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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맛깔난 쌈의 일인자, 상추!...상추의 종류부터 고르는 법까지~

겉으로 보면 그저
연하디 연한 잎사귀일 뿐인데~

구운고기나 생선을 싸먹어도 좋고
샐러드로 그냥 먹어도 좋고,
슥슥 잘라서 고추장과 함께 밥에 비벼 먹어도 좋은~

밥상 위의 팔방미인 상추,

상추의 역사가 기원전 4,5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
전세계에 퍼져있는 상추의 종류가 130가지나 된다는 사실!
500개가 넘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항상 가까이 있고 쉽게 접할 수 있어
잘 몰랐던 상추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여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상추' 


 
한식 상차림에 소중하게 놓인 생 잎사귀들 중 한 장 덥석 집어 가운데 구운 고기나 생선을
  놓고 둘둘 싸먹는 ‘쌈’. 그 맛깔 난 쌈의 일인자는 역시, 한 해에 30만 톤씩 소비되는 상추다.


 


약초가 수랏상에 오르기까지
상추가 언제 어떻게 한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는지 확실한 문헌은 없지만 10세기 이후 고려시대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이 시기의 한국과 중국 문헌에 이미 쌈 요리가 등장하고 상추를 고려의 특산품이라 꼽는 이야기가 나온다. 13세기 경 원나라 시인이 지은 시에 고려 상추의 향이 매우 그윽함을 감탄하는 구절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상추의 원래 원산지는 유럽이며, 무려 기원전 4500여 년 전의 이집트 벽화에 등장하는 오래된 작물이다. 그 시기의 모든 문화와 농작물이 그러했듯이 이집트, 로마, 그리스에서 태동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처음 상추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집트인들은 강한 쓴 맛 때문에 요리보다는 약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추를 여러 종으로 개량하면서 요리에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타고난 미식가 로마인들이었다. 화려함으로 악명 높았던 로마의 연회는 기름기 흐르는 고기 요리가 중심이었는데, 본격적인 연회에 들어가기 전에 상추에 향신료를 곁들여 입맛을 돋우었다. 이후 15세기 말에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상추 씨앗을 전파해 널리 재배하게 되었지만, 사실 냉장기술이 발명되기 이전까지 서양에서 상추는 다소 사치스러운 음식이었다. 하루 이틀이면 상해버리는 탓에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사람들만이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는 5세기쯤 중국에 상추가 전래된 것으로 알려지나, 고려 특산물로서의 상추에 대한 칭찬이나 맛에 대한 언급이 더 많다.

 
잎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맛
천년의 역사가 있다고는 하지만 왜 그토록 한국의 상추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채소가 되었을까? 일단 어디서나 쉽게 자라는 데다, 품앗이와 들밥 문화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힘든 반나절의 일을 끝내고 주변에서 바로 뜯은 상추를 장과 함께 밥에 싸먹으면서 그 맛의 진가를 일찌감치 깨달았으리라. 어쨌거나 한국에서만큼은 수랏상에도 오르고 밭일하는 아낙도 양껏 먹을 수 있는 그런 채소였다. 그러나 쌈만으로 상추를 설명하려 한다면 섭섭한 일이다.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상추를 요리해먹는 법도 제각각이고, 샐러드만 해도 종류를 셀 수가 없다. 상추 연구를 집대성한 네덜란드 원예식물육종연구소의 로덴버그 박사팀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상추 종류가 130가지나 되며 500개가 넘는 이름으로 불린다 했다. 그로부터 분류한 상추는 크게 여섯 가지다.

결구 상추 Crispy Head  낱말 풀이대로 공처럼 똘똘 뭉친 모양의 상추, 흔히 우리가 양상추로 부르는 종류다. 잎이 비교적 단단하며 아삭아삭한 맛을 지니고 있다.
버터헤드 상추 Butter head  한국에서는 거의 재배되지 않아 찾아보기 힘든 품종이다. 유럽에서 주로 재배되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지니고 있다. 잎이 아주 얇고 반들반들하다.
로메인 • 코스 상추 Romaine • Cos  로메인 상추 또는 코스 상추라 부른다. 잎이 길고 숟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 쓴 맛이 적고 감칠맛이 있어서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한다. 더운 기후에도 잘 버티는지라 중동 지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추이기도 하다.
잎상추 Leaf 한국에서 가장 많이 먹고 재배하는 상추가 바로 잎상추다. 재래종은 독특한 쓴맛이 있고 치마상추, 갓상추로 불리기도 한다. 유럽 품종 잎상추인 바타비아 등도 잎상추다.
줄기상추 Stem 아스파라거스 상추, 셀투스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이집트와 중국에서 즐겨 먹는다. 아스파라거스처럼 줄기까지 먹는 이국적인 품종이다.
라틴상추 Latin 유럽 품종인데 잎은 로메인처럼 살짝 길쭉하고 두터우면서 맛은 버터헤드처럼 부드럽다. 역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구성성분의 대부분이 수분이라 차갑고 신선한 식감을 주는지라 대부분 샐러드로 많이 쓰이지만 익혀서 먹는다. 열을 가할 경우 영양소 일부가 파괴되기는 하지만, 부피가 줄어들어 오히려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상추부침개, 상추를 켜떡 사이에 넣어 익힌 상추떡, 상추국 등이 그 예다. 유럽에서는 상추와 완두콩의 궁합을 좋게 생각해 함께 쓰는 요리가 많으며 둘을 함께 수프로 끓이기도 한다. 포르투갈의 상추수프, 상추를 잘라 넣은 프랑스 키슈, 베이컨을 볶아 만든 뜨거운 소스를 끼얹어 내는 헝가리의 샐러드도 나라마다 다양하게 상추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상추
결구 상추를 뺀 거의 모든 상추는 초록색과 붉은색 두 가지 색을 띄는데, 초록색은 엽록소인 클로로필, 붉은 색은 안토시아닌 색소이다. 모두 뛰어난 항산화 성분일 뿐 아니라 항암효과 등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채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섬유질, 무기질도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A가 많이 들어있다. 따라서 시력을 보호하고 눈을 건강하게 해준다. 오크리프 상추는 비타민C가 풍부해서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추의 가장 독특한 성분은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뽀얀 빛의 진액, 락투카리움(Lactucarium)이다. 상추를 먹을 때 ‘줄기를 잘라내고 먹으라’는 말을 종종 듣고는 하는데 쓴맛이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진정효과가 있어 졸음을 일으킨다. 신경 안정작용뿐 아니라 타박상을 입어 후끈거리거나 열이 올라오는 부위도 식혀준다.
한방에서는 상추 잎뿐 아니라 씨와 줄기까지 모두 약재로 쓰는데, <본초강목>에 따르면 차가운 성질이 있어 화병을 풀어준다고 한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뼈를 튼튼하게 만들며 가벼운 최면과 진통작용이 있다는 점은 서양의학과 한방이 의견을 함께한다.


어린잎, 식물공장… 넓어지는 상추 세상
다만 아무리 좋은 식재료라도 조심해야 할 점들은 있다. 알칼리성 식품인 상추가 산성식품인 육류를 보완하고 소화를 돕는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그 효과를 보려면 섭취하는 고기 양의 몇 배 이상을 먹어야 한다. 게다가 안전한 채소를 찾기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작년에 미국환경행동단체 (EWG : Environmental working group)가 조사해서 발표한 ‘농약을 가장 많이 치는 채소•과일 14종’ 에 양상추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안전한 환경에서 기른 청정제품을 고르면 최고 80%까지 잔류농약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도 함께 따랐다. 그래서 요즘은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쓸 필요 없는 어린잎채소 상추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잎채소는 잎을 너덧 장까지만 키운 후 수확해서 먹는 채소로, 재배기간이 짧고 크게 키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다. 안전할 뿐 아니라 영양적인 가치도 높은데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다 자란 잎에 비해 3~15배까지 들어있다.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어느 정도 바로 서면서 자랄 때까지, 식물은 자라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성장을 위해서 온갖 영양소가 집중되어 있는 상태가 새싹이나 어린잎인 것이다. 

 

늘 떨어지지 않도록 챙기기

상추를 고를 때는 색이 선명하고 축 늘어지지 않은, 도톰한 것으로 고른다. 냉장고에 넣는다고 해도 하루 이상은 보관하기 어려우므로 줄기나 잎을 살짝 꺾어보아 진액이 있는 싱싱한 상태의 것을 사야 한다.
유독 밥상 위에 채소가 부족해 보일 때, 빵 사이에 아무거나 끼워 샌드위치로 한 끼를 때워야 할 때, 한 접시 그득 담은 쌈 채소나 양상추 몇 장은 안도감과 영양소를 함께 전해준다. 양상추 한 통이나 어린잎채소 상자들을 늘 냉장고 안에 챙겨두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아니면 상추 텃밭을 베란다에 꾸며보는 것도 좋겠다. 상추는 적당한 수분과 온도만 있으면 누구든 쑥쑥 키울 수 있는 쉬운 채소다. 파릇 불긋한 이 여린 잎들이 주는 혜택을 마음껏 누리자.



 
  글을 쓴 윤나래는 에코 칼럼니스트다. 주로 패션지에 글을 쓰며 일하다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관련 서적을 번역하고 칼럼도 쓰게 됐다. 번역서로는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폭풍을 불러온 나비>,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시리즈> 등이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되었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