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저는 20대의 대학생입니다.
얼마 전부터 엄마가 몸에 좋다며
아침 식사로 나또를 주고 계십니다.
나또가 일본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라고 하던데
저는 고소하니 입에 잘 맞더라고요.
문제는 먹기가 너무 불편하다는 겁니다.
포장지에 보니 20회 정도 저어 먹으라고
적혀 있던데요,
젓고 나면 끈적끈적한 실이 많이 생겨서
먹다 보면 젓가락은 물론,
얼굴과 머리에도 들러붙어요.
제가 원래 사람 관계도
질척거리는 건 딱 싫어하는 성격인데요,
반면 제 남동생은 나또 젓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최소 3백 번 이상 저어 먹습니다.
엄마가 학교에 늦었으니
고만 저으라고 해도 계속 젓다가
등짝 스매싱을 맞은 적도 여러 번입니다.
아무튼 제가 궁금한 건,
나또에서 생기는 실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꼭 20회 저어 먹어야 할까요?
안 젓고 그냥 먹으면
나또키나제라고 하는 몸에 좋은 성분이 안 생기나요?
반대로 제 동생처럼 그렇게 많이 저어 먹어도 괜찮은가요?
- 매일 아침 거미줄과 사투를 벌이는 소녀가
A) 안녕하세요? 풀무원 생나또 담당자입니다.
먼저 실이 많이 생기는
저희 제품으로 인해
고객님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나또를 먹을 땐 약간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젓가락으로 작은 원을 그리며
실을 계속 걷어 내거나
그릇에 얼굴을 바짝 대고
마시듯 흡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고객님은 나또를 저었을 때 생기는
실의 정체를 궁금해 하셨는데요,
자, 설명 들어갑니다.
나또는 콩을 삶아 발효를 시키면
끈적끈적한 점질물이 생깁니다.
이것은 폴리-γ-글루탐산(γ-PGA)과
과당의 중합체인 프락탄(fructan)의 혼합물인데요,
이 끈끈한 점질물 안에 포함된 나또키나제가
콩에는 없지만 콩을 발효시킬 때
나또균이 만들어내는 효소의 일종이죠.
어려운 말은 여기까지~~
아무튼 나또의 품질은 이 점질물의
질과 양에 따라 좌우됩니다.
보통 휘저었을 때 실처럼 늘어지는 성질이 강하고
가능한 길게, 그리고 오랫동안
끊어지지 않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나또 실이 긴 것은
1미터가 넘어 2미터에 가깝게 늘어나기 때문에
어쩌면 매일 아침 나또 실로
줄넘기를 하실 수도…(응?)
어쨌든 질척거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하셨는데요,
나또는 질척대고 들러붙을수록 좋은 겁니다.
두 번째로 ‘나또를 젓는 횟수’에 대해 궁금해 하셨죠.
혹자는 나또를 많이 저을수록
나토키나제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실을 많이 연성해서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또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그런 내용의 방송을 한 적이 있죠.
그런데 실제로는 나또를 젓는 것과
영양성분과의 인과관계는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을 많이 만들면
나토키나제가 많이 생기는 게 아니라
나토키나제가 많은 나또가
저었을 때 실이 많이 생기는 겁니다.
그럼 왜 자꾸 저으라고 하냐?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간장과 소스를 골고루 섞어먹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깊은 뜻이!!)
둘째, 더 좋은 맛과 식감을 위해서입니다.
일본의 유명 미식가이자 요리사인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魚山人,1883-1959)은
궁극의 맛있는 나또를 먹으려면
간장을 한 방울씩 넣으면서
424번 저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로산진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나또 젓는 기구’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젓는 횟수를 카운트 해 주어
305번 섞었을 때 투입구가 자동으로 열려
간장 투입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며
정확히 424번이 되면 ‘완(完)’ 문구가 뜨는
신박한 제품으로 구입 문의는
저희 풀무원 연구소로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아무튼 최소 3백 번 이상 저어 먹는다는 고객님의 남동생은
본의 아니게 일본 미식가의 방법을 따르고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일본인들이 나또를 섞는 횟수는
평균 20~40회 정도라고 하는데요,
결국 포장지에 적힌 ‘20회 정도’는
맛과 식감을 위한 권장사항일 뿐
젓지 않아도, 많이 저어도,
모든 나또가 좋았다...
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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