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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의 시장 '크로아티아의 재래시장'

유럽여행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을 먼저 떠올리는데요.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간직한 유럽에는
이들 국가들 외에도 숨은 보석과도 같은 멋진 나라들이 많이 있답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는 속담이 있듯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이탈리아와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곳.


바로 '크로아티아' 입니다.

발칸반도에 있으며 아드리아해를 끼고
아름다운 섬과 해안 관광명소가 많기로 유명
한데요.
주요 도시의 규모가 작은 덕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관광 명소들을
특별한 동선이 없이도 느긋하게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네요.

그 중에서도 사람사는 내음이 가장 진하게 풍겨오는 곳은
누가 뭐라해도 재래시장~!


한국의 5일장이 생각날 정도로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는 
크로아티아의 재래시장을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의 시장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는 오래 전부터 유럽인들에게 ‘꿈의 여행지’로 불릴 만큼 각광받는 여행지다.
  도시와 자연, 어느 쪽의 잣대를 들이밀어도 눈이 부신데 크로아티아의 매혹적인 풍경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사람이다. 처음 만난 외지인도 오래 사귄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리고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푸근한 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1 두브로브니크의 성벽 위에서 바라본 구시가지 전경. 주황색 지붕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 : 노중훈(여행칼럼니스트)]


수도인 자그레브(Zagreb)를 비롯해 크로아티아의 도시들은 거의 대부분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래서 해당 도시를 처음 찾았더라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기가 매우 수월하다. 시간에 쫓겨 진동한동 다닐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특별한 동선 없이 그저 느긋하게 걷다보면 볼거리들이 알아서 눈앞에 대령할 정도다.


2 반 젤라치크 광장 부근의 꽃 시장. 3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고딕 양식의 대성당.


인정이 넘치는 돌락 시장
자그레브에서 가장 번화한 공간은 반 젤라치크 광장이다. 현지 주민들은 약속 장소로 애용하고, 관광객들은 시티 투어의 출발점으로 삼는 곳이다. 민족 영웅의 이름을 딴 광장은 고풍스런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광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돌락 시장이 자리한다. 1926년 조성된 광장에서 열리는, 자그레브 최대의 노천 시장이다. 아침 일찍 장이 서기 시작해 보통 오후 3~4시쯤이면 상인들이 철수한다. 상큼한 과일과 신선한 고기, 그리고 발칸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 등을 두루 만날 수가 있다. 참고로 아드리아 해를 끼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해산물 요리가 풍성하다. 그중 검은 냄비에 담겨 나오는 오징어 요리는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인접 국가인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맛있는 파스타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도 쉽게 찾을 수 있다.

4 민족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반 젤라치크의 동상.


돌락 시장에는 파라솔을 받친 탁자형 좌판이 즐비하다. 그 위에 수북하게 쌓인 형형색색의 과일과 채소가 시각과 후각으로 사람들을 잡아끈다. 맛도 그만이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유리 지갑의 서민들과 늘 비용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다. 이곳에서 구입한 과일과 치즈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배낭여행자들도 많다. 광장 한쪽에는 상온에서 상하기 쉬운 육류와 어류를 판매하는 실내 시장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또, 시장 주변 골목골목에는 작고 사랑스런 식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관광 인프라가 훨씬 뛰어나다. 유명세를 자랑하는 곳들이 넘쳐나고, 숙박시설이 풍부하며, 도시 간 이동도 편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광대국 크로아티아의 가장 큰 재산은 이 나라 사람들이다. 영어 구사가 자유로운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마음씨가 상냥하고 성격이 쾌활해서 낯선 이방인도 스스럼없이 맞아준다. 돌락 시장의 상인들도 우리나라 특유의 5일장을 자연스레 떠올릴 만큼 인정이 많고 깊다. 친절한 대응은 기본이고 마치 시골 장터의 할머니가 인자한 웃음과 함께 덤을 얹어주듯이 인심을 넉넉하게 쓴다.시장 구경을 마쳤다면 이제 본격적인 크로아티아 여행에 나설 차례. 크로아티아가 간직한 뭍의 풍경 중 건너뛰지 말아야 할 곳이 모토분(Motovun)이다.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트라반도에 위치한 중세도시로, 해발 277m의 언덕에 올라앉은 모습부터가 이채롭다. 경사가 완만하게 이어지는 마을의 조붓한 길을 한 땀 한 땀 짚어 정상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 포도밭과 청신한 숲, 그리고 포도밭 주변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모토분은 세계 3대 진미로 손꼽히는 송로버섯이 많이 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송로버섯은 인공 재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연 생산량도 매우 적어 흔히 ‘식탁 위의 다이아몬드’, ‘요정들의 사과’, ‘버섯의 여왕’ 등으로 불린다. 송로버섯을 넣은 파스타나 리소토에, 역시 이스트라의 특산물인 검은 포도 테란으로 만든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이만한 호사가 없다.


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빛의 물을 보여주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6 두브로브니크의 성벽과 아드리아해의 감동적인 만남. 7 자기 고장 축구팀의 우승을 기뻐하고 있는 흐바르 섬 주민들.



요정의 호수, 아드리아 해의 도시들
이스트라반도의 또 다른 도시들인 포레치(Porec)와 로비니(Rovinja)는 항구에 면해 있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포레치에서 가장 두드러진 명소는 역사 지구에 자리한 에우프라시우스 바실리카다. 원래 있던 성당을 6세기 중반 개축한 경우로, 초기 기독교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 홀, 기도실, 주교 궁 등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으며, 성당의 천장과 벽면을 장식하는 모자이크화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비니 역시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에워싼 항구의 낭만과 자갈이 깔린 골목길의 운치가 포개어져 있는 곳이다. 호수의 물빛이 얼마나 현란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리고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의 산책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당연히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National Park)으로 향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플리트비체에는 모두 합쳐 16개의 호수가 있는데 제일 아래쪽의 호수가 해발 503m, 제일 위쪽의 호수가 해발 636m 지점에 위치한다. 133m의 표고 차는 국립공원 곳곳에 100여 개의 폭포를 만들어 놓았다. 세상을 집어삼킬 듯 엄청난 굉음을 내며 수직으로 낙하하는 폭포가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서 재잘거리며 미끄러지는 폭포도 있다. 폭포보다 더 다채로운 것은 호수의 물빛이다. 물속에 포함된 석회질 성분 때문에 투명한 블루, 옅은 옥빛, 짙은 녹색 등 그야말로 색의 잔치가 벌어 진다. 호수의 요정이 존재한다면 그 요정의 집 주소는 플리트비체여야 마땅하다. 아드리아 해는 지중해를 향해 툭 불거져 나온 이탈리아반도와 크로아티아가 위치한 발칸반도 사이의 바다를 말한다. 아드리아 해를 바라보는 해안 도시들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은 스플리트(Split)다. 스플리트는 로마의 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권좌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내고 싶어 했던 곳인데, 쾌적한 기후와 창창한 바다를 갖춘 이 매끈한 휴양도시에 가보면‘황제의 선택’을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스플리트는 그 자체로도 자족한 여행지이지만, 저마다 뚜렷한 특징을 지닌 인접 도시들을 두르고 있어 더욱 빛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크로아티아 여행의 백미로 국토 남단에 위치한 두브로브니크(Dubrovnik)를 꼽는다.

8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최고 번화가인 플라차 대로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연주 중인 거리의 악사. 9 이름난 휴양도시인 스플리트의 해산물 레스토랑. 10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은 크로아티아는 피자의 맛 역시 빼어나다.


‘아드리아 해의 진주’로 불리는 두브로브니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성벽이다. 모든 성벽의 ‘태생적 운명’과 ‘존재의 이유’가 그러하듯 두브로브니크의 성벽도 다른 나라의 침략에 대비할 목적으로 세워졌다. 10세기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냈고, 13~14세기 보완의 과정을 거쳤으며, 15세기 오스만제국의 위협 아래 증축된 성벽의 길이는 장장 2km에 달한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왜 그렇게도 많은 매체들이 두브로브니크를 숭배하고 격찬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유감없이 제시해준다. 주황색의 삼각 지붕을 얹은 구시가지의 건물들과 그 배후의 푸른 아드리아 해는 잊을 수 없는 색의 대비를 선사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의 잔물결과 항구에 바짝 엎드린 순백의 요트들은 잃어버린 낙원이 바로 이곳임을 웅변하는 듯하다.




Travel Information

가는 길 크로아티아까지 가는 직항 편은 아직 없다.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도시를 경유해야 한다. 크로아티아 내의 여러 도시를 여행할 때는 기차와 시외버스가 유용하다. 크로아티아는 유레일패스(www.eurailtravel.com/kr)통용 국가다. 도시 스플리트에 숙소를 마련한 다음, 인근 도시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권할 만하다. 트로기르(Trogir)는 ‘건축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시대별로 다양한 양식의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시베니크(Sibenik)는 달마티아에서 유일하게 크로아티아 인이 건설한 도시라는 의의를 지닌다. 호텔 5성급 호텔인 힐튼 임페리얼 두브로브니크(www.hilton.com)는 1895년에 지어졌으나 지난 2005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해 시설이 빼어나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노중훈은 지금까지 58개국을 돌아다닌 여행 칼럼니스트다. 늘 풍경보다
   풍경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고 말한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되었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