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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입안이 얼얼 눈물이 쏘옥! 맵고 화끈한 고추 이야기...[당뇨에 좋은 당조고추부터 고르기, 보관법까지~]

외국인들이 TV에 출연해 한국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을 재미있게 보곤 하는데요.
한번은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다뤄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식문화는 무엇이냐"를 묻는 질문에 번데기를 비롯해 각종 보신음식들이 언급됐었는데요.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고추'에 대한 것이었답니다.

"그냥 먹어도 매운 고추를 왜 고추장에 찍어 먹나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먹는 일이 그들에게는 낯선 일이었던 것이죠! 'ㅁ' 그만큼 한국인에게 고추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식재료랄까요. ㅎㅎ 생각해 보면 한국의 얼큰한 찌개와 매콤한 김치 문화 역시 고추가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나 싶네요.

그런데 혹시 그것도 아시나요? 우리는 고추를 우리만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세상 사람 4명 중 1명이 '고추'를 먹는다는 사실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향신료가 바로 '고추'라는 사실도?  놀라셨다면, 계속해서 이어지는 "놀라운 고추의 세상"도 함께 하셔야 합니다. 고고고- 무비무비-

덧. 물론 내일은 고추를 활용한 레시피가 나간다는 사실~! 기대해 주실거죠? '~'


톡 쏘는 매운맛 속 단맛, 신맛, 감칠맛!
화끈한 고추의 유혹
 
찜통더위 속 주말 한낮. 입맛은 없고 안 먹자니 아쉽고 해먹자니 귀찮고….
이럴 땐? 오호 그렇지. 시원한 보리차에 찬밥 한 덩어리를 만다.
반찬은 짭조름한 된장 한 종지와 싱싱한 풋고추 서너 개. 후루룩, 와사삭~.  
여름은 바야흐로 풋고추의 계절이다.



고추는, 세계 최초의 대박 신화 

1493년, 금보다 귀한 후추를 대신할 향신료를 찾아 항해를 떠났던 콜럼버스는 ‘아히(Aji)’라고 불리는 라틴 아메리카의 고추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비록 후추로 착각하긴 했지만 그가 가져온 고추는 스페인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중해, 중부 유럽을 돌아 인도, 아시아, 아프리카로 퍼져 나갔고 순식간에 인류의 밥상을 장악했다. 이 세상에는 1,600여 종의 고추가 존재한다. 크기는 한 뼘쯤 되는 것부터 새끼손톱 만한 것까지, 매운맛도 다양하다. 고추는 매운맛 정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매운맛은 거의 없이 단맛이 나는 고추는 두툼하고 열매가 크다. 파프리카가 대표적이다. 중간 정도의 매운맛은 보통 기다랗게 생겼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의 고추는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매운맛이 강한 고추로 작을수록 맵다. 멕시코의 칠리가 그렇다.


인도 ‘귀신 고추’는 대테러 작전용?
고추의 매력은 역시 톡 쏘는 매운맛이다. 고추의 매운맛은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 농도로 측정하는데 이를 스코빌 지수라고
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매운 고추다. 품종에 따라, 같은 품종이라도 토양의 성질이나 기후에 따라 캅사이신량은 천차만별이다. 청양고추는 4,000~1만2,000스코빌로, 전 세계 고추들 사이에서 순위를 매기자면 중간쯤 된다.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가장 매운 고추는 인도의 ‘부트 졸로키아’다. 100만 1,304스코빌로 청양고추보다 무려 100곱절도 더 맵다. 먹으면 혼이 나간다고 해서 ‘귀신 고추’라고도 불린다니 저승이 궁금하다면 목숨 걸고 시도해 봄 직하다. 인도 국방부는 사람 잡는 이 고추를 이용해 조만간 대테러 작전용 수류탄을 생산할 계획이란다. 지난 4월 영국에서는 귀신 고추보다 더 매운 고추가 등장했다. 이름은 끝없이 맵다는 뜻의 ‘인피니티’(Infinity, 무한대). 이 고추의 별명이며 쓰임은 또 어떨지 등골이 서늘하다.


고추는 ‘우리’만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고추를 “한국인의 매운맛”이라며 우리만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세상 사람 넷 중 하나가 고추를 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향신료가 바로 고추인데도 고추 먹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나라 사람들만 먹는 줄 안다. 통증에 가까운 매운맛을 극복하고 즐길 줄 알게 되었다는 나름의 자부심에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싶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외국인이 고추가 들어간 음식을 잘 먹어야만 인도네시아 문화에 동화되었다고 인정한다. 인도네시아 요리는 고추가 기본양념이다. 아프리카에서 향신료는 곧 고추를 뜻하며, 거의 모든 음식에는 고추가 들어간다. 인도에서 모든 요리의 기초가 되는 것 역시 고추다. 고추에는 살충 효과가 있어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더운 열대 지방일수록 고추를 넣은 매운 음식이 많다.


지구인이 고추 먹는 깨알 같은 방법
태국 사람들은 매운 고추 프리키누를 빻아 돼지고기, 생강, 마늘, 토마토를 섞은 전통 쌈장 남프릭엉을 흰 쌀밥에 비벼 먹는다. 중국 쓰촨(사천) 요리의 매운맛은 곧 쓰촨 고추의 맛이다. 쓰촨 사람들은 매일 매운 고추기름이나 고추소스를 얹은 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페인에서는 대형 립을 고추 튀김과 함께 먹고, 헝가리의 전통요리인 굴라쉬는 돼지고기, 감자, 파프리카 가루를 푹 끓인 매콤한 수프다. 이탈리아 대표 파스타인 알리오 올리오(MBC 미니시리즈 <파스타> 속에도 등장한 일명‘공효진 파스타’)에는 ‘페페론치노’라는 청양고추보다 매운 고추가 꼭 들어간다. 
멕시코 사람들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매운(청양고추의 30곱절) 고추인 ‘아바네로’를 설탕에 찍어 간식으로 먹는다. 과자, 과일에도 고춧가루를 뿌려 먹고, 10여 가지의 고추와 마늘 등 갖은 양념에 초콜릿을 녹여 만든 몰레 소스를 고향의 맛으로 기억한다.


우울할 땐 고추를 드시라니까요?
세상 사람들이 이토록 고추에 열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고추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데 사실일까. 고추 다이어트에 돌입했던 수많은 일본 여성들의 허리둘레는 정말 줄었을까. 고추를 둘러싼 이런 소문들은 모두 사실이며, 이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캅사이신 덕분이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감각 곧 통증이며 중독이다. 혀의 통각 세포에서 매운맛을 느끼면 이를 중화시키기 위한 반작용으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엔도르핀은 스트레스와 우울한 기분을 해소시켜주는 중독성이 강한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매운 음식을 찾는 것은 반복된 학습 효과인 셈이다. 캅사이신이 몸속 지방을 분해해주니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입안의 침샘을 자극해 침을 돌게 하고 위액 분비를 활발히 해서 식욕을 자극하니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다이어트에 해가 된다.


비타민C, 과일보다 고추에 많다?  
고추를 먹으면 신체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혈류량이 증가되기 때문에 운동한 것처럼 땀이 나고 몸이 개운함을 느낀다.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민한 캅사이신은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 단, 위암에는 효과가 있지만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면 매운맛이 자극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모든 고추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오렌지의 곱절, 토마토의 5곱절, 사과의 30곱절이나 된다. 풋고추보다는 건고추의 비타민C 함량이 더 높다. 그 밖에도 고추에 든 비타민A는 면역력을 높이고, 비타민P는 피부를 보호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


고추, 김치의 미래도 바꿨어요
우리나라에 고추가 처음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때인 1592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에서 적어도 1,000년 전부터 음식으로 널리 쓰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좀더 자세한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겠지만 그만큼 고추가 한국인의 밥상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전문가들은 4킬로그램이나 되는 한국인의 1인당 한해 고추 섭취량이며, 한국 고추가 지닌 색과 당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한다. 특히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가 일품이란다. 김치가 중국의 파오차이나 일본의 쯔께모노같은 채소 절임이 아닌 발효 식품이 될 수 있었던 건 모두 고추 덕분이다.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기 전까지 김치는 지금처럼 빨간색이 아니었으며 단순한 절임에 지나지 않았다. 김치 속으로 들어온 고추는 채소나 젓갈류의 산패를 막고 젖산균의 발효를 도와 알맞은 아미노산(맛)을 유지해준다.


진짜  고추요리백과사전은 한국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추 먹는 법은 실로 다양해서 전 세계의 고추 조리법이 총망라되어 있다. 생으로 먹는 것은 당연하고, 고추 그 자체를 절이고(고추장아찌), 찌고(고추 찜), 지지고(고추 전), 볶고(고추볶음), 튀긴다(고추튀김, 고추 부각). 연한 고춧잎까지 조물조물 무쳐서 알차게 먹는다. 고춧가루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고춧가루 그 자체랄 수 있는 고추장부터 김치, 각종 탕, 찜, 찌개, 국, 조림, 무침 등등에 들어가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딘가에 후추처럼 솔솔 뿌려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달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이며 식욕을 자극하는 빨간색도 고춧가루의 소비를 늘리는 데 한몫한다. 덩달아 중국산 고춧가루의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중국산은 우리 것보다 맵고 색도 곱지만 당도가 절반 수준에 감칠맛도 없다. 발효도 잘 안 된다. 위생과 안전성도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보다 건고추 재배 면적이 줄었다니 중국산 고춧가루의 수입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꽈리는 볶고 청양은 부치고
고추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채소 중 하나다. 최근에는 고추에 약용 성분을 가미하거나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히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 먹는 고추는 그래도 역시 풋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다. 꽈리고추는 천연 항산화제인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으니 기름에 살짝 볶아먹는 것이 좋다. 주로 생으로 먹는 풋고추는 날콩 가루를 입혀 튀기거나 쪄서 양념해도 별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청양고추를 곱게 다지거나 채 썰어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잡냄새며 맛이 말끔히 사라져 개운하다. 은근히 올라오는 칼칼한 맛이 가히 환상적이다. 물을 넣고 간 다음 밀가루와 찹쌀가루 섞어서 부친 청양고추 전은 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바로 돌려줄 것이다.


당뇨에 좋은 당조고추?
샐러드 소비가 늘면서 피망, 파프리카 같은 단고추의 인기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소비가 늘고 있는 고추는 오이맛고추다. 풋고추와 피망 등을 교잡해서 만든 것으로, 과육이 풋고추보다 곱절 이상 두껍고 풋고추 중 수분이 가장 많아 시원하고 아삭아삭 씹힌다. 고추 특유의 매운맛보다는 단맛이 많이 나서 장에 찍어 생으로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다른 고추보다 길이가 짧고 동그란 아삭이 고추는 단맛이 강하고 매운맛도 은근하다. 생으로 먹으려면 금이 생기지 않은 것을 구입하고, 금이 생겨 매운맛이 나는 것은 절임을 담그는 것이 좋다. 소금이나 식초에 절여도 아삭한 맛이 잘 유지된다. 
녹차 추출액에 함유돼 있는 카테킨 성분을 주기적으로 뿌려 키운 전남 보성의 녹차 고추, 체내의 당 흡수를 억제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당조고추 같은 기능성 고추도 눈길을 끈다.


이제 고추 고르기, 보관하기
고추를 고를 때는 표면이 매끄러우며 윤기가 나는지, 색이 맑고 선명한지, 흠집은 없는지를 잘 살핀다. 눌렀을 때 탄력이 있고 꼭지가 말라있지 않고 단단히 붙어 있다면 싱싱한 것이다. 껍질이 단단한 것은 매운맛이 강하다. 공기와 닿으면 캅사이신 성분이 날아가 효능이 떨어지니 보관할 때는 씻지 말고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랩으로 꽁꽁 감싸거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씨와 하얀 심 부분에 캅사이신 성분이 많으니 매운맛이 싫다면 이 부분을 제거하면 된다.
 
+글을 쓴 한정혜는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두루 하고 있다. 간간히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MBC문화방송의 <W>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집 근처 공원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해바라기’하는 것을 즐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