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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옥 기자의 딸아이 아토피 극복기 6]단 하루도 잊지 말아야 할 아토피를 이기는 생활수칙

내 딸의 얼굴에 남은 아토피 흔적

겨울을 보내는 동안 큰 아이의 얼굴 군데군데 꺼칠꺼칠한 부분이 생겼다.
여전히 눈 밑은 약간 거뭇거뭇해 아토피의 흔적이 역력하다.
많은 엄마들이 지금도 아토피 아이를 안고 눈물로 밤을 지새고
가려워하는 아이의 등을 쓰 다듬으며 밤을 새우고 있으리라.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고통은 또 얼마나 클까.

 

이 엄마들과 이 아이들을 위해서 어서 빨리 우리의 대기 환경이 살만하게 개선되고
먹을 것만큼은 정말 자연에 가깝고 안전한 것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좀 더 앞당기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 새삼 이런 질문을 곱씹는다.

 

단 하루도 잊지 말아야 할 아토피를 이기는 생활수칙

수시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게 아토피이다 보니 솔직히
아토피 예방 생활수칙이라는 글을 쓴다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집에서는 자기 아이 하나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면서 밖에서는
마치 아토피 전문가인 것처럼 행세하는 듯하여 손이 잘 나가질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기분으로 굳이 글을 쓴다면
역시 제1수칙으로꾸준함을 꼽아야 하겠다.   

 

아토피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매번 실감하는 일이지만 아토피는 참 무서운 병이다. 
누구의 말대로 불치의 병인지도 모르겠다.
간혹 내가 이런 푸념을 하면 지인들은의학의 발달 추세로 보아
지금부터 10년 동안만 잘 버티면 못 고칠 병도 없다”,
암도 다 고치는데 아토피 정도야라며 위로하곤 한다.
하지만 다 나은 줄 알았던, 아니 최소한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믿었던 우리 큰 아이는
최근 들어 다시 안 좋아졌다. 

우리 아이가 다시 나빠졌어요! 등을 중심으로 불긋불긋한
땀띠 비슷한 것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입 주위는 아토피 때문에 간지러워서
아이가 자꾸 만지고 문지르는 바람에 거뭇거뭇하게 변했다.

 

아토피 아이들의 전형적인 증상인 눈 밑 다크 서클도 심해졌다.
직장생활이 바쁘다 보니 아이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바로 언제 아토피가 있었나 하면서 소홀해지기 일쑤다.
그러다가 증상이 심해져서 아이가 밤에 뒤척이면서 긁어대기 시작하면
또 다시 호들갑을 떨며 녹차 목욕을 시키고 병원에 데려가고 온천을 순례하고
먹거리를 가리는 일들이 반복된다.

 

이렇게 수시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게 아토피이다 보니
솔직히아토피 예방 생활수칙이라는 글을 쓴다는 게 부끄럽기만 하다.

 

꾸준함과 먹거리로 막아라 서두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아토피는 겉에서 보이는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절대로 관리를 중단하면 안된다.
호전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 그것이 아토피 관리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꾸준한 관리가 제1수칙이 될 수밖에 없다.

 

2의 수칙이라면 역시먹거리가 아닐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음식의 궁합을 따져 같이 먹어야 할 것과
따로 먹어야 할 것을 구분할 정도로 음식보감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
음식은 몸의 상태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따라서 음식으로 몸의 근본적인 면역력을 높이는 게 아토피 치료의 정도(正道).
그러면 먹을 거리를 어떻게 고를 것인가?

 

유기농 채소 값이 너무 터무니 없다고 느낄 때,
아이가 햄버거나 라면을 먹고 싶다며 침을 삼킬 때,
더운 여름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조를 때, ….
아토피를 이겨내기 위한 식이요법의 길은 유혹도 많고 좌절도 많은 고행의 길이다.
이럴 때면 다 때려치우고 그냥 남들 먹는 대로 먹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 아토피의 치료와 극복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한번쯤은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한번쯤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그러면서 자꾸만 무뎌지기 때문이다.

 

아토피 증상이라는 게 라면 한 그릇 먹는다고 해서,
햄버거나 아이스크림 한입 먹는다고 해서
당장 벌겋게 올라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아침 밥상에서 반찬이 없다고 투정을 하거나
밥을 아예 안 먹으려고 할 때는 더욱 괴롭다.
햄 한 장 구워주거나 오뎅볶음 같은 걸 해주면 밥도 잘 먹을 것 같은데
부득불 된장에 시래기 무침, 상추 절임 등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돋궈야 하는 날들은
괴롭기만 하다. 

 

그렇다고 직장이 없는 것도 아니요 시간이 남아돌아 새로운 요리를 날마다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처지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 순간순간의 유혹과 좌절을 이겨야 하며,
무엇보다도 가정 전체 혹은 공동체 전체가 입맛과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글/채경옥(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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