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들은 잘 끝내셨나요?
재료를 준비하고
배추를 버무리다보면
다른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요.
김장철도 끝나가는 요즘.
얼마전 마무리한 김장을 떠올리며
김장과 배추에 대해
잠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아무 생각없이
자르고 버무렸던 배추 속에 감춰진
수많은 영양과 역사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어느샌가 김장독 아..아니
김치냉장고 속에 자리잡고 있는
배추 김치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실 거에요. ^^
니들이 배추 속을 알아?
김장철, 좋은 배추 고르기에 도전하다
올해도 좋은 배추 고르기가 시작됐다. 이제는 날 배추가 아니라 좋은 절임배추를 고르기 미션이다. 일 년 365일, 삼시세끼 밥상을 책임져줄 김장의 주재료, 배추에 대한 미주알고주알.
나의 첫 김치 담그기 도전 결과는?
결혼한 지 5년 차, 그 동안에는 시어머니의 김장 김치를 얻어먹곤 했는데 2년 전, 간단한 여름 김치부터 담그기 시도를 했다. 제일 쉬워 보이는 열무 얼갈이 김치에 제일 먼저 도전! 친정 엄마한테 전화해 다짜고짜 “엄마, 열무랑 얼갈이는 어떻게 절이는 거야? 소금은 얼마나? 시간은? 양념은 어떻게 해야 해?” 등등. 양과 시간을 꼼꼼히 챙겨 물었지만 실전에 돌입하니 갑갑했다. 그래도 친정 엄마 말대로 재료를 절이고 양념을 만든 후 반나절 정도 익힌 뒤 맛을 보았다. 그런데 웬걸. 그렇게 풋내가 날 수 없었다. 또 싱거운 것만 같아 조금씩 액젓을 더 넣어 버무렸고 결국엔 “밥이랑 먹기엔 괜찮긴 한데….”라는 칭찬 아닌 앞으로 분발하라는 차원의 격려를 받고 말았다.
맛 좋은 배추 고르기부터 시작!
김장은 초보주부들에겐 넘을 수 없는 높은 벽과 같다. 도대체 맛 좋은 배추를 고르는 일부터 맛이 좋고 저장성이 좋은 절임배추를 만드는 일이며 감칠맛 나는 배추양념을 만들고 골고루 속을 채워 감싸는 일까지 도통 감이 안 잡히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 중에서도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배추 고르기는 일 년치 김장 맛을 좌우하는 중대사이다. 맛으로 따지자면 가을에 서리 내리기 전까지, 그러니까 한낮에 뜨거운 햇볕을 받고 한밤에는 얼지 않을 정도로 쌀쌀한 기운을 받은 가을배추가 가장 맛있다. 배추는 적당히 속이 찬 것이 좋다. 너무 빡빡하게 속이 들어차면 맛이 덜하고 너무 큰 배추도 싱겁기 마련이고 중간 크기에 배추 속이 노란빛을 띄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품 아닌 약초 대접 받던 배추
이 맛 좋은 배추를 우린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우리의 배추는 중국을 통해 전해졌다. 전래 시기는 대개 1400년대. 그 당시의 문헌인 <향약구급방>에 배추가 소개되고 있는데, 식품이라기보다 약초의 개념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한다. 한동안 민간요법으로 배추가 쓰였던 흔적이 지금도 전하는데, 화상을 입거나 옻독이 올랐을 때 배추즙을 바르기도 했다. 배추를 약초로 취급했던 역사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올라 있는 사실로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배추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음식을 소화하며 위와 장을 통하게 한다. 술 마신 뒤의 갈증을 멎게 한다’고 하며 <본초강목>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있다. 우리 민족이 배추를 만나면서 지금과 같은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었다. 김장김치 없는 식단을 상상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비타민은 기본! 칼슘도 풍부한 기특한 채소
배추는 수분이 많고 성질이 서늘해서 몸이 차가운 체질에는 더욱 몸을 차갑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배추를 먹을 때 된장이나 고추장을 찍어 먹는 습관으로 차가운 성질로 인한 부작용을 극복했으며 배추로 김치를 만들면서 맵고 따뜻한 성질의 생강, 마늘, 고추, 파 등을 넣어 맛도 좋게 하고 배추의 차가운 기운을 중화해서 누가 먹더라도 좋은 음식을 만들었다. <타임>지에서 김치를 항산화 작용은 물론이고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동맥경화를 억제하며 노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 좋고 면역력을 증진한다면서 ‘아시아의 보약’이라고 극찬한 것이다.
배추에는 비타민 A 말고도 비타민 C와 칼슘도 풍부하다. 채소에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는 드무니, 배추를 통해서 칼슘을 섭취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칼슘은 한국인이 하루 권장량에 모자라게 섭취하는 영양소이다.
김치, 배춧국, 겉절이, 배추전으로도 활약
배추는 김치 외에도 배춧국, 겉절이로도 활용하는데 배추로 만들어 먹는 음식 중에 특이한 것은 ‘전’이다. 경북 내륙 지방에서 주로 먹는데, 배추를 숨을 죽이지 않고 밀가루 반죽을 묻혀 곧바로 기름에 지져낸다. 칼로리가 비교적 낮으며, 맛도 좋아서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김장하고 남은 재료로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로는 ‘배추굴국’이 있다. 김장 양념에 넣고 남은 굴과 배추만 있으면 되는데 멸치육수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배추를 넣고 끓이다가 송송 썬 대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어느 정도 배추가 익으면 마지막에 굴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고 한소끔 끓이기만 하면 끝.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김장하느라 노곤해진 몸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것이다.
올해 김장은 저염 유기농 절임배추로?!
작년부터는 그간 시어머니가 주도하시던 김장에 좀 더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어머니 혼자 배추를 구입하고 다듬고 절이기를 도맡아 하시는 걸 도저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직장 다니는 며느리, 딸들이랑 주말에 김장을 하니 평일에 혼자 배추 절이기를 하신다). 시댁 형님들을 대동하여 절임배추로 김장하기를 추진했다. 평생 모든 김장을 손수 하시던 시어머니께 절임배추를 구입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겨우 설득하여 첫 단추는 끼웠다. 로컬푸드가 좋을 것 같아 사는 곳 근처에서 자란 배추로 절인 것을 사다가 김장을 했는데 배추가 골고루 절여지지 않은 게 배달되어 결론적으로 시어머니께 좋은 소리는 못 들었다.
벌써 김장철이 다가왔다. 때마침 천일염으로 오랜 시간 절여 나트륨 함량이 낮은 저염 유기농 절임배추가 나왔다고 하니 한번 매장에 가서 맛을 봐야겠다. 김치는 건강에 다 좋은데 짠 게 문제다. 그러니 절임배추부터 잘 고르는 수밖에. 작년부터 나의 겨울은 절임배추 고르는 일에서 시작한다. 겨울 추위 그 까짓 것 배 속이 뜨끈하면 이겨낼 수 있으니까. 맛 좋은 김치로 일 년 내내 술술 넘어가는 밥상 차리면 보람 또한 있지 않을까 싶다.
글. 정현숙(자유기고가)
사진. 톤 스튜디오
요리와 스타일링. 그린테이블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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