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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옥 기자의 딸아이 아토피 극복기 4] 천천히 꾸준하게

초기 1년 동안은 아이의 상태가 눈으로 보기에도 안 좋았기 때문에
열심히 목욕시키고 로션 오일 발라주고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 먹을 거리는 치우는 등
열성을 보였지만 이 같은 고생 끝에 아이의 몸이 마치 아무일 없는 정상 아이처럼 돌아오자
조금씩 마음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시키던 목욕도 하루쯤 건너뛰면 어떠랴 피곤하면 그냥 자는 날도 생기고,
아이가 정히 먹고 싶어하는 것 같으면 삼겹살도 한 두 점 싸서 입에 넣어주고
,
다른 아이들 과자 먹는 모습을 말끄러미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이 영 처량해 보이면

그래, 한 개쯤 먹는다고 무슨 일 생기겠나싶어
아이에게 과자도 주고 아이스크림도 주는 식이었다
.
그런데 그렇게 마음이 풀어지면 아이의 몸은 반드시 반응을 보였다.

 

처음 한 두 번은 그런대로 넘어가다가 몇 번 쌓이면 아이는
가렵다고 호소하거나 손목 같은 데가 벌겋게 부어 오르거나 했다
.
그러면 또 화들짝 놀라서 과자니 뭐니 절대 금지를 외치고 죄 없는 시부모님한테
신경질 내고 목욕도 하루 두 번씩 다시 시키는 식으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아이가 많이 좋아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매일 목욕을 시키지도 않고 웬만한 음식은 너무 많은 양만 아니라면
다 허용하고 있는데 가끔씩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
아토피는 흔히물잔에 물이 담긴 상태에 비유되는데
우리 아이의 몸은 어느 정도의 여력을 갖고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가급적 물이 가장 바닥에만 차 있도록 유지해야 할 텐데 라는 조바심이 든다.

 

한방이건 양방이건 한곳에 집중해라



최근 회사의 한 후배가 아이들과 아내를 캐나다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
이유는 큰 아이의 아토피.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아이는 아토피 때문에
온몸에서 각질이 떨어지고 밤마다 잠을 못 자고 괴로워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배 말을 들으면서 참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토피 아이인데도
식이요법을 전혀 병행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
알레르기 전문 클리닉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어떤 음식과는 알레르기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것
.
그래서 로션도 구해 바르고 집먼지 진드기도 몇 백만 원 들여서 털고 침구도 다 바꾸고
 별 짓 다했지만 먹는 것만큼 아무런 제한 없이 먹인다는 설명이었다
.
최근에는 체질을 바꾼다고 한의원에서 약을 지어 먹였는데
그걸 먹인 이후로 애가 거의 뒤집어졌다는 것
.
한의사는 체질을 바꾸려면 명현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으니

3
개월까지는 버텨야 한다고 했지만 한달 만에 끊고 말았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토피를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지 그렇지만 특히 아토피에 관한 한 꾸준함, 그리고 인내심이 최고의 덕목이다
.
내 경험으로 보면 최소한 6개월 이상 한 의사한테 집중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의 아토피, 웬일이니?


요즘에는 주변에서 어른이 다 돼가지고도 아토피가 낫지 않거나
새롭게 아토피가 발병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
오랫동안 체내에 독이 쌓이다 보니 어른이 돼서 문제가 되는 듯하다.

 

아토피에 관해 공부하면서정말 그렇겠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대목은
아토피란 물잔의 물과 같다는 표현이었다
.
물잔의 물이 넘치지 않게 관리만 하면 아토피로 인한 생활의 불편은 거의 없는데
,
일단 물이 넘쳐버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자신이, 혹은 자신의 아이가 지금 아토피가 아니라고 해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무신경하게 먹는 것, 마시는 것, 주변의 환경 등에 신경 안 쓰고 살다 보면
어느새 물잔의 물이 차 올라서 어느 순간 넘치게 되기 때문이다
.
일단 아토피는 발병하는 순간부터는 손댈 수가 없기 때문에 발병하지 않게
,
물잔의 물이 넘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례1. 이사 갔다 날벼락 맞은 삼십대 남성

 

후배 중에 최근에 신축 오피스텔로 이사 갔다가 날벼락처럼 아토피를 얻은 경우가 있다.
서른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피부 문제라고는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건장한 청년이
갑자기 온 몸이 벌겋게 변하면서 근지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
이렇게 저렇게 원인을 따져보니 집안에 있으면 눈이 시리고 목이 따가울 정도로
과도하게 사용된 각종 건축 도료와 접착 물질에 의한 새집 증후군이었다.

 

어른 아토피가 아이들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것은 우선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본인이 대충 개기다가 병원에도 안 가기 쉽고 스테로이드 연고 등
대증요법에 기대기 쉽다는 점이다.

이 후배도 가까운 병원에 가서 연고 사서 바르고
가볍게 생각하다가 일을 키운 케이스였다.

뒤늦게 오피스텔을 옮기기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발병한 아토피는 벌써 고질 상태에 들어선 다음이었다.

 

사례2. 조선호텔 여직원과 일본 마사코 왕세자비

 

/채경옥(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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