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잠 못이루는 여름 밤,
더위를 피해 야외에 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손에 공통적으로 들고 있는 그것은~~~!!
바로 맥주! ㅎ_ㅎ
반쯤 얼려진 시원함과 맥주 특유의 탄산,
그리고 약간의 알콜 기운을 빌어
더위를 잠시 잊어보려는 사람들로
여름밤 한강고수부지는 북적북적- @,@
그런데 이 여름의 대표(?) 음료 '맥주' 에는
어떤 안주가 가장 잘 어울릴까요?
후라이드 치킨? (치맥? 쿨럭)
골뱅이 소면? 짭짤한 감자칩? 새우ㄲ? 등등..
다양한 안주들을 드실 텐데요.
'맥주당'을 자처하는 한 사내가
매운 음식에는 맥주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오호~ 매운 음식이라면..
그래서 다들 골뱅이 소면에 맥주를 드시는 걸까요? @,@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실린
'맛있는 에세이-여름의 맛'편에서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함께 보시죠. :)
맛있는 에세이 - 여름의 맛
맥주黨, 음식궁합 배틀에 나서다
비오는 날 부침개가 생각나듯 여름이 오면 늘상 입에 달고 사는 음식이 있다. 땡볕과 더운 바람에 지친 우리의 미각을 깨워줄 뜨겁고 시원한 여름의 맛, 네 가지.
공항 문이 열리자 뜨거운 공기가 훅, 얼굴을 덮는다. 이미 여름이다. 낮 최고기온이 28℃쯤 된다. 자카르타가 남위 6°55′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카르타 시내의 맛집 정보를 연신 구글에서 검색했다. 나시고렝(인도네시아 볶음밥)과 미고렝(볶음면)을 모르고 동남아 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터뷰와 취재를 마친 뒤, 자카르타의 유일한 해변공원인 ‘안촐’로 향했다.
어눌한 몸짓으로 물어 해산물 레스토랑을 찾았다. 가족 단위로 온 인도네시아 서민들이 수족관에서 식재료를 고르고 있었다. 새우, 생선, 문어, 오징어 등 마음에 드는 식재료를 골라 통에 담아 요리방식을 택한 후, 계산을 하고 자리를 잡으면 요리를 날라줬다.
새우 요리 소스는 한국 식당의 ‘오징어볶음’과 비슷한 맛이었다. 뒤이어 주문한 생선요리는 카레를 살짝 발라 화덕에 구웠다. “이거 먹는 걸로 출장 본전 뽑았네, 흐흐.” 사진기자 선배는 연신 밥을 떠먹었다.
그때 문득 ‘마리아주 배틀’을 떠올렸다. ‘마리아주’란 음식과 와인의 궁합을 의미하는 프랑스 말이다. 만국의 ‘맥주黨’을 대신해 와인에 배틀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다.(‘맥주당’은 1930년대 신문에서 ‘맥주 좋아하는 사람’을 일컬었던 표현이다.) 미국의 맥주전문가 겸 브루마스터인 샘 칼레지오네. 소믈리에 마니 올드가 기꺼이 이 도전장을 받아줬다. 둘은 고기, 생선, 매운 음식, 피자, 디저트 등 음식별로 어울리는 와인과 맥주를 추천했다. 품평단이 ‘와인 마리아주’와 ‘맥주 마리아주’ 가운데 어떤 것이 나은지 점수를 매겼다. 이 ‘술 튀기는(!)’ 전투의 결과물이 <He said beer, she said wine>(DK publishing)이다. 호주산 스테이크에 이탈리아의 바롤로 와인이 더 나음을 나 같은 맥주당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샘 칼레지오네의 목소리는 매운 음식과의 궁합에 이르러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화이트와인을 레드와인보다 좀 더 차게 마시긴 하지만, 그 온도도 맥주 서빙 온도에 비하면 높다. 매운 음식과의 어울림에서 맥주가 와인보다 나은 또 다른 이유는 알콜 함량이다. 알콜은 매운 맛을 극대화하는데, 아무리 알콜도수가 높은 맥주라도 와인에 비해 도수가 낮다.” 그는 태국의 톰얌꿍에 독일의 DAB 맥주를 추천했다.
섬세하면서 가벼운 라거가 톰얌꿍의 매운맛을 훌륭하게 누그러뜨려준다는 거다. 카레로 양념한 새우 같은 동남아 음식엔 벨기에 에일인 Duvel을 추천했다. 맵고 짠 반다르의 새우구이를 한입 먹자 ‘빈탕(Bintang)’ 맥주 한 잔을 주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레스토랑에선 대부분 술을 팔지 않는다. 반다르는 예외였다. 놀란 혀를 빈탕 맥주가 식혀주었다.
5월인데도 서울의 밤은 벌써 후끈하다. 6월과 7월엔 ‘치맥’ 냄새가 아마 골목마다 더할 게다. 맥주당은 치킨과 맥주 조합보다 더 기막힌 마리아주를 찾아 헤맨다. 여러분도 올 여름엔 한번쯤 해보지 않은 전투에 나서보시길.
글을 쓴 고나무는 <한겨레> 주말 섹션 esc에서 음식 기사를 썼다. 기사 쓰기가 재미있을 수 있음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음식을 만들고 먹는 사람들의 스토리에 더 끌린다. 2011년 맥주를 소재로 한 첫 책 <인생, 이맛이다>(해냄)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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