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숲에서 놀자] 700그루의 빽빽한 전나무 숲, 내소사 길의 웅장함

<숲에서 놀자> 네번째 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소개해 드린 곳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너무 잘 알려져 있어
나무보다 사람들이 더 빼곡한 숲이 아닌
잘 꾸며진 것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숲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숲
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네번째 장소는
전북 부안에 위치한 내소사 전나무 숲길입니다.
40미터 높이의 전나무가 700여 그루나 들어차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외부 세계와의 단절이라고 할만큼 쉼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상상만으로도 그 웅장함이 느껴지시죠?


전북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단절에서 오는 평온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대 도시인의 삶은 너무도 복잡하다. 하루라고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수없는 선택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복잡한 상황과 단절하고 마음과 머리 속의 평온함을 얻기 위한다면 보다 단순한 장소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숲길을 걷는 것이 평온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일렬로 늘어선 나무들의 길은 기존 세계와의 단절을 선물한다. 한 종류의 나무들이 양쪽 편에 일렬로 늘어서있는 사이를 지나가 보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가로수길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충북 청주의 플라타너스 거리와 충남 아산의 은행나무 거리, 그리고 영화 <화려한 휴가>의 도입부 배경이 되었던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거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길을 지나게 되면 기존 세계와의 단절이라고 하는 좋은 선물을 얻을 수 있다.

걸을 수 있는 전나무 숲길
그러나 위의 길들은 아쉽게도 차를 타고 지나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단절감과 함께 평온함을 얻기 위해서는 걷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숲길을 걸으며 이러한 단절감을 느끼길 원한다면 전나무 숲길을 걸어볼 만하다. 양옆으로 줄지어 선 웅장한 전나무 사이를 지나게 되면 머리가 한없이 맑아지며 어느새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전나무 숲길 중 꼭 한번 걸어보기를 권할만한 곳으로는 오대산에 있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전북 부안의 내소사 전나무 숲길을 꼽을 수 있다.

40미터 높이의 전나무가 700여 그루
이중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산과 바다의 풍광이 모두 아름답기로 소문난 변산반도에 자리 잡고 있다. 백제시대에 지어졌다고 하는 천년고찰 내소사의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500미터 거리의 아름다운 숲길이다. 이 숲길에는 최고수령 200년에 이르는 30~40미터 높이의 전나무 700여 그루가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속세에서의 모든 근심을 벗어던지고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관음봉, 세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아늑하게 자리한 내소사의 입구에서는 전나무 숲길 이외에도 봄에는 화려한 벚꽃의 향연과 가을에는 찬란한 단풍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에 ‘혜구두타’라는 스님이 창건하였는데 절 이름인‘내소사’는 올‘래(來)’자에 소생할‘소(蘇)’자로 되어 있어‘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또는 ‘소생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다. 절의 이름과 전나무 숲길이 주는 이미지가 너무나도 절묘하게 어울리는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제공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장엄한 숲길에서 얻는 평온

전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수로 주로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며, 나무껍질에서 나오는 하얀 수액이 ‘젖’과 같다 하여 ‘젖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소나무가 햇빛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양수임에 비해 전나무는 어린나무 시기에는 음지에서도 잘 자라서 음수로 분류한다. 어린나무 시절에는 그늘에서 느리게 자라다가 열 살이 넘어가면서 성장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마치 자신의 날이 올 때까지 음지에서 묵묵히 기다리다 때가 되면 빛을 발하는 듯하다.
우리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런 기다림은 아닐는지? 우리의 고민과 근심거리 중 많은 부분은 욕심을 버리고 기다림을 배움을 통해 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 봄에는 장엄한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진정한 평온함에 도달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수현은 13년간 환경운동단체의 상근활동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지금은‘생명의숲국민운동’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숲이 주는 감수성이 사람을 온전하게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