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줄거리
“오도”섬에 떨어진 풀무원수사대 풀반장과 풀군은 좀비로 추정되는 괴생명체에게 쫓겨
섬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낡은 건물 지하로 들어선다. 지하실 문에 달린 온도조절장치를
미스터리한 수첩에 적힌 대로 5℃에 맞춘 순간, 비밀의 문이 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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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 귓가에 울리던 터질 듯한 심장 소리,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무색하게 철문 안쪽은 그야말로 적막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 사람의 말문을 막은 것은,
섬 풍경과는 너무도 다른 이 공간의 모습이었다.
지금껏 많은 비밀연구소와 실험실을 보아왔지만,
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시설에 알 수 없는 첨단 기재를 여럿 갖추고 있었다.
멈춰 선 채 두리번거리던 두 사람은 같은 지점에서 눈길이 멈췄다.
오만가지 모양과 크기의 온도계들이,
한쪽 벽에 촘촘히 붙어 있었다.
"......기....기상청일까요?"
풀반장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쳇!
마음이 상한 풀군은 입술을 삐죽대며 혼자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반드시 뭔가 실마리를 발견해서 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을 빠져나가리라.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가면 신제품 시식이나 마음껏 해야지.
반장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을 테다.
아, 배고프다.
풀반장은 아까 주웠던 수첩 속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었다.
내부 공간은 의외로 넓었다.
문들이 사방팔방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라
정확한 구조나 넓이는 알기 어려웠다. 그 중 한 방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앗! 냉장고!"
배가 고팠던 탓인지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잽싸게 다가갔다.
윙~하는 소리로 미루어 보아 정상 작동중이다.
냉장실 문을 열자마자 5℃를 가리키는 온도계가 눈에 들어왔다.
"...무슨 온도계가 이렇게 많지..."
냉장실 안은 매우 깔끔했다.
아까 모래사장에서 본 두부, 어묵, 아임리얼 등이 문득 떠올랐다.
정확히 같은 제품들이 여기에선 신선한 상태로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먹어치우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주춤주춤, 뒷걸음치며 냉장고에서 멀어진 풀군의 눈에,
그제야 방안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 옆에는 말끔히 정돈된 책상,
그 위에는 숫자가 빼곡히 적힌 두툼한 서류 더미가 올려져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낡은 사진들이 널려있었다.
풀군은 사진을 하나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뭔가 흐릿하고 기분 나쁜 형체가 찍혀있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떨어뜨렸다.
황급히 뒤집어본 다른 사진들에도 어김없이
여러 각도에서 찍힌 기분 나쁜 형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뒤를 쫓던 (“좀비”로 추정되는) 괴생명체들이 떠올랐다.
머리카락이 쭈뼛해졌다.
벌컥.
"아아아아아악~~~~!"
"으악! 깜짝 놀랬잖아요!"
"노크 좀 하고 들어오세요! 놀란 건 저라구요!"
"그런데 이 방은 뭐죠?"
"저야 모르죠. 아, 그런데 반장님, 여기 냉장고에 맛있는 거 많아요."
풀반장 쪽으로 돌아선 풀군,
얼핏, 방 한구석에서 뭔가 위화감 드는 물체를 발견한다.
사...사람...?
"반장님, 거기 누구 있는 거 같지 않아요?"
풀반장은 풀군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흠칫 놀라는 눈치다.
차마 다가가지는 못하고 풀군은 실눈을 떠 자세히 물체를 살피려 애썼다.
마치 사람이 엎드려 있는 듯 보였다.
"겁내지 말고 이리 와봐요."
"싫어요. 아까 그 놈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세요?"
풀반장은 듣는 둥 마는 둥 계속 오라는 손짓을 했다.
책상 앞에 서 있던 풀군은 마지못해 몸을 움직였다.
한쪽 손에 수첩을 여전히 꼭 쥔 풀반장도 그 흰 물체 쪽으로 다가갔다.
바로 앞에 우뚝 멈춘 풀반장,
물체가 전혀 움직이지 않음을 확인하고서야
풀군은 쪼르르~ 풀반장에게 달려갔다.
에게?
바닥에는 연구원이나 의사가 입을 법한 흰 가운이 던져져 있었다.
흰 가운 둘레로는 형사사건 현장에나 남는
흰 라인이 사람 모양으로 그려져있었다.
가운은 마치 누군가 몸만 그대로 빠져나간 듯
엎드려 쓰러진 형태가 유지된 채였다.
기분 나쁜 느낌.
"음.. 여긴 마치.. 어떤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인 것 같은데...
이건 현장 보존용 라인이고.."
풀반장의 등 뒤에서 불쑥 앞으로 나선 풀군이
갑자기 가운을 홱 뒤집었다.
"아니, 사건 현장을 훼손하면 어떡합니까?!"
"여기, 가운 앞쪽에 이름표가 있는데요?
“김.박.사”라고 적혀있어요."
“김박사”라는 말에 풀반장의 뇌리에 퍼뜩 무언가 스쳤다.
지하실에 들어올 때 주웠던 그 수첩...!
"“김박사”라면..................이 수첩의 주인인 것 같은데요?
뒷면에 서명이 있었어요!"
풀반장은 풀군에게 아까부터 쥐고있던 수첩을 내밀었다.
풀군은 신경질적으로 수첩을 넘겼다.
다시 봐도 5℃라는 글자만 휘갈겨 적혀있다.
"5℃에 집착하는 “김박사”라......그런데 이 사람 어딜 간 거죠?"
"그 5℃말인데요. 혹시 아까부터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지하실의 온도가 5℃입니다.
아까 밖보다 훨씬 춥지 않나요?"
"엇, 그러고 보니..."
"실은, 뭔가 짚이는 게 있긴 합니다만..."
응? 풀군은 풀반장을 돌아봤다.
전에 없이 진지한 풀반장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이 섬을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느끼면서...
"이 섬, “오도”와 이 수많은 온도계들, 그리고 김박사,
이게 다 무슨 의미인지 아신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풀반장은 주저하는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몇 년 전,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풀군은 수사대에 합류하기 전의 일이긴 합니다만.
어느날, 여의도에서 긴급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습니다."
"..여의도라면...?"
끄덕. 풀반장은 천천히 고개를 움직였다.
"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연락을 취해왔어요.
심상치 않은 일임은 바로 직감할 수 있었지요.
그날도 5℃가 문제였죠....."
<다음 편에 계속>
[PSI 수사대 : 오도의 비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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