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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곳, 하동 올가 유기농 매실 농장

매실 좋아하시나요?

새콤달콤~
피로회복의 절대강자~

바람과 구름이 쉬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산좋고 공기 맑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하동 유기농 매실 농장에서 만난 싱싱한 매실들~!

그 흔한 제초제 조차 치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 앞에
'게으른 농법'이라며 웃지만~

지리산에서 내려온 고라니도 노루도 맛있게 맛보는  
건강한 유기농 매실을 키우고 있는 농부와의 만남~!!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 이 
올가의 유기농 매실 농장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과연 올가의 유기농 매실은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을지~
같이 한번 살펴보시죠~!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곳,

하동 유기농 매실 농장


지리산 자락에서 스마트폰 지도 앱을 켰다. 섬진강 너머는 전남 광양, 이쪽은 경남 하동이 찍힌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 땅은 매실이 한창이다. 봄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올랐을 섬진강을 등지고 지리산을 한참이나 더 올라갔다. 구불구불 산골짜기를 따라 난 좁은 외길이 끝난 곳은 해발 400미터 높이의 유기농 매실밭. 밭 한쪽 산마루에 올라서니 바람이 몸을 감싸듯 스쳐간다.


초여름, 매실의 계절이 시작된다
바야흐로 매실의 계절. 매년 여름이 시작되는 이맘때면 몸과 마음이 온통 매실빛으로 물든다. 와인 애호가들이 필독서로 꼽는 만화 <신의 물방울> 속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가 매실을 맛본다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가장 먼저 아로마로써 엄습해 오는 것은 풋풋하고 달콤한 싱그러운 과일 향. 매실의 깊은 곳으로 더 파고들면 그곳에는 맑고 깨끗한 매화, 야생녹차, 참고사리, 산야초의 숙성된 향이 감돌면서 하늘과 땅의 은혜를 한껏 받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신비한 기운이 영원한 잠에서 눈을 뜹니다. 매실을 비유한다면 한 장의 아름다운 수채화.”

허준이 알려준 구연산 가득한 ‘신비의 물’
몸에 좋은 식재료로 알려진 매실은 옛날에는 약으로 더 많이 쓰였다. 늘 우리 곁에 있었던 매실이 다시금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아마 지난 2000년 시청률 60퍼센트를 훌쩍 넘던 인기 드라마 <허준>에서였지 싶다. 극중 허준은 역병에 걸려 생사를 헤매던 백성들을 기적적으로 살려내는데 이때 쓰인 ‘신비의 물’이 바로 매실액이다. 이 장면 덕에 갑자기 매실값이 치솟고 전국의 매실이 순식간에 동이 났더랬다.

매실의 효능을 살피다보면 지금 세상에 더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매실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체실 개선 효과가 뛰어나 고기와 가공식품의 지나친 섭취로 몸이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이다. 매실 속 풍부한 유기산들 중 특히 구연산은 피로 회복에 좋다. 한방에서는 3독(음식, 물, 피 속의 독)을 풀어준다고 하는데 그래서 여름에 잦은 배탈이나 식중독을 예방하고 치료를 돕는다. 여름철 천연 가정상비약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역할들을 잘 수행하려면 모름지기 자연의 건강한 기운을 온전히 담고 있는 매실이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슬로시티, 경남 하동 악양면으로!
봄이면 도심에서도 매화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듯 매실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란다. 매실의 주산지로는 남쪽지방인 경북 영천, 경남 하동, 전남 광양, 구례, 곡성, 순천, 해남 등을 꼽을 수 있다. 올가의 유기농 매실은 매실의 시배지로 알려진 하동에서도 ‘세계 슬로시티’로 선정될 만큼 맑고 수려한 악양면에서 자란다. 슬로시티(slowcity)란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치타슬로(cittaslow)’의 영어식 표현. 슬로푸드운동의 정신을 일상 전반으로 확대한 개념으로 ‘전통과 자연 생태를 슬기롭게 보존하면서 느림의 미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지속적인 발전과 진화를 추구해나가는 도시’라는 뜻이란다. 세계 슬로푸드운동이 그렇듯 슬로시티국제연맹의 미학적 안목이 남다른 만큼 올가 매실밭으로 향하는 길은 꽤 설레었다.

섬진강 오백 리 물길이 굽이굽이
하동과의 첫 인사는 언제나 그렇듯 고즈넉한 섬진강이다. 푸른 야생차밭, 대나무밭과 은빛 고운 모래밭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느새 드넓은 악양 들판과 만나진다.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가 바로 이곳이다. 작가 박경리는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가 경상도 땅에서는 보기 드문 넓은 들, 평사리를 감싸 안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역사적 자취에 반해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평사리 고갯길 한산사 앞에 서면 악양의 평화로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부터 <토지> 속 가상공간인 최참판댁 아흔아홉 칸 기와집, 섬진강 오백 리 물길 중 가장 너른 들인 무딤이들(악양 들판을 이르는 우리말로, 밀물 때 섬진강물이 역류하고 홍수가 나면 무시로 물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들판 한가운데 서 있는 ‘부부송’이라 불리는 소나무 두 그루, 당나라 소정방이 이름 붙였다는 작은 호수 동정호, 그 옆으로 섬진강, 그 너머엔 지리산 남쪽 줄기, ….

산과 들과 강이 고루 넉넉한 하동으로의 여행은 꽃길과 물길 그리고 맛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고들 한다. 이른 봄이면 섬진강변으로는 산수유로 시작해 매화, 목련, 벚꽃, 배꽃, 여름에는 밤꽃, 가을에는 차꽃이 만개한다. 깊은 지리산 속에는 더덕, 도라지, 두릅 등 산나물과 산야초가, 맑은 섬진강 속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재첩, 벚굴, 은어, 빙어, 참게, 기름진 밭과 산비탈에는 토실토실 알밤과 대봉감, 꿀배가 익어간다. 사계절 쉴 틈 없이 오감을 즐겁게 하는 하동에서 지금 제철을 맞은 건, 매실이다. 하동 매실은 일교차가 큰 지리산과 물 맑은 섬진강 일대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되어 향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우리나라 매실 중에서도 손꼽히는 하동의 특산물이다.

지리산 기슭에 펼쳐진 청정 매실 밭
올가의 유기농 매실을 보려면 섬진강을 뒤에 두고 지리산을 바라보며 위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구불구불 산골짜기 사이로 난 좁은 외길 비포장도로가 끝나는 하동 악양면 정서리 해발 400미터. “저기 보이는 봉우리들이 지리산 형제봉, 구제봉, 칠성봉이에요.” 검게 그을린 농부 서훈기 씨가 매실 따던 손을 멈추고 일러준다. 맑은 날엔 그늘 한 점 없어 “머리가 벗겨질 만큼 뜨겁다”는데 다행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밭 한쪽 산마루에 올라서니 바람이 몸을 감싸듯 스쳐간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아 밭으로 들어오는 길에 시멘트도 입히지 않았다는 그가 왜 이곳을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곳”이라고 부르는지 짐작이 간다. 올가 한동희 엠디가 “인근에 관행농법으로 농사짓는 곳이 없고 자동차 도로와도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다른 오염원이 없는 청정 지역”이라며 설명을 덧붙인다. “충주 사는 조카가 이곳에 와서 3일 만에 피부병이 없어졌어요. 공기도 좋지만 물도 참 좋습니다. 일부러 와서 물을 실어가는 사람도 많지요.” 산빛에 눈이 익자 산비탈을 따라 듬성듬성 서있는 매실나무들이 보인다. 촘촘히 달린 작은 잎 사이로 매실 열매가 알알이 박혀 있고, 나뭇가지 위에는 산새가 다소곳이 앉아있다.

정직한 농부가 거두는 햇볕의 과실
하동에서 3대째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서씨는 이 산에 유기농 매실밭을 가꾼 지 올해로 5년째인데 땅을 갈고 땅힘을 돋우고 무농약 인증을 거쳐 “이제야 좀 해볼 만하다”며 웃는다.

매실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는 과실이다. 이곳 매실나무들은 2월 말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해 3월 중순에 만개했다. 봄눈이 손톱만한 매화꽃 위에 펄펄 날렸지만 다행히 꽃샘추위를 잘 견뎌냈다. 꽃이 지고나면 가지에 새싹이 돋는다. 꽃 피고 90일, 잎 나고 60일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다.

올가 매실이 자연의 순리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욕심이 아닌 정직한 농부의 다짐과 노력, 기술이 더해진다. 1만5천여 평의 너른 매실밭에 매실나무가 1,700여 그루밖에 되지 않는 건 수확량보다는 나무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옆으로 넓게 뻗으며 자라는 매실나무 고유의 습성을 살펴 사방 7~8미터의 간격을 두고 심어 키운다. 햇볕을 충분히 받으며 자란 올가 매실의 맛은 아마 햇볕의 맛이기도 할 것이다.
매실에게 가장 좋은 보약은, 유기농 매실이다. 사람이 먹는 매실발효액은 매실나무에게도 좋은 약이 된다. 그가 직접 담근 유기농 매실발효액에 하동의 야생녹차, 흑설탕 등을 더해 숙성시킨 특제 효소액을 나무며 열매에 뿌려 주어 매실나무가 잔병치례 없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 해충 퇴치에는 무당벌레와 유기농 매실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유기농 고사리가 동원된다. 생고사리를 우린 물은 독성이 있어 충제 역할을 한다. 산야초도 그렇다. 진디를 잡는 건 먹이사슬 위에 있는 무당벌레다.

노루도 먹고 고라니도 먹고
매실 재배에 있어 제초만큼 골치가 아픈 건 병으로 인한 피해다. 매실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복숭아순나방을 잡는 일은 수행에 가깝다. 화학농약을 칠 수 없으니 이른바 ‘매의 눈’으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모두 살펴 발견 즉시 칼로 나무껍질을 벗겨내 없앤다.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로 알 수 없는 병해충이 나무를 못살게 구는 일이 점점 잦아져 농업진흥청에 등록된 “억수로 비싼” 유기자재들을 사다 쓰기도 한다. 잘 키운 올가 유기농 매실나무의 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건 같은 산에 살고 있는 노루와 고라니들이다. 조용한 틈을 타 매실나무 껍질과 새순을 맛있게 먹고 간단다.

독한 제초제를 치지 않는 유기농 매실밭에는 애써 키운 것처럼 풀이 무성하다. 유기농하는 농부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일이 제초이지만 그는 “게으른 천연농법(웃음)”이라며 잡초에게 너그럽다. “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가물 때는 땅 속에 수분을 보충해주고 비가 오면 땅의 유실을 막아줍니다. 보온 효과도 있어요. 매실나무에 올라갈 벌레들이 땅에서 놀게 하는 것도 풀입니다. 땅 속 미량 원소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죠. 야산에 풀이 무성해도 나무가 잘 자라고 열매가 잘 열리는 건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살아 있기 때문이지요. 잡초도 자연의 순리를 따라 나는 것이니 그대로 놔두고 싶지만 뱀이 자꾸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제초만 합니다.” 그 덕분에 유기농 매실밭에는 메뚜기, 장수하늘소, 방아깨비 등 온갖 벌레와 산야초들이 더불어 평화롭게 살아간다.

예쁜 매실보다 유기농 매실을 찾아주세요
우리나라 전체 매실 생산량 중 유기농 매실은 10퍼센트쯤 된다. “농약을 치지 않아도 기본 수확은 가능하다”는데 매년 이 수준이란다. 이유가 뭘까. “가락동에 가면 유기농 매실과 관행농 매실의 값이 똑같아요.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거지요. 시장에서는 오직 크기와 무게, 모양과 색만 따집니다. 그러니 힘들게 유기농법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매실보다는 양과 겉모양 곧 알이 굵고 흠 없이 깨끗하고 예쁜 것만 찾는다는 말이다. “화학농약이 나쁘다는 건 농사짓는 사람이 더 잘 압니다. 약을 치고 나면 몸이 아파요. 하지만 크기를 키우고 태깔을 좋게 하기 위해 약을 칩니다. 소비자가 달라져야 생산자도 달라질 수 있어요.”

올해 올가 유기농 매실 작황은 좋은 편이다. 기후도 알맞고 냉해 등의 풍수해가 없어 씨알이 튼튼하고 빛깔이 좋다. 수확량도 늘었다. 첫 수확은 6월 10일. 5월 중순부터 나오는 시중의 매실들에 비하면 한참 늦지만 예로부터 매실 수확의 최적기로 알려진 망종(6월 6일) 이후를 고수한다. 올가 한동희 엠디는 “개화가 지난해보다 열흘 빨라 수확 시기가 앞당겨질 줄 알았는데 매실이 제 효능을 발휘하려면 완전히 익었을 때 따야 한다며 끝까지 망종 이후를 고집”한 서훈기 씨를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이에 대한 서씨의 답은, “올가 고객들은 유기농에 대한 관심도 많고 애정도 깊어요. 행여 불만을 이야기할 때도 매너가 있어요. 그러니 저도 최선을 다해야지요.”

6, 7월에 만나는 귀한 과실
이른 아침 수확한 매실은 그날 오후에, 오후에 수확한 매실은 다음날 아침에 선별 작업을 거쳐 예약 고객들에게 발송된다. 수확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선별과 포장, 배송은 꼭 서훈기 씨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챙긴다. 매실은 열이 많은 과실이어서 스티로폼 상자에 담고 꽝꽝 얼린 아이스팩까지 더해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한다. 올가와 유기농 매실 농부의 매실 담그는 비법이 적힌 종이까지 넣으면 포장 끝. 간혹 살짝 터진 매실이 있더라도 노여워하지 말기를. “보고 또 보고 상자에 담습니다. 잘 익은 매실일수록 말랑해 배송 중에 터지기 쉽습니다. 매실은 크기가 크거나 상처 없이 깨끗한 것보다 가지에 매달려 잘 익은 게 더 좋아요.” 서훈기 씨의 당부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매실은 표면에 솜털이 많아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뿌려 재배하면 아무래도 잔류 가능성이 있습니다. 껍질째 쓰는 과실인 만큼 꼭 유기농 매실로 준비하세요.” 한해 중 가장 바쁜 요즘 밭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끄떡없는 그의 건강 비결은 잘 익은 올가 유기농 매실로 담근 매실엑기스. 물에 타서 하루에 2병(1.8리터)을 마시면 별다른 간식과 음료가 필요 없다니 정말 제대로 ‘천연 보약’이다. 이제 어지간한 채소며 과일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매실은 여전히 6월과 7월 사이 정해진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귀한 제철 과실이다. 만약 올해 올가 유기농 매실을 손에 넣지 못했다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4월부터 매실 예약에 들어가니 봄이 오면 올가 매실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기를.

글. 한정혜(자유기고가)
사진. MRcomm

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