곳, 집은 아니지만 따뜻한 ‘집밥’ 같은 한 끼를 내어주는 곳. 여러분이 각별하게 생각해온 소중한 단골 밥집은 어디인가요?
“오늘은 재료가 다 떨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100m 결승지점을 통과하듯 빠르게 문을 밀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단골집에서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엄청난 패배감이 밀려오면서 참았던 위액이 분출되고 만다. 그래도 이 집을 매번 찾게 되는 이유는 ‘4.5평 우동집’이 내 ‘단골집’에 대한 이상향의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단골집의 이상형은 이렇다. 일단 동네에 있는 작은 곳일 것. 단골집이 맛집 순례처럼 기행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 또 동네에 있으니 당연히 ‘츄리닝’과 ‘쓰레빠’ 착장도 창피하지 않은 곳일 것. 갖춰 입고 가야 하는 격식이 필요한 집은 단골로 삼기에는 일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평범하면서도 깊은 맛을 지니고 있을 것.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식당이 내가 사는 부암동에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생겼을 때, 나는 누군가 내 비밀스러운 소원 하나를 들어준 것 같아 속으로 ‘우와~’ 하고 환호성을 질러댔었다.
이 식당을 발견한 건 퇴근 무렵의 어느 저녁. 늘 비어있던 가게에 노란 불빛이 켜졌고 유리창에는 흰 천이 팔랑거리고 있었는데, 그 위에 투박한 손글씨로 ‘우동’이라는 두 글자만 크게 쓰여 있었다. 처음 본 순간 대단한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어,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헉, 길고 좁은 테이블 3개에 작은 주방. 반쯤 보이는 주방 너머로 보이는 큰 솥 2개. 하얀 수건을 머리에 두른 넉넉한 풍채의 주방장 아줌마. 그리고 참을 수 없게 퍼져 나오는 구수하면서도 달달한 우동 국물 냄새.
이후로 이 4.5평 우동집은 퇴근길의 나홀로 저녁식사, 아끼는 사람과의 오붓한 한 끼, 게으름 피우고 싶은 주말의 늦은 아침식사 등 상황과 시간을 달리하며 내 허기진 위와 함께 마음까지 채워주는 단골집이 되었다.
식당 이름 그대로 4.5평의 작은 공간, 밤새 준비한 육수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를 접는 정직함과 기분 좋은 원칙, 청결한 주방, 우동과 유부초밥만으로 단출하게 구성된 메뉴, 그리고 4,000원이라는 착하고 미안한 가격까지. 이 우동집은 단골이라는 말에 담긴 일상성과 따뜻함이 골고루 배인 곳이라서 마음 깊이 아끼고 싶은 곳이다.
혼자 가도 무안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둘이 가면 더 정스러워지는 곳, 하얗고 빳빳한 식탁보의 긴장감 대신 기꺼이 생활의 때를 드러내는 곳. 그곳이 나의 단골 ‘4.5평 우동집’이다.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입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글로 읽는 음식에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다독가이자 다식가이다.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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