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디히(Dich)는
‘너’ ‘당신’ ‘그대’라는 뜻이라지요?
(원형은 ‘du’인데요. 목적어가 되면 ‘dich’로 변신~)
그렇다면 혹시,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신 건
바로 그 노래?
이히 리베 디 소 비두 미히~ ♬
Ich liebe dich so wie du mich~ ♬
암 아벤 운트 암 모르겐~ ♪
Am Abend und am Morgen~ ♪
K.F.헤로세의 시에 베토벤이 곡을 붙인
그 노래,
가수 신승훈의 곡 <보이지 않는 사랑>의 도입부를 장식한
그 노래,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에헴;)
풀무원이 인사동에 새롭게 문을 연
뮤지엄김치간(www.kimchikan.com)에도
‘디히’라고 불리는 은밀한 공간이 있다는 사실,
풀반장이 말씀드렸던가요? o ㅅ o !!
잠깐만요.
뮤지엄김치간, 저도 다녀왔는데
어디에 ‘디히’라는 공간이 있다는 거죠?
인사동 마루 4,5,6층을 차지하고 있는
뮤지엄김치간에서 가장 넓은 홀,
4층 김치마당을 지나~
비밀스러운 계단, 김치로드를 따라 올라가보면...........!
(이 계단의 비밀도 조만간 풀어드리지요~.)
나타나는 바로 이곳!
카페 ‘디히(DIHI)’입니다~~!!
흐흠...
그런데 이 ‘디히’는
독일어로 ‘그대’를 뜻하는 그 ‘디히’가 아니라
놀랍게도~
.
.
.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쓰지 않는 옛말이긴 한데요.
그렇다면 과연
‘디히’는 무엇을 가리켰던 걸까요?
뚜둥~~
국어학자 박갑수 선생의 연구에 따르면, ‘디히’는
16세기에 씌어진 <두시언해>
(중국의 시인 두보의 시를 한글로 번역해 묶은 책)에 나온다고 합니다.
“장안의 겨울 디히는 시고...”
이런 구절이 있다는 군요.
으잉?
디히는 시고..
디히는 시고..
디히는 시고..
겨울...겨울...
여긴 김치박물관이고..
그렇다면......??!!
수수께끼는 풀렸어~! ㅎㅎ
뮤지엄김치간 5층에 위치한
카페 ‘디히(DIHI)’의 ‘디히’는
바로 바로~~~
‘김치’를 가리키는 옛 우리말입니다.
아니, 어떻게 해서
‘디히’가 ‘김치’로 변화하게 된 것일까요?
바로 이렇게~!
디히 < 디이 < 지이 < ... < 지
‘디히’가 디이, 지이로 바뀌고 더 나중에
‘지’가 되었다고 짐작한답니다.
그리고 이 ‘디히’의 흔적은
경상도나 전라도 지방의 방언인
‘짠지’, ‘싱건지’의 ‘지’와
장아찌의 ‘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아찌의 ‘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짠‘지’ ... 싱건‘지’ ... 장아‘찌’
오~ 그럴싸하쥬? +_+
그밖에도 김치를 뜻하는 더 많은 단어들이
뮤지엄김치간 4층 김치마당의 벽면을 수놓고 있답니다~.
뮤지엄김치간에 가시면 꼭 이 벽을 찾아
김치의 옛 이름들을 더듬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ㅅ+
(김치의 옛이름들과 관련된 포스팅은 다음에 또 이어서~)
그나저나 참 신기하지 말입니다.
윗니에 혀끝이 닿았다가 떨어질 때
터져 나오는 ‘디히’라는
다부진 말이 지구 반대편에도 똑같이
존재한다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인의 영원한 소울푸드, 맛있는 김치를 뜻하는 ‘디히’~
독일에서는 ‘그대’를 뜻하는 ‘디히’~
뮤지엄김치간에 오시면 5층에 마련된
‘카페 디히(DIHI)’에 들러
우유거품이 포근한 따뜻한 라테 한잔을 곁에 두고
우리의 디히와 독일의 디히가 주는
낭만적인 뉘앙스에 푹 빠져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때마침, 가을이 찾아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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