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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오도의 비밀'

[PSI수사대] 오도의 비밀⑤ 미국과 한국 두부, 비밀의 열쇠는 5℃에 있다?!

 지난 줄거리 

    
“오도”섬의 낡은 지하실, 좀비들과의 숨막히는 대치상황 속에서 풀무원수사대 풀반장은
    “5℃”에 얽힌 비밀스러운 과거를 풀군에게 털어놓는다. 몇 년 전, 미국 한인주부들에게 ‘두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은 최의원은 연구소의 조박사를 국회의원실 비밀장소로 불러냈는데.......!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여의도 국회의사당, 비밀장소. 


최의원과 조박사, 두 사람 모두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책상 위를 노려보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미국에서 판매중인 풀무원 두부가 
온도계가 꽂힌 채 새침하게 놓여있었다. 

최의원은 두부를 내려다보며 초조한 듯 손마디를 꺾었다. 
문득 책상 건너편 조박사의 얼굴을 훔쳐봤다. 

여전히 미소 띤 얼굴.    

“그러니까, 이 두부가 5℃인 것과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하는 풀무원 두부의 유통기한이 다른 것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씀입니까?“ 

조박사가 철제 브리프케이스에서 
얌전한 서류 봉투를 한 장 꺼내 최의원 앞으로 지그시 밀었다. 
 

최의원은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봉투를 열었다. 
봉투 안에서는 여러 장의 사진이 나왔다.  
재빠른 손으로 사진들을 넘기던    
최의원은 흠칫, 놀라 손을 멈췄다.   

각종 온도계가 찍혀있는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 전자온도계에는 다양한 숫자들이 찍혀있었다. 

5.6℃, 7℃, 8℃, ....  

“............................이건?...” 
.
.
.
.

“아니! 그 온도계들 혹시 여기서 찍어간 사진들인가요? 
            반장님, 여기 지하실에도 엄청난 온도계들이 있잖아요! 
            거봐요, 제가 말했잖아요. 여긴 기상청이라고....“ 

풀반장은 다시 자신의 이야기에 끼어든 
풀군을 바라보며 검지를 입에 갖다 댔다.   

쉿! 제 얘기, 아직 안 끝났습니다.”

뭐야, 여기 또 누가 있다고 쉿,이라니. 
입을 삐죽대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풀군은 등을 돌리고 지하실 한쪽 구석에서 의자를 끌어왔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서 다리가 저려오기도 했다.   

“그럼, 그 많은 온도계 사진들은 다 어디서 찍은 사진들이었나요?”  
“그건..........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
.
.
.

다시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 비밀장소. 

책상 너머로 최의원과 눈이 마주친 
조박사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생각하신 그곳에서 찍은 온도계들입니다.” 

최의원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까부터 입술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찍은 온도계들이란 말씀인가요?” 

조박사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최의원은 헛기침을 하며 
의자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댔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두 번째 적막. 
최의원이 먼저 적막을 깼다. 

“그럼, 미국 마트에서 찍은 온도계 사진도 있습니까?”  

조박사는 말없이 
수트 안주머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최의원 앞에 턱,하니 내려놓았다.  

그리고 스마트폰 사진 저장 공간을 열고 휙휙, 사진 몇 장을 넘겼다.


“이 사진들의 공통점 아시겠습니까?” 

모두 미국 마트에서 찍은 각종 온도계 사진들이었고,  

그리고, 
모든 온도계들은 정확히

5℃를 가리키고 있었다. 

최의원이 중지와 약지로 책상을 톡톡, 두들겼다. 
생각이 복잡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미국.....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미국? 

최의원은 지난 여름 해외 협동조합 탐방 때 
미국 캘리포니아에 갔을 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국 마트에도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최의원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미국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만큼 
태양빛이 엄청나게 강렬했던 그곳.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달려 
제법 거대한 규모의 대형 마트에 들어갔고. 
뭐, 이젠 한국에도 흔한 게 대형마트지만 그래도 미국 마트는 어딘가 느낌이 달랐어....  

그 마트에서 음료를 사려고 냉장 매대 앞을 지나갈 때 
한여름이고 가디건을 걸쳤음에도 불구하고 
오싹, 소름이 돋고, 입김이 보일 정도로 추웠던

그 기억. 

최의원이 정신을 차렸을 땐 
책상 건너편 조박사가 
최의원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건너다보고 있었다. 

저 박사, 독심술 같은 게 있나. 

최의원은 마지못해 입을 뗐다. 

“............................그렇군요. 한국에서 판매하는 두부의 유통기한은 14일
            미국에서 판매하는 두부의 유통기한은 2개월
            이게 다 두 나라의 냉장 유통 온도 차이 때문이란 말씀인거죠? 
            미국은 5도, 그리고 한국은 10도라서?“ 

조박사는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온도계가 꽂힌 두부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아직 온도는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사실, 두부란 녀석은, 
저렇게 5도를 유지한 상태로 잘 보관만 된다면 
           국내 유통기한 기준인 14일을 넘어서 2개월도 싱싱하게 보존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냉장 유통 온도 기준 5도를 준수하고 있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풀무원 두부의 유통기한은 2개월일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모든 것들이 미국 FDA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문제인가요?” 

“물론입니다.
            특히 미국 FDA는 미 대륙의 크기와 규모를 고려하여
            냉장 유통 기한을 최소 2개월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가령 두부를 실은 트럭이 미 대륙 동남부 끝인 마이애미에서 서부 꼭대기의 시애틀까지 가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니까요.“   

잠시 망설이던 최의원이 물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판매중인 풀무원 두부에는 한인주부들이 그렇게 걱정했던.......
            그...그것은 들어있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조박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물론이죠. 5℃만 잘 지키면 보존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돈을 들여 다른 첨가물을 넣을 필요가 있을까요?“  

최의원은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박사를 바라보았다. 

조박사의 철제 브리프케이스 안에는 
아직도 여러 개의 두부가 남아있었다.
확인해보지 않아도 뻔했다. 

저 두부들 역시, 완벽하게 5℃를 유지하고 있을 터였다.  

의원과 악수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온 조박사는 
보좌관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차에 올라타는 순간 조박사는 보좌관에게 풀무원 국산콩 두부 한 모를 
아이스팩과 함께 건넸다. 

어리둥절한 보좌관의 표정을 뒤로 하고 조박사가 탄 차는 
천천히 국회를 빠져나왔다.

.
.
.
.

이야기를 다 들은 풀군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그리고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결국 참지 못한 풀군이 덤비듯 물었다.    

“그런데 반장님, 왜 지금 상황에서 몇 년 전의 국회의원 사건을 이야기 하시는 거죠?
            5℃라는 것 빼고는 공통점 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데!!“

풀반장은 손에 쥔 수첩을 풀군의 코앞에 들이대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수첩에 ”5℃“라는 숫자가 가득 적혀있었던 점,  
            해변에 누군가 “오도를 지켜라”라는 문구를 적어두었던 점,  
            이 지하실이 ”5℃“라는 온도에 맞춰져 있고 
            좀비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오랜만에 추리력을 뽐내는 풀반장을
경외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풀군이 앵무새처럼 그의 뒷말을 따라했다.    

“.............종합해보면?” 
“바로 이 ”5℃“라는 온도가 
            우리를 좀비로부터 지켜주는 온도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뭐, 그럼 이 지하실 온도만 5℃로 잘 유지하고 있으면 
            일단은 안심해도 되겠...............” 

자신의 추리에 빠져있던 풀반장은 
풀군이 어색한 지점에서 말을 멈췄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안색이 변해가는 풀군을 보며 
풀반장은 자신의 등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섬에서 깨어난 이후 
좀비에 쫓기면서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인 


본능적 불안감..


, 용기를 내어 돌아본 등 뒤의 풍경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냉장고, 수많은 실험 기기들, 사진이 흩어진 책상, 
그리고 수많은 온도계들....
.
.

온도계들..
온도계들..
온도계들..!!!

헉.....

풀반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후덥지근한 기운이 지하실 저 안쪽 어딘가에서 느껴졌다.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