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풀사이 가족분들께 도시락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마 맘님들이 많은 풀사이의 특성상
'매일매일 준비해야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라고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내가 없는 곳에서도 당신이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해요"라는 마음을 갖고
멋진 도시락을 만들고 계시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유명 요리 블로거이신 '천재 야옹양'님이신데요.
세권의 요리책을 펴냈을 정도의 뛰어난 요리 실력을 바탕으로
얼마전부터는 도시락 싸기에 몰두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매일 아침 남편을 위한 도시락 준비가 귀찮을 법도 한데
되려 '도시락은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요리' 라며
도시락 예찬론까지 펼치시는 천재 야옹양님.....
그녀가 전하는 요리 그리고 도시락의 매력과
멋진 도시락 만드는 팁이 살아있는 야옹양의 블로그를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천재 야옹양의 생활
두근두근, 도시락은 사랑을 싣고
blog.naver.com/oz29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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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시작한 6살 연상과의 연애, 그리고 잠깐의 이별과 재회 그리고 결혼. 그 사이에 여자는 4권의 요리책을 냈고 30살이 넘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블로그와 요리하기 그리고 정군. 야옹양에게 이 셋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앨범을 정리하다 보면 그를 찍은 사진이 워낙 많고, 그를 찍은 한 쪽에 꼭 요리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2005년 나온 책이 그 유명한 <야옹양의 두근두근 연애요리>다. 카페를 운영하다가 정군의 권유로 마련한 블로그에 적은 연애담이 모인 책이다. “말 잘하고 영화를 좋아한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화난 것 같아 보인다”라고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이렇게 단순하던 프로필을 시시콜콜하게 채워준 것은 요리와 함께한 연애였다. 첫 사랑을 고백할 때 앞에 놓여 있던 스파게티, 그와 사귄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말할 때 같이 먹은 낙지볶음, 귀차니스트를 캠퍼스로 꾀어내기 위해서 만들었던 도시락, 연애해도 외로울 때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해 끼적거렸던 새우만두, “오늘 밤 같이 있으면 안 돼?”라는 가슴 떨리는 말을 하며 정군이 남기고 만(그 좋아하던) 춘권.
본격 연애 + 요리 블로그
이렇게 시작된 블로그-요리-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결혼을 했고(바로 그 정군과), 블로그는 취미 생활과 여행 일지까지 합쳐 소소한 일상을 기록한다는 ‘생활 보고서’의 역할을 지금도 잘 받아주고 있다. <국민 간식 책> <국민 요리책> 등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썼고, 한 상 제대로 차린 본격적인 ‘신혼부부용’ 요리책 <펼쳐라 밥상이 된다>를 지난해 말 펴냈다. <펼쳐라 밥상이 된다>는 한 끼 든든히 먹게 요리법을 모은 것이라 들인 노력이 만만찮다. 뚝딱 만들어낼 수 있게 밑반찬을 알려주기도 하고(5분 안에 차리는 스피드 아침상), 싸게 그러나 영양 균형 있게 차리기도 하고(1,000원으로 차리는 서민의 만찬), 20가지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밥 도둑 사로잡는 두 그릇 뚝딱 밥상), 특별한 요리, 술안주 등도 정리했다.
“내가 도시락 싸줄까?”
지금 야옹양이 몰두하고 있는 것은 도시락 싸기다. 지난해 6월 사 먹는 밥이 맛없다는 말에 “그럼 내가 싸줄까”에서 시작된 도시락 싸기에 그만 야옹양이 먼저 신 났다. 출근하는 일주일 5일 내내 도시락을 쌌다. 도시락만큼 그의 요리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 그에게 요리는 사랑이고, 요리를 잘하는 비결도 사랑이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당신이 나 때문에 행복했으면 해요”(2009년 6월 포스팅)라는 마음으로 매일 도시락을 싼다.
“그 어떤 요리보다 정성이 가장 많이 들어간 요리가 도시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요리는 함께 먹지만 도시락은 온전히 그 사람만을 위해서 준비하니까요. 그래서 도시락을 쌀 때는 철저하게 상대의 식성이나 입맛을 고려해서 준비해요.”
연애 도시락 싸는 법
예를 들면 야옹양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언제나 ‘고기, 고기’를 외치는 정군을 위해서 비릿한 맛이 나지 않게 도시락에 고기를 곁들이기 위해 심사숙고한다. 대표적인 것이 목살 쌈밥 도시락이다. 밥을 곰취나물에 싸고, 바짝 구운 목살을 고추장과 곁들여서 메인 요리를 만들었다. 기름기를 빼더라도 느끼할 수 있어 곰취나물 안에는 쌈 무를 넣었다. 씹는 맛도 좋고 뒷맛도 개운하단다. 이것 하나면 뚝딱 일 것 같은데, 이날 도시락에는 반찬과 국도 곁들여졌다. 파프리카와 새송이버섯을 볶은 것을 따로 담고, 시원하게 익은 김장김치도 곁들였다. 그리고 냉이 된장국도 보온 통에 담아 따뜻하게 먹게 했다. 아이디어 넘치는 도시락에 정군의 반응이 재미있다. 오늘 도시락의 이름이 뭐냐고 묻고는 “그 도시락”이라고 하면 이 도시락을 가리키는 것이니 다시 싸달라고 말한다(2010년 3월 포스팅).
도시락 반찬도 노하우가 있다
그의 도시락 싸기 노하우는 또 있다. “식어도 맛있는 반찬이나 잘 쉬지 않는 반찬을 보기 좋게 담는 것도 중요하고요. 한 가지 팁을 알려 드리자면 도시락 반찬은 완전히 식은 뒤에 먹기 때문에 그냥 먹을 때보다 간을 조금 더 세게 하는 것이 좋아요.”(도시락 역시 책으로 올 연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도시락을 싸준 것이 1년을 훌쩍 넘었다. 쉽지 않은 기간이다. 블로그의 이름 앞에 ‘천재’라고 붙어 있지만, 7살 싱크대가 키 높이였던 시절 라면 끓이기부터 시작한 그는 ‘요리 영재’이기도 하고 ‘노력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외롭다고 말하는 용기
블로그는 언제나 밝은 색깔은 아니다. 첫 키스 등의 연애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했던 용기는 흔들리는 감정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외로울 때는 외롭다고 하고, 낮술을 먹고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전화 걸 용기가 안 난다는 것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나 어쩌면 조금 외로운지도.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라는 걸 알지만 별말 안 해도 그저 묵묵히 빈 술잔을 채워주는 그 녀석들이 그립다.”(2009년 6월 포스팅) 행복을 과장하는 것보다, 외로움을 이렇게 솔직하게 내비치는 것이 더 충실한 행복으로 보인다. 외로운 그의 글 마지막은 이렇게 맺어진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그를 웃는 얼굴로 맞이해야지. 그리고 그에게 위로받아야지.” 그의 옆에는 요리가 있고 블로그가 있고 정군이 있지 않은가.
글을 쓴 구둘래는 <씨네21>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틈틈이 백수생활을 하며 여러 군데의 출판사
를 전전하다가 현재는 <한겨레21>에서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다. 라면으로 연명하는 인스턴트 생활이
지겨워지는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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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천재 야옹양의 생활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