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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뉴요커의 스트리트패션을 절묘하게 포착한 <사토리얼리스트>

멋진 뉴요커들의 패션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스콧 슈만의 <사토리얼리스트>!

책 이름이 <사토리얼리스트(SARTORIALIST)>라....
처음에 책 제목만 들었을 때는 일본영화 <사토라레>도 생각나고,
뭔가 사이비 과학자,를 뜻하는 용어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더군요. 

뒷골목처럼 보이는 거리에 한 여자가 서있습니다. 인도여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손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참 유행하던 "너 집 나왔니"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는 어마무지한 빅백을 들고, 어라, 그런데 이분이 입은 바지는 엄청난 통바지로군요. 거기다 빠알간 니트모자까지! 흐흡- +ㅂ+  

 패션 스타일에서 엄청난 포스가 느껴지는
이 분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 독특한 패션사진북을 만든 스콧 슈만은 15년간 종사하던 패션계를 떠난 뒤
우연히 뉴요커들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그 사진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주목받은 내용들을 책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지금 그의 블로그는 전세계 패션 블로그 중 가장 영향력있는 블로그 1위라고 합니다.

(풀반장 생각 : 잘키운 블로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읭?) )


뉴요커를 바로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한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책, 묘한 끌림때문에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책~ 이 책을 읽는 법을,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한 필자가 소개합니다. 

시.작.할.까.요?   



  <사토리얼리스트>
 어떤 옷, 좋아하세요?

   500페이지 가득 매혹적인 스트리트 패션이 펼쳐지는 이 책을 먼저 보신 분이 있습니다.



미국에 이런 남자가 있었다. 대학에서 패션 머천다이징을 전공한 그는 15년간 뉴욕 패션계에서 잘 나갔다. 한 때 뉴욕에서 쇼룸을 경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9.11 이후 패션산업이 곤두박질치자 사업을 접고 2년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된다. 아내를 일터로 내보내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는 안 쓰던 사진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짬이 날 때마다 뉴욕 거리를 돌아다녔다. 처음엔, 뭐 이럴 생각까지는 없었다. 어슬렁거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감각은 숨길 수 없는 것인지 그의 눈에는 거리의 패션, 패션 잡지에 나오지 않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패션이 눈에 띄었다. 할렘에서 어시장, 5번가에서 이스트 사이드까지 본능적으로 찍었다. 그걸로 뭘 어쩔 생각은 아니었는데 2005년 우연히 ‘블로그’라는 매체를 알게 됐다. 돈없이도 뭔가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스트리트 패션을 카메라에 담다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
http://thesartorialist.
blogspot.com)라는 이름을 걸고 매일매일 거리에서 기록한 패션 사진을 올렸다. 어라? 날이 갈수록 댓글의 수와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고, 2010년 전 세계 500여 패션 블로그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1위에 올랐고, <타임>지가 뽑은 ‘디자인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었다. 그뿐인가. 그는 거리사진으로 뉴욕 갤러리에서 전시회도 열었고 그 자신 패션 브랜드 GAP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고, 이 블로그의 사진을 모아 책도 내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스콧 슈만이고 그 책이 바로 내 손안에 있는 <사토리얼리스트>(윌북 펴냄)다.


이상한 끌림, 절묘한 포착
이 책이 배달된 순간 나는 세 번 깜짝 놀랐다. 첫째 500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분량. 둘째 (짐작은 했지만) 글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진일색. 셋째 거리에서 옷 잘 입은, 아니 독특하게 매력적으로 입은 사람을 찍은 사람들을 모은 것일 뿐인데 그 파워가 엄청나서 손에서 놓기 힘들었다는 점.

자, 그럼, 한 장씩 넘겨보자.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다. 소녀도 있고 노인도 있다. 패션쇼에서 막 빠져 나온듯한 세련됨도 있고 ‘이건 어느 별에서 온 패션이지?’하고 갸우뚱하게 하는 낯선 아름다움도 있다. 숙녀도 있고 신사도 있다.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도 있고, 백발 초로의 노인도 있다.

쉽게 다음 장을 넘길 수 없는 것은 앞의 사진이 자꾸 뭔가 말을 시키고 있는 기분 때문이다. “네가 본 게 다가 아닌데…”라고. 스콧 슈만의 사진은 ‘이상한 끌림’, ‘절묘한 포착’ 같은 것이 있어서 눈길을 쉽게 뗄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패션계의 이상향인 기아체험을 갓 마치고 나온 빼빼 마른 모델들의 거북한 세련됨도 없고 오직 런웨이에서만 유통가능한 아방가르드한 기괴함이나 어색함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가 한 편의 리얼한 스토리로서 충분하다.


옷 잘 입은, 근사한 남자들로 가득


이 책의 제목인 ‘사토리얼리스트’란 재단사란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된 말로 ‘옷에 관련된’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스콧 슈만이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옷을 잘 입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직장 없이 떠돌던 ‘가난한’ 신사였던 때 그는 높은 취향의 신사들의 옷을 엿보며 떠돌았다. 그래서 애초 그의 블로그에는 거의 남자 사진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사진도 그만큼 많고, 굳이 남자, 여자, 신사, 히피를 가리지 않고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한다.
하긴 이 책의 큰 미덕 중에 하나는 근사한 남자들을 맘껏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옷 잘 입은 남자에 매력을 느끼는 건 아닐 것이다. 패션은 사실 여자들의 고급 취미나 허영, 스타일쯤으로 치부하기 쉬운 문화에서 옷을 잘 차려 입은 남자는 왠지‘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기 몸에, 자기 스타일에 맞게 옷을 입은 근사한 남자들을 많이 본다는 것은 정말로 기분이 근사해지는 일이다.


기분 좋은 옷의 디테일

이 책의 두 번 째 미덕은 기분 좋은, 깜짝 놀랄만한 옷의 디테일을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서 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디테일을?’하고 묻게 되는 깜짝 놀랄만한 디테일의 세계를 무궁무진하게 발견할 수 있다. 발목 위의 타투, 셔츠 위로 올려 찬 시계, 옷에 숨겨놓은 예상치 못한 위트, 신사의 수트 깃 위에 보일 듯 말 듯 꽂혀있는 작은 꽃, 벼룩시장에서 5유로를 주고 산 옛날 의사 가운을 프라다 수트처럼 무심히 걸치는 자신감, 소매 깃과 어깨 깃이 너무 오래 입어 다 헤어진 아버지의 양복을 타이트하고 맵시 입게 입은 남자의 자신감, 주름 없는 여자보다 섹슈얼리티를 잃지 않는 여자가 왜 더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노배우의 자연스런 옷차림, ‘가난’해 보이는 면치마에 모직 스웨터를 매치한 소녀, 양복에 옷핀을 다는 단순한 배치이지만 액세서리의 드라마를 이해하는 남자 등등.
이것 때문에 멋있어, 라고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사람들의 옷과 디테일, 그리고 표정들이 스콧 슈먼의 사진 안에서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완벽하면 할수록 때로는 완전히 지루한 사진이 된다는 그의 사진의 신조처럼 그의 사진은 자연광 아래에서, 거리에서 특별한 연출 없이도, 조명이나 메이크업 없이도 충분히 반짝반짝 빛난다. 어떤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몸짓이나, 자세, 미소에서 그 사람의 스타일과 독특함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취향에서 나를 발견하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옷을 입는다. 배냇옷에서 수의까지. 그리고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내 옷을 통해서다. 그리고 누군가 얘기했듯이 자기가 누군지 모를 때 의지하는 것이 패션이다.

결국 이 책은 옷 잘 입은 사람들을 모아놓은 패션화보집이 아니라는 거다. 이 책을 보고 나는 어떤 사람, 어떤 옷, 옷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느냐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 옷들을 통해서 우리가 건져내야 할 것은 ‘세상에 옷 잘 입는 사람 참 많구나’가 아니고 나는 어떤 옷을 좋아하고, 내 취향은 어떤 것이고, 나에게는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 것이냐에 대한 답을 얻는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저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나는 어떤 부분에 감동을 느끼는지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이 뭔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타인의 옷차림, 타인의 취향을 통해 나를 더 잘 알게 된다는 것, 이게 스콧 슈만이 거리의 취향을 기록한 까닭일 것이다. 어떤 옷을 선택하고 그 옷을 어떻게 입느냐는 결국 삶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글을 쓴 김은주는 패션에 관심이 없는 척 살아가고 있지만, 옷 잘 입는 사람들을 몰래몰래 잘도 훔쳐
 보는 편이다. 자신의 옷을 고를 때에도 (남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디테일을 중시해 옷 쇼핑이 문
 화재 감별 수준으로 신중한 편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