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풀무원 고객들이 꾸미는 '살며 사랑하며' 들어보세요~

살며 사랑하며 - '비행기'

이제 '자담큰'이 풀무원의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애칭이라는 건
대부분 알고 계시지요? ^ ^
(아직 모르신다구요? `-' 어허. 블루수님, 자담큰 팬이라고 하셨잖아요.
황현숙님도 로하스 정보지라고 좋아하셨던 거, 잊지 않고 있습니다. 씨익.)

바로 그 자담큰 편집실에서 살짝 알려준 바에 따르면,
자담큰에서 독자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코너는 바로바로~ 
독자분들이 직접 보내주신 에피소드로 꾸미는 '살며 사랑하며'라는 코너라네요!

세련되고 멋들어진 문장도 아닌데 '살며 사랑하며'를 읽다보면
웃음도 나오고 가끔 뭉클한 감동도 느낀답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청취자 사연보다 더 진솔하고 재미있는
'살며 사랑하며' , 그중에서 풀반장만 보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몇개 추려 소개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느껴주실꺼죠?


 비행아빠, 비행아들

이제 여섯 살이 된 우리 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 있는 지구본을 들여다본다. 왜냐고? 아들 녀석은 ‘비행’과 ‘비행기’를 특별히 사랑하는 ‘비행소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린이날이면 우리 가족은 매번 같은 장소, 놀이동산도 맛있는 음식점도 아닌, 바로 인천국제공항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러니까 2003년에 태어나 이제 여섯 살이 된 우리 아들은 2004년부터 5년째 매번 공항에서 어린이날을 보냈다는 얘기다. 녀석이 그리된 것은 제 아빠의 취향이 한몫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까,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 맞는 어린이날이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린이날을 보낼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총각 때 이미 전 세계 50여 개국을 다닐 정도로 ‘비행’을 좋아하는 신랑이 “일단 차가 막히지 않고, 사람들이 별로 없고, 외국인도 많이 만나서 글로벌 마인드도 키우고, 비행기도 구경할 수 있는 공항이야말로 어린이날 최적의 나들이 코스”라는 엉뚱한 논리로 우리를 공항으로 몰고 갔다. 그런데 막상 공항에 가니 풍선 아트, 페이스 페인팅, 피에로 아저씨와 사진 찍기 등 어린이날을 맞이해 항공사에서 개최하는 이벤트가 풍성한 게 아닌가? 게다가 신랑과 아이가 좋아하는 커다란 비행기도 직접 보게 되니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은 어린이날은 으레 사람도 없고 한적한 공항을 찾게 되었다.


공항에서 눈으로만 보던 비행기를 직접 타게 된 것은 아들이 네 살 때 제주도에 여행 갈 때였다. 창가에 붙어 앉아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창 밖을 바라보던 아들 녀석은 “엄마, 하늘에서 본 땅이랑 바다가 정말 예뻐요. 구름도 가까이 있고! 난 비행기 타는 게 정말 너무너무 행복해!”라는 네 살답지 않은 말을 해서 우리 부부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이후에도 두 번의 외국여행에서도 다섯 시간이 넘는 비행 동안 하나도 피곤해하지 않으며 비행기 타는 것을 즐기는 아들을 보면서 정말 ‘비행’을 좋아하는 남편을 쏙 빼닮았구나, 정말 피는 못 속인다니까 하며 속으로 웃게 되었다. 그래. 아들아~, 공항과 비행기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들, 이제 커서 너는 전 세계를 비행기를 타고 마음껏 돌아다니렴.
김연미(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내 남자의 꿈은 파일럿?
증권회사 영업사원인 남편이 ‘친절사원’으로 뽑혔단다. 빈말도 못하는 뻣뻣한 남편이 친절사원으로 뽑혔다니,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포상내용이 더 수상했다. 어떤 이들은 일본연수(말이 연수지 관광 아닌가?)를 보내주고, 남편을 포함한 몇몇 운 나쁜 이들은 모 항공사에 가서 2박 3일간 승무원 체험교육을 받으라는 것. ‘혹시 이이가 불친절사원으로 뽑힌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짐을 챙겨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며 결혼 전 우리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남편은 연애 시절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다. 실제로 항공사 조종훈련생 과정에 응시해 서류와 필기시험을 무사히 통과하고 제주도에서 비행 시뮬레이션 실기 시험까지 치렀다. 결과는 합격! 이제 신체검사만 통과하면 미국비행학교에서 2년간 훈련 후 부기장으로 채용되는 것이다. 신체검사가 까다롭다고는 하지만 멀쩡한 육군병장 출신이 떨어질 리가 있겠어, 하며 우리는 연일 축제 분위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년 동안 떨어져 있을 일이 아득하기도 했지만, 잠깐의 이별이 대수랴, 평생 고액연봉의 대명사인 ‘파일럿의 아내’로 살게 될 마당에! 남편과 나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연일 술잔을 기울이며 ‘합격축하파티’를 벌였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신체검사 결과 간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재검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화들짝 놀란 남편은 그날로 술은 물론 담배, 고기도 끊고 떨리는 마음으로 며칠 후 재검을 받았지만, 결과는 역부족이었다. 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라는 말은 바로 이런 때 쓰라고 생긴 모양이다. 그 후 남편은 나와의 결혼을 위해 조종사의 꿈을 고이 접고 지금 다니는 증권회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남편은 지금도 알코올성 지방간이다.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드디어 돌아온 남편의 손엔 항공기 모형이 들려 있었다. 교육기간 동안 종합점수 일등 해서 상품으로 받은 거란다. 4살, 2살 난 아이들이 비행기를 보자 “우와~!”하고 달려든다. 나는 비행기 모형을 얼른 아이들 손에서 떼어 저 높이 책장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장난감 아냐. 아빠가 받은 트로피야.”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내려달라며 아우성치는 아이들. 그래도 난 내려주지 않았다. 그 비행기는 어쩐지 남편의 이루지 못한 꿈과 가족을 부양하려고 타고난 천성까지 버려가며(?) 애쓰는 가장의 상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항공기 모형은 공항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기념품이란다. 일등 한 거 맞아? 나는 또 남편이 의심스러워졌다.
신재희(서울 용산구 남영동)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여름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