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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비키니'에 얽힌 슬프고도 재미난 사연 2가지

얼마전에 올 여름은 비키니 수영복보다
허리 옆 라인에 커팅이 들어간 파격적인 원피스 수영복이나
비키니 위에 덮어입는 썬드레스가 더 인기다.....
라는 기사를 보긴 했습니다만,
사실 뭐니뭐니해도 여름은 비키니의 계절!
 아니겠습니까.

바로 이 '비키니'에 얽힌
슬프고도 재미난 사연이 있으니
풀사이 가족 여러분도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 ㅅ ^

아래 글들은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 보내온
독자들의 사연으로 꾸며지는, '100푸로' 논픽션 코너, '살며사랑하며'에 실린
'비키니'에 대한 독자 투고글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비키니냐, 다이어트냐

해는 기필코, 나도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보자! 연초부터 다이어리 첫머리엔 ‘다이어트 성공’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식단표를 짜고, 칼로리를 계산해놓은 숫자들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바라보며, 텔레비전에 나오는 미녀 연예인들이 입은 비키니를 생각하며 악착같이 ‘다이어트’에
달려들었다.

‘그래, 여기서 5킬로그램만 빼면 처녀적 몸매로 돌아가는 거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러스트레이션 정혜선

먹고 싶은 것도 참았고, 혼자 맛있게 야식을 먹는 남편을 보며 허벅지를 바늘로 찔러대기도 했다.
체중계에 올라설 때마다 1킬로그램, 아니 고작 그램에도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퍼붓기도 했다. 봄부터 시작된 나의 눈물겨운 다이어트가 달째 접어들 무렵,
드디어 효과가 나타나는 같았다.

남편은 "당신이 살을 빼면 내가 당신을 업고 에버랜드까지 간다"며
나의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하게 했다.

끝을 스치고 가는 봄바람의 냄새도 사라지고, 싱그러운 초록이 무성한 6월의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드림방’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자기에겐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종의 인터넷상의 바자회 같은 공간이었다. 안을 두루두루 둘러보다가
눈길이 멈췄다.

‘비키니 드림, 사이즈 55 되시는 분’

비키니’란 한마디에 어느새 나도 댓글을 달고 있었다.

‘아줌마로 산 지 10년 됐습니다...
살을 빼고 있으니...
사이즈 55정도라면 저도 가능할 것 같네요.
저에게 주세요!'

발표 시간만 기다렸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생각지도 못한 ‘드림’이란 나에게 걸렸던 것이다

(
‘드림’에 걸리면 물건을 공짜로 받을 있게 된다.)

노란 바탕에 땡땡이가 그려진 비키니 수영복이었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저 흥분된 가슴은 진정되질 않고
번이나 상대방에게 언제 보내줄 것이냐는 쪽지를 날려대며 조바심을 냈다.

물건을 올린 상대방은 이런 답장과 함께 당장 비키니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가슴 부분이 좀 크긴 한데, 사이즈가 잘 맞았으면 좋겠네요'

그날 , 비키니를 입을 마음에 들떠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남편에게 비키니가
것이라는 사실을 단단히 알려두었다.

며칠 , 택배아저씨가 도착했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키니를 받았다!!

남자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받는 것보다 떨리는 손으로 박스를 개봉했다.
노란 바탕에 땡땡이, 틀림없었다. 손바닥만한 팬티 장과 가슴을 반도 가리지 못할 상의.
비키니가 틀림없다. 그리고, 애들 엉덩이나 가릴 만큼 작은 스커트.
아이들을 방으로 몰아넣고 침실 문을 잠그고 비키니를 입어봤다. 얼굴이 화끈화끈해졌다.
끈은 어디로 묶어야 하나? 혼자서 허둥지둥 급하게 입느라 짝이 맞는지 맞는지도 몰랐다.

드디어, 거울 속에 비춰진 나의 모습은…,

그랬다.

두 아이 모유 수유하고 나니 남은 것이라고는
허전하다 못해 휑한 내 가슴뿐.
빵빵한 젖가슴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그날
,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비키니는 가슴이 아주 크고 섹시한 여자가 입어야 같아.
나이도 있고 애도 있는 아줌마가 무슨 비키니야. 그렇지?

남편은 빼기 싫으니까 소리를 다한다면서 웃었지만, 남편은 결코 모를 것이다.
노란 땡땡이 비키니를 입고 거울 앞에 모습이,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그렇게 여름, 나는 살과의 전쟁을 잠시 뒤로 비키니 수영복 대신 원피스 수영복을 입었다.
원피스 수영복 속에 ‘가슴 뽕’을 가득 넣고 어깨를 펴고 그렇게 수영장을 누볐다.



두 번째 이야기


시어머니와 비키니

“어머, 이분은 누구에요?
결혼해서 번째 맞는 시아버님 기일. 분주히 제사 음식 준비를 마치고 한숨을 돌리고 있을
시어머니께서 생각났다는 오래 앨범을 꺼내오셨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러스트레이션 정혜선


“아직 신랑 어릴 사진 봤지? 하도 오래 넘길 때마다 접착 비닐이 펄럭대는 앨범 속에서
남편의 백일 사진이며 사진, 유치원 졸업 사진 등을 킥킥대며 찾아보는데 문득 장의 흑백 사진이
눈에 꽂혔다. 어느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다섯 명의 처녀들이 나란히 있는데 유독 처녀만 혼자
비키니를 입고 있는 사진이었다
.

"어무나~, 어머니~,
이 때도 비키니를 입은 사람이 있네요~.
아니, 이 분은 좀 '날라리'같은 분이었나 봐요~."

혼잣말인 하는 말에 갑자기 시어머니 얼굴에 민망하다는 표정이 떠오르더니 하시는 말씀,

"얘, 그거 나다."
"예?"

그야말로 ‘허걱!’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시어머니로 태어난 깐깐하고 엄하신 어머님과 비키니는
몸빼와 마릴린 먼로, 감자탕에 와인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기 때문이다
.

“거기가 대천이었나 만리포였나…, 여고 졸업하고 집에 있는데 친구들이 하도 꼬셔서 무작정 따라간 곳이
해수욕장 아니겠냐. 해수욕장에 왔으니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고 친구들이 성화를 해서 수영복
빌려주는 데를 갔지. 그런데 남들이 걸쳐 입은 수영복을 그것도 살에 대고 입어야 한다는
찝찝한 거라, 속옷 위에 껴입을 수도 없고…. 생각 끝에 그나마 닿는 면적이 가장 적은
낫겠다 싶어 비키니를 고른 거란다.
  

지금도 걸레를 손에 쥐고 사시며, 아들네라도 한번 오셔서 주무실라치면 밤새 바퀴벌레를 잡으시다
아침을 맞으실 정도로 결벽증이 있으시니 한창 깔끔 나이엔 그럴 있었겠다 싶으면서도 처녀
시어머니의 엉뚱함에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

재미있는 , 친구들의 강권에 이겨 어쩌다 사진까지 박게 되었는데
사진을 우연히 보게  어머님의 아버지 ,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백주 대낮에
발가벗고 댕기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니....
더 집안 망신 시키기 전에
얼른 시집이나 보내
버려야겠다!!”

그러시더니 정말 그날로 자리를 알아보셨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어머니는 나이 스물에 선을 보게 되었고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그때 남자가 지금은 돌아가신 시아버님이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것이다
.

여쭙지도 않은 말씀까지 구렁구렁 늘어놓으시던 어머님은 “어머님, 몸매가 완전 에스라인이에요.
70
년대 달력 모델 같아요” 라는 며느리의 너스레가 민망스러우셨는지 “식혜 밥알이 떴나 모르겠네…”
하며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드디어
제사상이 차려지고,
지금의 남편과 닮은 시아버지 영정 사진을 향해 나는 마음 속으로 농을 건넸다.

아버님~, 어머님과 결혼하시게 된 건
순전히 비키니 덕분이네요~.'

그러자 영정 속의 시아버지께서 흐뭇한 미소지으며 말씀하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그래, 시어미 속살 봐서 좋으냐?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7년 여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