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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숲에서 놀자] 가까이 있어 소홀했던 곳, 둘레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소개해 드리고 있는 <숲에서 놀자> 시리즈,
벌써 마지막 편이네요. ㅜ ㅠ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곳 중에
가보고 싶은 곳은 찾으셨나요?

그래서 이번 마지막 편은
혹시 아직 망설이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토는 2/3가 산이라고 할 정도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산을 중심으로 마을과 마을의 경계가 정해지곤 했는데요.
(도와 도의 경계도 늘 큰 산을 기준으로 삼았더랬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동네를 둘러싸고 있는 산을 '둘레산'이라고 한답니다.
(요즘의 표현대로라면 '뒷산'이라고 말하는 것이 익숙할 듯 싶네요.)

둘레산은 너무 가까이 있어 잠시 소홀했던 산이지만
유명한 수목원만큼 화려하거나 수목의 종류가 많지 않을지라도
하나 같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소중한 공간
입니다.

그리고 풀반장이 존경하는^^ 김훈 선생님도
"숲은 가까운 것을 으뜸으로 친다"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산과 숲, 거창하고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아주 가까운 그곳부터 잠시 여유를 갖고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

여름은.., 숲에 가기 참 좋은 계절이지 말입니다. ^ ^



어디서나 마주서는 아름다운 둘레산

옛날 사람들에게는 둘레산까지가 삶과 생활의 터전이었던 같다. 그런데 도로가 사통팔달되고 세상의 소식을 안방에서도 접하게 되면서부터 둘레산이 주는 의미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산 넘어가 더 이상 상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도로를 통해 세상에 쉽게 나갈 수 있고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잃어버린 것도 많은 것 같다
                                               글.김재현 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생명의숲국민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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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한강의 청담대교를 건너 출근한다. 어쩌다 비온 후 맑은 날이면 서울을 뒤로하는 북한산과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산들의 이어짐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세는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의 조금 오래된 도읍이라면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마을과 도시를 감싼 산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통으로 그리는 마음속의 고향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자락에 마을이 있고 그 앞으로 개울이 흘러가는 모습일 것이다. 마을과 도시를 감싸고 있는 둘레산은 각각의 생활의 터전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소통의 통로이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민족에게는 백두대간이나 터가 가지는 의미가 그렇듯이 숲보다는 산을 더 의미 있게 생각하였던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인 국토의 2/3가 산림으로 남아 있는 것도 산의 이어짐을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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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이자 소통의 길

한자의 ‘마을 동(洞)’은 물을 함께 쓰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듯이 둘레산은 산등성이를 경계로 물 이용이 달라 마을과 지역을 나누는 가장 근간이 된다. 하늘에 의존하여 농사짓던 시절에는 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마을의 가장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둘레산을 경계로 하여 나무연료나 퇴비를 채취하는 행위가 나름대로의 질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둘레산은 경계이기도 하면서 오솔길로 이어지는 고개는 소통의 역할을 하였다. 도로와 전기가 보급되기 전에 시골생활을 해본사람이라면 고개에 얽인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고개를 넘다가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 도깨비와 귀신 이야기, 산적이 나타나 약탈한 이야기 등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기도 하고 흥미로운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산 너머 상상의 처소는 사라지고
또한 둘레산은 마음속 그리움과 동경의 경계이기도 하였다. 시집온 새댁에게는 시집살이에 시달리다 친정이 그리울 때 바라보는 곳이기도 하고, 밤 봇짐을 싼 누나를 그리워할 때 바라보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세상 소식 하나에도 가슴이 울렁이는 청춘에게는 도회지에 대한 동경에 혈기를 억누르는 답답함일 것이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둘레산까지가 삶과 생활의 터전이었던 같다. 그런데 도로가 사통팔달되고 세상의 소식을 안방에서도 접하게 되면서부터 둘레산이 주는 의미는 거의 사라져버렸다. 산 넘어가 더 이상 상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보면 도로를 통해 세상에 쉽게 나갈 수 있고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잃어버린 것도 많은 것 같다.


둘레산을 아이들과 함께 오르자
이제는 마을의 범위가 사람 사는 곳으로만 한정되어 버렸고, 도로는 사람 사는 마을만을 잇는 통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심지어는 물길을 잇기 위해 산을 자르겠다는 발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고갯길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접했던 다양한 형태의 자연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라져버렸다. 아이들이 동화책에서 나오는 세상을 자신의 주변에서 상상해볼 수 있는 경외감을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요즘 주변의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둘레산을 찾는 이유가 개인적인 건강이나 휴식을 위해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이렇게 단순하게만 돌아보지 말고 둘레산에 얽힌 이야기나 거기에서 살고 있는 동식물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특성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능하면 자녀들과도 함께 돌아보면서 이야기기로 전해주는 상상력과 함께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공간적 정체성도 느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 봄을 둘레산을 돌아보는 것과 함께 시작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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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7년 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