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얼마전 모 잡지 설문결과에 의하면,
46%, 즉 직장인 절반이 "동료에게 호감이 있어도 말을 못한다"라고 했네요.
흠..생각보다 높은 수치죠? -ㅅ- ?
이유가 뭘까요....아하!
이별 후 서로 불편해지는 문제로 인해서
스스로 '사내연애'를 '금지'하거나
하더라도 '비밀'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 ^
<자연을담는큰그릇> 독자가 보낸 사연 중
특급 비밀 사내연애를 하신 분의 사연이 접수됐는데요.
이분의 사연을 통해 '사내연애의 기술'을 한번 점검해보겠습니돠~. ㅎㅎ
정말 스릴만점의 비밀 사내연애를 하셨더라구요.
게다가, 성공하셨다는거~. @@ 우왕.
시.작.할.까.요?
살며 사랑하며
사내연애가 ‘죄’인가요?
50명도 안 되는 작은 직장에서 근래 들어 3번째 사내연애 커플이 탄생하는 모양을 보며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꼈다. IMF 시절, 사내커플은 둘 중 하나가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던 아픔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생겼던 ‘그 옛날의 사내커플’들은 중죄인처럼 쉬쉬하며 숨어 지내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사연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연애사실에 숨김이 없고, 사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울리며 사귀는 것 같다.
1989년, 사내연애의 암흑기
때는 1989년, 그 옛날 충무로에 위치한 내가 직장에 다닐 때는 그야말로 ‘사내연애의 암흑기’였다. 하지만 인연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가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한 날, 상견례에서 나와 시선이 마주쳤고, 우리 사이에는 진한 ‘스파크’ 불꽃이 튀었다. 우린 이렇다 할 밀고 당김도 없이 자석의 N, S극처럼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둘이 아는 세상에서만 그러했다.
얼핏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면서부터 우리는 ‘007’ 영화 속 비밀첩보원처럼 ‘비밀 사내연애’를 시작했다. 사규나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사내커플로 거론되던 선배 2명이 여론의 눈총을 맞고 자진 퇴직하여 얼마 후 청첩장을 돌리는 것으로 드라마 막을 내리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는 까닭이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우리는 스캔들 같은 ‘단막극 한편 찍고’ 회사를 물러날 수는 없다는 비장함에 머리를 맞대고 온갖 작전을 궁리해냈다.
암호를 만들다
핸드폰은커녕 호출기마저 귀하던 시절, 우린 서로 연락을 하려면 오로지 사무실 유선 전화기만을 사용해야 했으니 사생활 보호는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여 모든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할 때는 암호화시킨 단어를 등장시키고, 전화 통화 상대는 고객이나 친구, 가족으로 변환시킨 다음 통화를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주문하신 도서는 오늘 오후면 발송작업이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모카’는 ‘7’권 주문하신 것 맞죠? 그리고 참, 저번에 ‘청룡’은 ‘서너’권 더 준비해 달라셨던 주문 그대로 유지하시는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서 ‘모카’나 ‘청룡’은 우리 회사에서 만든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단어들이지만 실제는 회사 근처 으슥한 곳에 자리한 카페 ‘모리나카’와 ‘청룡빌딩’을 의미했다. 그러니 통화 내용은 “저녁 7시에 모리나카에서 만나자”는 얘기였고 혹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 작전이 어긋날 경우에는 “예전에 만났던 청룡빌딩 3층과 4층 사이 계단에서 보자”는 내용이었다.
5분 단위로 따로 이동해라
항상 약속 장소에서 5분 단위로 따로 이동하고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는 각자 가상의 미팅이나 소개팅 얘기를 주제로 꺼내며 부지런히 연막전술을 펼쳤다. 하지만, 아무리 숨기고 위장을 해도 우리 둘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은밀한 기운을 노처녀이자 여직원 최고참인 한 언니는 놓치지 않았나 보다. 사무실 벽 건너 저편에서 근무하는 그와 나를 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그 언니는 내가 미심쩍은 통화를 하면 슬그머니 일어나 그의 자리로 확인하러 갔고 눈치 8단이던 내가 얼른 전화를 끊는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지하철에서 선배 언니에게 한번 현장을 들키고 말았다. 물론 비밀을 지킨다고 손가락 걸었지만 언니도 여자였으니! 그 뒤로는 점차 소문의 진실성이 더해만 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가짜' 남친을 만들어라
어느 점심시간, 그의 친한 친구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사내 방송국’으로 불릴 만큼 소문내기 좋아하는 동료를 하나 동행했다. 엉큼한 내 속을 다 안다며 이실직고하라고 몇 번이고 옆구리 찌르던 그 동료를 끌다시피 데려가 그의 친구에게 인사시킨 다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 친구의 팔짱을 끼고 한적한 식당으로 걸어갔다. 미리 작전을 짜고 간단히 예행연습까지 한 까닭에 우리 둘의 연기는 흐트러짐 없이 매끄러웠고, 사내에서 근거 없이 퍼지는 연애담에 대해서도 껄껄 웃어넘기며 자기 애인이 너무 인기가 많아 탈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그 친구의 호탕한 모습에 긴가민가하던 회사 동료의 의구심도 마침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맛있는 점심식사와 근사한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대접받은 그 동료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사내 방송국’을 가동했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나와 그 사이의 사내 연애담이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신 나의 ‘가짜’ 남자친구인 ‘멋진 의상디자인학과 졸업반 아무개’의 출중한 용모와 끝내주는 매너가 화제로 회자되었다.
그날까지 비밀을 지켜라
그 해 말 그가 퇴직하고 스캔들의 추억은 서서히 잊혀져 갔지만, 우리의 사랑은 잘 진행되어 2년 후 결혼식을 올렸다. 그 예식에 초대받은 회사 동료들과 선배 언니, 사무실 여직원들이 입을 딱 벌리며 놀랐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슬쩍 나온다.
우리 부부 인생에 있어 스캔들은 그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은 스캔들 없이 행복하게 잘 살자는 다짐이다. 또, 더 이상 이 땅에서 ‘사내연애’가 지탄받는 슬픈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from.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주부.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자담큰 독자인 '분당의 한 주부'님이 알려주신,
'사내연애의 기술' 몇가지를 복습해볼까요? ㅎㅎ
1. 암호를 만들어라!
2. 5분 단위로 따로 이동해라!
3. 가짜 남친을 만들어라!
4. 그날까지 비밀을 지켜라!
참~ 쉽죠? 후훗.
이땅의 모든 분들이 사내연애든 사외연애든
모두모두 성공하셔서 행복한 커플이 되시길 바라며~ 다음에 또 뵈어요~.
posted by n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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