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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밤중에 보기엔 위험한 영화, <우동>

아직 겨울의 쌀쌀함을 간직한 2월 초,

왜 이렇게 겨울은 밤이 길고~
왜 이렇게 밤만 되면 출출함이 가시지 않는지~
이런날 배고픔을 잊어보겠다며 영화 한편을 선택하지만...

'웁쓰~!'

영화 상영시간 내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이 화면에서 떠나질 않는
말 그대로 '한밤중에 보기엔 위험한 영화' 였던 것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우동' 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우동으로 유명한 일본 사누키 지역의 유명 우동집을 순례하며 거의 모든 우동을 보여주기 때문에
눈은 호강하지만 배는 고문당하는~ 무시무시한(읭?) 요리 영화랄까요.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영화 <우동>,
지금부터 함께 보시죠~ ㅇㅅㅇ

 
 영화 <우동>
 호로록 호로록,
 소울 푸드 맛보는 소리

 한 누리꾼의 평이 생각나는군요. “한밤중에 보기엔 위험한 영화다.” 맞습니다.
 특히 긴긴 겨울 밤 심심풀이로 꺼냈다가 뜨끈한 우동 국물 생각에 밤잠을 고스란히 설치기
 십상인 “정말 위험한”영화입니다. 시나리오 작가 ‘마시짱’의 평도 
궁금해지네요.




새벽 3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그 빗방울이 땅바닥을 칠 때마다 스멀스멀 냉기가 올라와서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땡겼을’ 뿐! 솔직히 새벽에 사박사박 비가 날리고, 그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후두둑!’이란 소리가 창 너머 들릴 때면 머릿속을 호로록 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헤어진 전 여자 친구의 모습도 아니고, 책을 읽게 만드는 상념도 아니고, 음악에 빠지는 감성도 아닌 다른 것이다. 그러니까‘후두둑!’ 빗소리가 연상시키는 그것인데…, 맞다! ‘후루룩!’따뜻한 국물이 입과 목구멍을 넘어가는 그 소리가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각이 새벽 3시! 뭐라도 먹었다간 꾸륵거리며 한바탕 난리를 펼지도 모르는 배님의 반응이 예상되는지라, ‘배님! 미안하지만 눈님과 합의 보시고 그냥 대리만족이나 하자고요’라고 달래며 영화를 한 편 틀었다. 제목 하여 ‘우동!’. 내 기분과 딱 맞는구나! 자! 어서어서 눈으로 요기라도 하자~! 슬슬 마음이 급해지며 입맛을 다시기 시작했다.

여긴 그저 우동이 있을 뿐이야! 우동이 싫다고 아버지에게 고함을 지르고 집을 뛰쳐나간 주인공 코스케, 화려한 뉴욕에서 성공한 코미디언이 되고자 하지만, 현실은 퇴짜! 퇴짜! 퇴짜!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온 곳이 고향인 사누키다. 그러다 보니 “뭐하러 돌아온 거야?”라는 아버지의 불뚱거림이 이해되는데, 어? 이거 코스케가 이러다 우동집을 이어받는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아니야 하는 생각에 문득 슬슬 불안해진다.

참고 봐야 하나? 잠시 고민할 때 이 영화의 다른 주인공인 교코가 등장한다. 타고난 길치에 덜렁이인 그녀는 산속에서 길을 잃고, 자욱한 안개에 역시 길을 잃은 코스케와 만난다.

곰 조심?
그래, 그래! ‘곰 조심’으로 웃기는 코미디도 좋고, 이 ‘죠스’스러운 음악도 그렇다 치고, 안개가 ‘샤라락’ 껴서 살짝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센스! 나쁘지 않아. 그리고 두 남녀 간에 첫 눈맞춤의 장치도 좋은데, ‘도대체!!! 우동은 언제 나오는 거냐고!’라며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곰이 나타나 이들을 덮친다! 곰을 피해 도망치던 교코의 자동차는 언덕으로 추락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코스케와 교코는 하룻밤을 지내며 간신히 산골짜기를 탈출한다. 음, ‘우동’이라는 영화의 사이드 메뉴는 조…조난 영화였어? 이런 생각에 나의 배고픔이 더해질 무렵,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은 산기슭에 자리한 작은 제면소를 발견한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진정한 히어로 우동! 배고픈 두 사람 앞에 놓인 우동 그릇.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육수에 오동통한 면발. 거기에 투명하다 못해 호박색으로 빛나는 계란 노른자, 그리고 신선한 파와 맑은 간장으로 마무리! 이게 끝이 아니다. 노릇노릇 탱탱한 계란 노른자를 젓가락으로 툭 터뜨린 뒤 살짝 저어준 뒤 국물과 함께 마신다.

주인공 ‘우동’의 등장이지만 “이 밤에 반칙이잖아!” 하는 소리가 목젖을 치고 올라오고 말았다. 하지만, 입맛을 다시며 본 장면이 바로 이 영화 ‘우동’의 기적과 같은 진정한 시작이었던 것이다.

사누키하면 우동인데… 교코가 일하는 작은 타운 정보지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쿄스케. 그래! 먹고살려면 뭐든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덜컥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정보지는 그야말로 하찮은 정보지. 심지어 서점에서도 안 받아 주는 그런 정보지였다. 코스케가 서점 주인에게 제발 받아달라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사누키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의 한숨 섞인 푸념. “사누키하면 우동이지. 응? 그런데 정보가 없네?” “여기도 없어!” “여기도 없는데!” 이들은 사누키 우동이 맛있다고 해서 왔는데 정보지에 우동 가게 소개조차 없다…? 이때 반짝이는 코스케의 눈빛! 그래, 이거야. 코스케가 찾은 작은 빛!

그것은 바로 우동가게의 기사화였다. 이때부터 코스케와 교코의 우동집 순례가 시작된다. 지금부터 이 영화의 백미인 각종 우동의 향연이 펼쳐진다. 실제 사누키 지방의 유명 우동집을 순례하듯 보여주며 맛과 멋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우동 퍼레이드 시~작! 튀긴 아스파라거스와 정어리를 올린 우동. 장작불로 불 맛을 살린 우동, 깔끔한 가쓰오부시 국물에…, 어? 파가 없다! 걱정 마시라! 여기는 뒷마당에서 파를 캐서 직접 넣어 먹는 우동집이다. 칼로 신선한 파를 송송송 자른 뒤 올린 순한 우동. 아~! 이건 그야말로 눈을 호강시켜주는 천국과 같은 장면의 연속이야! 눈은 호강하는데 입은 고통이고 배는 고문이다.

하지만, 눈을 뗄 수가 없다. 하얀 우동면발은 탱글탱글함이 눈에 그대로 보이고, 그 면발 사이로 황금색 육수가 곱게 자세를 잡고 살포시 안겨있다. 그리고 화려한 고명들이 축제를 벌이듯 하나둘씩 얹어진다. 그리고 입안으로 면발이 넘어갈 때 들리는 그 ‘호로록 호로록’하는 소리. 그 착착 감기는 소리와 함께 코스케와 교코는 우동을 그야말로 ‘흡입’한다. 이렇게 장면 장면마다 화면 가득 펼쳐지는 각종 우동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이 감독 음식 좀 찍을 줄 아는데?”라며 입맛을 다시고 있다.
맛있는 우동을 찾기 위해 때로는 택시를 타고, 때로는 골목을 찾아 들어가고, 때로는 논 한가운데 있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정성을 들이며, 쿄스케와 쿄코는 각종 우동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나는 눈으로만…먹는다. 막 화가 날 지경이다. 어쩌겠는가. 이게 이 영화 <우동>의 백미인 것을.

우동 붐, 열풍, … 페스티벌! 이렇게 발품을 팔아 사누키의 각종 우동을 소개한 ‘우동 순례기’는 사누키 우동을 맛보려는 소비자의 기호와 맞아떨어지게 된다. 이 우동 순례기를 날개 삼아 타운 정보지는 전국적인 우동 붐을 일으킨다.

코스케와 교코가 만든 타운정보지는 우동을 즐기려는 사람에게 무패의 방어율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지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준 것이다.
사누키 우동의 열풍! 이제 방송국에서 알아서 찾아와 인터뷰하고, 각종 매체가 우동을 맛보기 위해 사누키를 찾는다. 전국 각지에서 우동을 맛보기 위해 몰려든다. 하지만, 이 난리법석 가운데도 코스케의 아버지는 묵묵히 우동 면을 밀고, 끓이며 지나가는 동네 아이들에게 우동을 나눠준다. 이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사누키 우동을 위해 사누키 우동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 한가운데서 진행을 맡게 된 코스케. 전직 코미디언의 장기를 살려 성황리에 페스티벌을 성공시킨다.

밀은 익어가고 있어! 그런데 이 영화가 우동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우동 페스티벌에 대한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우동’이지? “밀은 아직도 익어가고 있어. 우리가 이렇게 우동을 쳐다보고 있는 동안에 말이야!”

맞다.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그 우동, 그리고 축제에 실제 사누키의 우동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벅적거린 사누키 우동 축제는 주민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외지인들을 위한 ‘먹고 놀자’식의 파티였던 것. 실제 사누키 주민들이 원한 것은 밀알이 익어가는 것을 보며 우동 가락을 밀고, 그 우동을 사람과 나누어 먹으며 배시시 미소 짓는 여유로움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우동집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산골에서 강변에서 때로는 찾기 힘든 골목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동은 사누키 사람들의 ‘소울 푸드’였지 ‘페스티벌 푸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제야 코스케는 아버지의 우동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제 코스케는 당당하게 아버지의 아들 코스케로 태어나길 원하며 처음으로 우동을 전수 받길 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지도 못한 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다.

소울 푸드, 우동 응? 이야기가 갑자기 ‘꿀꿀’해진다고? 천만에. 이제 영화 <우동>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스케는 아버지의 우동집을 이어받겠다고 선언하지만 오히려 누나는 반대한다. 고작 우동집 몇 군데 돌아다녔다고 진짜 아버지의 우동을 만들 수 있겠느냐? 현실적인 지적을 하며 판타지 영화 <우동>을 현실로 끌고 내려온다. 아버지의 우동을 그리워하는 사누키 주민들. 코스케는 이제 아버지의 우동을 그리고 자신의 우동을 만들려고 한다. 자기 가슴속에 살아있는 진짜 우동, 사누키의 소울 푸드를! 생각해보면 항상 어렵고 힘들 때 허기를 달래주는 따뜻한 음식이 있었다. 레스토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곁에 나의 어머니가,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 음식. 이 단순한 진리를 좇는다면 소울 푸드 하나쯤, 아니 열 개쯤은 마음에 품고 싶다. 그리고 난 지금 우동 면을 올리러 간다.

 글을 쓴 이강민은 ‘마시짱의 둥지’라는 아이리쉬 펍의 주인을 꿈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다.
  영화<6월의 일기>로 시나리오 데뷔를 하였다. 2011년 제작 예정인 영화 <소울 메이트>의 시나리오를
  작업하였으며 현재 장편 스릴러 소설을 쓰는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