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수사대 PSI Episode 1] 어묵과 오뎅은 다르고, 오뎅과 어묵탕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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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잘 찾아냈군요....하긴, 나도 오뎅과 어묵을 같은 것으로 생각했으니...
풀군의 코가 1mm씩 높아지고 있는 것을 포착한 풀반장은 그쯤 해서 칭찬을 멈추었다.
- 그런데 뭔가 부족해요.
풀군은 조용히 풀반장을 바라보았다. 부족하다니, 뭐가?
하지만 기분이 나빠지기는커녕 수사를 향한 피가 끓어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 어묵.......맛있지 않습니까?
.......이게 풀반장의 한계였다. 심각하게 운을 떼더니 갑자기 뭔 소리람.
- 맛...이야 있지요. 어묵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그때 풀반장의 눈이 번뜩였다.
- 바로 그게 문젭니다.
비록 일본이 원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요리가 일본이랑 한국에만 있을 리가 없지요.
- 하지만 외국에서 어묵을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일단 어묵이랑 찰떡궁합인 떡볶이도 없고...정종도 소주도....
쉿.
풀반장은 손가락을 조용히 입술 위에 갖다 댔다. 조용히 하란 거다.
- ......있습니다.
맛은 아직 어떤지 확인 못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어묵의 한 핏줄인 존재들이 있더군요.
풀반장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 그런데 가만. 왜 매번 나만 자료를 조사해야 하지?
이번엔 못 하겠다고 할 거야. 하는 순간 누군가 수사실 문을 두드렸다.
- 네. 들어오세요.
우편물을 담당하는 담당 직원이었다.
- 저....반장님 뭔가 이상한 우편물이 왔는데...아무래도 직접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쭈뼛대며 내미는 우편물에는 붉은색으로 선명히 이런 스탬프가 찍혀 있었다.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국제어묵연구위원회 [기밀 서류]
풉! 풀군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대체 어묵이랑 세계 평화가 무슨 상관이람.
게다가 이 두터운 봉투는 뭐야!
그러나 풀반장의 옆모습을 보고 이내 웃음을 멈추었다.
반장의 표정이 굳다 못해 파리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 저...반장님...그냥 제가 어묵은 조사할게요...
그러나 반장이 듣는지 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미동도 않았다.
- 풀군.
-....네!
-.....준비해요.
- 아, 네, 제가 조사할게요. 세계에 숨어있는 어묵들 찾으면 되는 거죠?
- 그건 물론 해주시고...
엥 뭐야! 더 시킬 게 있단 말인가!
- ....우리, 아마도 곧 배를 타야 할 것 같습니다.
배?
풀군은 자신도 굳어감을 느꼈다.
수사가, 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풀군‘s수사노트 : 필리핀, 태국, 서양에서도 어묵을 먹는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어 녹말이나 밀가루, 채소, 양념 등을 섞어 만든 음식이에요.
이 반죽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찌거나 굽거나, 혹은 튀겨서 만듭니다.
섬나라라서 생선을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일본에서 어묵이 태어난 건 우연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렇게 ‘으깬 생선살을 뭉친’ 음식을 일본에서만 먹는 건 아니랍니다.
전혀 다른 문화와 식성을 지닌 필리핀의 재래시장. 여기선 어묵을 익혀 소스에 찍어 파는 길거리 음식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또 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은 태국이나 동남아 요리, 혹은 서양 요리책에서 종종 피시볼 Fish ball 과 피시케이크 Fish cake이라는 낱말들을 보셨을 거예요.
-피시볼 : 태국 요리에 특히 자주 쓰이는데, 전골인 ‘수끼’에 동동 떠있는 동그란 그 모습. 보신 분들 많지요? 여기선 볶음밥에도 피시볼을 넣는 등, 상당히 즐겨 먹는답니다.
-피시케이크 : 사실 어묵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음식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종종 피시볼과 피시케이크를 혼동해서, 어묵을 이렇게 부르기도 해요. 하지만 피시케이크는, 우리가 가끔 반찬으로 만들어먹는 참치동그랑땡에 더 가까운 모양새입니다. 생선살을 대충 다져서 각종 양념과 채소를 뭉친 다음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팬에 지져내지요.
모든 식문화가 퍼져나가는 경로가 그렇듯, 아직은 둘 다 아시아 이민들이 주로 만들어 먹는 이국적인 요리이긴 하지만 점점 퍼지고 있다고 하네요.
한국도 어묵 사랑에 빠질 수 없죠! 너무 당연하니 들을 필요도 없다구요?
하지만 깜짝 놀랄만한 사실이 있는 걸요.
한국의 무려! 무려!
18세기 요리 문헌에도 어묵과 흡사한 ‘생선숙편’이라는 것이 등장한답니다.
18세기의 어묵(?) ‘생선숙편’ 의 요리법을 살펴볼까요?
“생선을 으깬 다음 녹말을 넣고 치댄다. 참기름과 간장으로 간을 한 후 찰기가 나도록 만든 반죽을 찐 다음 잘라 먹는다.”
호~ 과연 비슷하죠?
그런데 이 모든, 전 세계 어묵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제대로 된 식사’ 에 해당하는 요리라기보다는 술 한 잔과 곁들이는 안주,
혹은 한 그릇 음식으로 가운데 놓고 간단하게 나누어 먹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네요.
어묵은 사람들을 둥그렇게 모이게 한다......위....위아더 어묵....?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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