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그 매력적인 맛과 함께
'착하다'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커피와 초콜릿
아시나요?
생산자에게 제대로 된 값을 치르고 커피와 초콜릿의 원료를 사오는 것.
이것이 바로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입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착한 커피와 초콜릿 이야기
자담큰에 소개된 내용을 다시 한 번 전해드립니다.

사무실에서 ‘다방 커피’가 퇴출당했다. 단 하루의 금단현상도 못 이기고 사무국에 따지듯이 물었다. ‘다방 커피’가 무슨 잘못이라도?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무국에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부터 ‘착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착한 커피’라고요?

거의 본능에 가깝게 커피를 찾게 되는 때가 있다. 기름지거나 간간한 음식을 먹었을 때, 나른한 오후 또는 야근하면서 졸음이 미치도록 쏟아질 때, 이른바 ‘다방 커피’는 입가심으로 각성제로 분명히 효과가 있다(‘다방 커피’는 커피 하나, 설탕 둘, 크림 셋 이런 조합으로 타 먹는 즉석커피 또는 이 가루들을 조그만 봉지에 넣어 파는 ‘mixed’ 커피를 뜻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효자 노릇을 하던 ‘다방 커피’가 갑자기 사무실에서 퇴출을 당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은 아름답고 우아한 커피메이커와 ‘히말라야 커피’였다. 단 하루의 금단현상도 못 이기고 사무국에 따지듯이 물었다. ‘다방 커피’가 무슨 잘못이라도? 우리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무국에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오늘부터 ‘착한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착한 커피’라고요?



‘착한 커피’의 등장
본래 ‘착하다’라는 말은 성품이나 언행이 곱고 바른 것을 이르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착하다’, 심지어 ‘몸매가 착하다’에 이르기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착한 소비’ 라는 말도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쓰이는 말이다. 더러는 ‘윤리적인 소비’라는 말과도 교환되어 사용되는 ‘착한 소비’는 소비하는 당사자의 효용은 물론이고 생산자의 이익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는 이타적 소비를 말한다.

예를 들면, 부당한 노동착취 없이 정당한 대가를 내고 생산자에게 가능한 많은 이익을 제공하려는 취지의 공정한 거래를 통한 상품이나,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정직하게 생산된 유기농 먹을거리 등을 소비할 때 우리는 ‘착한 소비’라고 말한다.  최근 착한 소비를 하거나 지향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성인 소비자 86퍼센트 이상이 공정무역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값에 산 커피가 맛있다
매년 5월 두 번째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fair trade)의 날’로 세계 곳곳에서는 공정무역을 알리는 행사들이 열린다. 올해는 지난 5월 10일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공정무역을 알리는 행사들이 있었다. 자유무역의 한계에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의 개념으로 ‘대안 무역(alternative trade)’이라고 부르는 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 가난한 나라의 생산자들이 만든 상품을 제값에 사는 것, 즉 정직한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공정한 거래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들은 최저 임금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을 제공하는 제3세계의 사람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더 가난해진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따로 있다니…. 곰은 재주가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격이다. 공정무역은 이런 불공정한 구조를 바꿔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멕시코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인디언 농부들의 말은 공정무역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선물이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우리에게 공정한 가격에 물건을 산다면 우리는 도움 없이 홀로 설 수 있습니다.”



달콤한 초콜릿, 쓰디쓴 속사정
지난 밸런타인데이에 얼핏 ‘피묻은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려고요?’라는 섬뜩한 헤드라인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왕 사랑을 고백하려면 ‘착한 초콜릿’으로 하라는 것이다. ‘착한 초콜릿’이란 아동노동 착취 없이 만들어진 공정무역의 별명 같은 것이다. 초콜릿 원료로 사용되는 카카오의 상당량은 서부 아프리카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하는 9~12살 어린이들의 손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보통 카카오를 재배할 때 열대 우림을 파괴해서 단일 농장을 만들고 엄청나게 많은 농약을 살포해 대량생산을 하고 있다. 이렇듯 달콤한 초콜릿 뒤에 숨어 있는 쓰디쓴 속사정을 안다면 사랑 고백용으로 초콜릿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싹 가신다.

커피도 역시 쓰기는 마찬가지이다. 커피는 전 세계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커피 생산자들의 대부분인 소규모 커피 농부들이 행복해졌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터무니없이 작기 때문이다. 제3세계 국가의 커피 생산자가 원두 1킬로그램을 팔면 최종 커피 가격의 200분의 1 수준인 100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것은 중간 상인들이 지극히 싼 값에 사다가 커피 회사에 높은 가격으로 파는 불합리한 유통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커피를 많이 소비하면 할수록 그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이키를 흔들어놓은 사진 한 장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주최하는 국제공정무역연맹에서 정한 올해의 슬로건은 “아이들은 공정무역이 필요해요(Kids Need Fair Trade)”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에 의하면 2005년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8,000만 명의 아동들이 생계를 위해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1996년 잡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이 나이키를 휘청거리게 한 사건이 있었다. 나이키의 멋진 상표가 선명하게 새겨진 축구공을 웅크리고 앉아 꿰매는 12살 파키스탄 소년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자기의 손가락보다 더 큰 바늘로 축구공을 만드는 세 살짜리 인도 아기의 사진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나이키는 매출 급감, 주가폭락의 사태를 겪은 적이 있다.

영국에 생긴 ‘공정무역 마을’
국제공정무역기구인 아이팟(IFAT)에 따르면 2007년 현재 70여 나라의 300여 단체, 100만 명의 생산자들이 공정무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매출액만도 2조 원이나 된다고 한다. 공정무역 초기 단계에는 커피, 바나나, 수공예품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최근에는 쌀, 코코아, 설탕, 초콜릿, 올리브유, 와인, 의류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국적 기업인 스타벅스나 더보디숍 등도 공정무역의 개념을 접목시켜 비즈니스 혹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세계에는 공정무역 상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가 많다. 1950~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장된 ‘옥스팜(Oxfam)’ 가게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아름다운가게’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옥스팜 가게는 재활용물품과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 영국 전역에 걸쳐 마을마다 하나씩 있다.

더 재미있는 것도 있다. 영국 런던에는 ‘공정무역 마을(fair trade town)’이라는 제도가 있다. 시 의회가 공정무역을 지원한다는 의결을 하고, 지역 상점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며, 지역 내 학교, 교회, 공공기관, 회사 등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이용하고,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며, 공정무역 상임위원회를 결성해야 한다는 다섯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공정무역 마을이라는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런던의 중심에 있는 ‘스퀘어마일’이라는 동네가 300번째 공정무역 마을로 지정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2003년 아름다운가게에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공정무역 단체로부터 수공예품을 들여와 판매한 게 우리나라 공정무역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원조가 아닌 공정한 거래일 뿐
‘공정무역’은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부를 나누는 일방적인 원조방식이 아니다. 공정한 거래를 통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스스로 돕는 공정무역은 단순히 좋은 일이 아니라 사회적 발명감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가게는 ‘히말라야 커피’에 이어 최근 ‘안데스의 선물’을 출시했다. ‘안데스의 선물’은 남미 페루 퀼라밤바 2,000미터 고산지대에서 소규모 농가들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커피 원두 콩을 국내 커피 전문가가 로스팅한 상품이다.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안데스의 선물’ 원두는 페루 쿠스코 퀼라밤바 지역에 거주하는 가난한 8,500여 개의 소규모 커피 농가들의 대안 무역 조합 ‘코클라(Cocla)’가 재배한다고 한다. 또 미국 국제유기농작물개발협회(OCIA)와 독일 나투르란트(NATURLAND) 등의 기구가 이 원두 콩에 유기농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신뢰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YMCA 전국연맹의‘평화커피(Peace Coffee)’는 동티모르로부터 들여온다. 두레생협은‘에이피넷’이라는 회사를 차려 필리핀에서는 유기농 설탕을, 팔레스타인에선 올리브유를 농민들로부터 직접 사왔다. 여성환경연대도‘페어 트레이드 코리아(www.ecofairtrade.co.kr)’라 는 회사를 설립해 네팔, 인도에서 생산한 유기 농업으로 생산한 원료로 만든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서 알 만한 사람들만 아는 운동의 성격으로 해오던 공정무역 상품이 점차 시장으로 나오면서 여느 사람들의 찬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공정무역 상품들은 대개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고 최근에는 대형할인점과 소매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퍼센트의 희망을 담다
자유무역은 결국 부자 나라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한 나라가 되는 한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FTA는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공정무역(Fair Trade for All)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정무역 운동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무역을 전면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괜찮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빌 게이츠는 ‘창조적 자본주의 (creativecapitalism)’를 주창했다. 그 요체는 경제적 발전의 혜택이 소외계층까지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 부호의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와 성찰이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은 진화하고 있다.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이 어떻게 세계의 가난을 구제할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1퍼센트의 희망이 있는 한 행동은 의미가 있다. 거창한 구호 없이도 생활의 작은 행동이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것이다. 네팔의 커피 농부, 그리고 농부의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는 ‘착한 커피’ 한 잔으로 오후 망중한을 즐겨보련다.

글을 쓴 김연희는 <희망제작소>의 연구원이다.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 어릴 때부터 누가 버린 물건을 주워오는 습관 때문에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한 적도 있다. 유기견이었던 ‘봉순이’를 반려견으로 맞이했고 <잘 먹고 잘 사는 법> 인사동 편을 썼다.

국내에서 맛볼 수 있는  착한 커피, 착한 초콜릿은?
문의 페어트레이드코리아 02-739-7944, 친환경식품전문점 올가 080-596-0086, 아름다운커피 02-732-5004

인데인져드 스피시스 초콜릿

수익금의 10퍼센트가 멸종 위기 동식물 보호, 철새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위해 애쓰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되는 착한 초콜릿. 주원료인 코코아는 가족들이 직접 운영하는
깨끗한 숲 속 농장에서 경작된 것.
값 4,500원/개


동티모르 평화커피 
동티모르 남동쪽 카부라키산 부근의 고산지대 로뚜뚜와 카부라키 마을에서
재배된 커피콩으로 만든 티백형 커피.
값 5,000원/4그램x15개입


히말라야의 선물 
네팔 오지 마을 사람들이 수작업으로 재배한 커피 생두를
공정한 가격에 직접 구매한 유기농법의 친환경 커피.
값 1만원


안데스의 선물  남미 페루 퀼라밤바
2,000미터 고산지대에서 소규모 농가들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원두 콩을
국내 커피 전문가가 로스팅한 제품이다.
값 5,000원/4그램x12개입


다고바 초콜릿 
중앙 아메리카의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카카오빈을 엄선해 만들어졌다.
유기농 초콜릿 중에서 최초로 공정거래 인증을 받았다.

값 5,500원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여름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