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이해 연재를 시작했던 '세계의 재래시장 시리즈'가
아마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될 것 같은데요.
그동안 재미나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익숙한 스타일의 재래시장이 아닌
조금은 낯선 외국의 서구형 재래시장을 보여드림으로써
비교해 보는 재미를 드리려고 했었거든요. ^^
외국 여행하는 기분도 내고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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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을 장식할 곳을 소개해 드려야 겠죠? ㅎㅎ
오늘 소개해 드릴 곳은 비러 핀란드의 재래시장입니다.
이곳 역시 한국의 재래시장과는 또 다른 색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제철 과일과 채소가 자태를 뽐내고 있고
사람들은 활기가 넘친다는 점은 닮아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일전에 배추 기르는 법을 포스팅해주셨던
명파님께서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닮은 점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해주신게 있는데요.
요거요거 또 풀사이 가족분들이 재미있어 하실만한
힛트 예감이 드는 내용인지라 다음에 따로 포스팅하려고
아껴두었답니다. ㅎㅎ 기대해주쎄요~. 'ㅅ'
자, 그럼 사람사는 냄새 가득한
핀란드의 재래시장으로 함께 가시죠~!
광장,
시장의 활력과 항구의 낭만을 품다
-핀란드
핀란드 주요 도시들의 재래시장은 보통 광장에 자리한다. 광장에는 싱싱함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다양한 빛깔의 농수산물과 먹을거리, 그리고 손재간을 한껏 부린 각종 수제품들이 즐비하다. 광장은 또 항구와 선착장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호수 크루즈를 즐기거나 외곽 지역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오르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우리나라에서 2년 전 이맘때쯤 정식 개봉했다. 영화는 알음알음으로 퍼져 나갔다. 2006년 단 2곳의 상영관에서 개봉했다 100여 곳으로 확장한 일본의 경우에는 못 미쳤지만 나름 반응이 뜨거웠다. 영화는 좀 밍밍하다. 보는 사람의 감정을 일거에 고양시키는 대목이 없다. 시종일관 잔잔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돌아서면 잔상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카모메 식당>은 핀란드 헬싱키(Helsinki)에서 촬영됐지만 영화는 헬싱키의 풍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 ‘갈매기’라는 이름을 지닌 식당과 그 식당이 몸을 의탁하고 있는 헬싱키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리게 된다. 식당을 운영하는 주인공 사치에가 음식 재료를 구입하던 재래시장도 그런 기분을 부추기는 곳 중 하나다. 1 직접 뜨개질을 해서 아기 옷과 모자를 판매하는 헬싱키 재래시장의 할머니. 2 선상에서 바라본 헬싱키 항구 전경. 가지런한 건물들 뒤로 우뚝 솟은 흰색 건물이 핀란드 루터파의 총본산인 헬싱키 대성당이다. 3,6 올드 마켓 홀의 인기 품목인 생선 통조림과 연어 슬라이스. 4,5 카우파토리에는 콩과 살구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7 재래시장의 대표적 간식거리인 커피와 미트 파이. [사진 노중훈]
카모메 식당이 재료를 구입하던 시장 8 핀란드 디자인의 모든 것을 일별할 수 있는 디자인 박물관. 9 커다란 바위의 안쪽 부분을 파낸 자리에 들어서 있는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10 카이보푸이스토 공원에 위치한 카페 우르술라. 영화 <카모메 식당>에도 등장한다. 11 핀란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순록고기. 12 디자인 제품 전시와 판매를 병행하는 디자인 포럼 핀란드. 13 원로원 광장의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 동상. [사진 노중훈]
핀란드에서는 시장이 서는 광장을 카우파토리(kauppatori)라고 한다. 핀란드어로 카우파는 ‘business’ 또는 ‘trade’를, 토리는 ‘square’를 뜻한다. 헬싱키의 카우파토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선도 만점의 과일과 채소들이다. 제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콩, 버섯, 당근, 딸기, 살구 등이 시장을 알로록달로록하게 물들인다. 노란 빛깔이 눈부신 살구버섯은 <카모메 식당>에도 등장한다.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마사코의 여행 가방 안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던 바로 그 버섯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버섯을 즐겨 먹는다. 식용 버섯만 해도 1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콩도 좋아한다. 헬싱키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투르쿠(Turku) 지역에서 생산된 완두콩이 특히 인기가 높다.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노점상 주변에는 털실로 뜨개질하여 아기용 옷과 모자를 판매하는 사람, 조각도를 들고 나무를 깎아 곰 인형을 만드는 사람, 아기자기한 수제 액세서리를 선보이는 사람들도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카우파토리에는 또 주황색 천막으로 된 포장마차도 여럿이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핀란드의 별식을 맛보고 시민들은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커피와 미트 파이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다. 헬싱키 투어에 함께 나섰던, 무려 33년간 핀란드 관광청에서 일했던 카리나 씨는 “품질을 따지면 당연히 재래시장으로, 가격을 우선시하면 수퍼마켓으로 간다”고 일러주었다. 마켓 광장에서 항구 쪽으로 조그만 걸어가다 보면 올드 마켓 홀이 나온다. 어패류, 채소류, 과일류 등의 다양한 식료품을 파는 가게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연어와 캐비아, 그리고 가재 속살을 얹은 샌드위치가 잘 팔린다. 5월 초부터 9월 하순까지는 일주일 내내 장이 열리는 카우파토리와는 달리 이곳은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다.
광장은 항구와 붙어 있다. 항구에는 바이킹 라인이나 실야와 같이 스웨덴이나 러시아까지 운행하는 대형 유람선과 헬싱키 인근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중소형 페리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헬싱키 교외의 대표적인 목적지는 수오멘린나(Suomenlinna)이다. 페리로 불과 15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4개의 섬들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250년이란 긴 세월 동안 핀란드 남해안을 지키는 해상 요새의 역할을 담당했다. 스웨덴-러시아전쟁, 크림전쟁, 핀란드 국내 전쟁 당시 전화를 입기도 했다. 섬 이곳저곳에 놓여 있는 대포들이 신산스러웠던 역사를 말해준다. 지금의 섬은 평화로운 기운만이 물씬하다. 박물관, 교회, 레스토랑들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수오멘린나는 헬싱키 사람들이 즐겨 찾는 근거리 소풍지다. 준비해간 도시락을 먹거나 느긋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결혼사진 촬영지로도 호응이 높다.
14 핀란드 컨템퍼러리 아트 디자인의 중심지 피스카스. 15,16 핀란드 대통령의 여름 별장과 화려한 정원이 있는 난탈리의 쿨타란타. 17 난탈리 항구 부근에서 아이들에게 풍선 인형을 나눠주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 18,20 난탈리의 여름 벼룩시장. 7월과 8월에만 장이 선다. 19 핀란드 3대 고성 중 하나인 올라빈린나. 여름에는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사진 노중훈]
단순할수록 아름다운 뺄셈의 디자인
헬싱키를 찾는 외지인들이 빠짐없이 소비하는 또 다른 품목은 바로 디자인이다. 창의력의 진수를 보여주는 디자인 제품들과 내로라하는 디자인 숍들이 많기 때문이다. 핀란드를 비롯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디자인 경향인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북유럽 디자인은 특히 인테리어 분야가 발달했는데, 여기에는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날씨가 춥다보니 집 밖을 나다니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며, 자연스레 ‘실내’에 집중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핀란드의 경우 매서운 겨울이 일 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북부 지역 같은 경우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극히 짧은 ‘흑야’가 한겨울 동안 이어진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그렇듯 핀란드 디자인의 특징 역시 단순, 절제, 자연, 실용 등의 단어로 수렴된다. 복잡한 장식은 핀란드 디자인의 관심사가 아니다. 무엇인가를 자꾸 덧칠해서 화려하게 꾸미는 덧셈의 디자인이 아니라 거추장스런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는 뺄셈의 디자인이다. 칼은 짧을수록 위험하고 풍경은 단순할수록 매혹적이라고 했던가. 심플하면서도 미니멀한 핀란드의 디자인은 그 어떤 디자인보다 세련됐다. 특정한 모습을 입체감 있게 예술적으로 형상하여 표현하는 아름다움인 조형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연미도 빼어나다. 목재를 이용한 가구는 나무의 결과 색감을 그대로 보여준다. 핵심적인 기능을 강조한 제품들은 내구성도 뛰어나다. 디자인 포럼 핀란드(Design Forum Finland)는 판매 공간과 전시 공간을 함께 갖춘 숍이다. 핀란드 디자인의 발상지로도 회자된다. 신예부터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만든 생활용품과 인테리어 소품들이 진열돼 있다. 한쪽에는 카페도 마련돼 있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핀란드 디자인의 본령을 감상할 수 있다. 이탈라 콘셉트 숍에서는 유리 제품이 뛰어난 이탈라, 도자기 제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라비아, 예술적인 주방용품을 생산하는 하크만 등의 3대 브랜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핀란드 최고의 동화 캐릭터 무민(Moomin)이 그려진 아라비아의 머그는 가장 많이 팔리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아르테크(Artek)는 그 유명한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가구를 취급하는 매장이다. 알바 알토가 누구인가. 그는 핀란드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불세출의 건축가다. 프랑스의 르 코르뷔지에, 미국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현대건축의 아버지로 불린다. 알바 알토는 콘서트홀 겸 회의장인 핀란디아 홀을 설계한 건축가이지만 가구와 조명 기기 등의 인테리어 제품에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가 디자인한 곡선형의 물병은 핀란드의 거의 모든 가정이 소유하고 있을 정도다. 알토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아르테크의 제품들은 곡선미가 유별나다. 다리를 붙이지 않고 휘어서 만든 의지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박물관은 말 그대로 핀란드 디자인의 처음과 끝을 일별할 수 있는 귀한 장소다. 일용품과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산업디자인 분야에서도 핀란드 디자이너들이 혁혁한 전과를 올렸음을 금방 알게 된다.
21 사본린나의 카우파토리. 형형색색의 천막 아래에서 다양한 식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한다.[사진 노중훈]
바다와 맞닿은 도시, 호숫가의 도시
헬싱키의 재래시장과 디자인 숍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면 다른 도시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먼저 찾아볼 곳은 헬싱키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난탈리(Naantali). 도시 이름은 중세 스웨덴어의 ‘아름다운 계곡’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실제로는 바다와 마주 닿아 있는 휴양지다. 항구의 모습도 낭만적이지만 18~19세기의 목조 가옥들이 늘어서 있는 구시가지 역시 제법 운치가 있다. 인근에서는 여름 한철 벼룩시장이 선다. 7월과 8월 두 달에 걸쳐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만 손님을 맞는다. 난탈리는 종종 ‘핀란드의 두 번째 수도’라고 불린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는 쿨타란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20헥타르에 달하는 드넓은 정원에는 베고니아와 패랭이 등의 다양한 화초가 심어져 있다. 앞서도 언급한 무민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무민월드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라면 놓칠 수 없는 곳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쉬운 점은 여름 시즌에만 개장한다는 것. 난탈리 스파 호텔은 지역 유일의 5성급 호텔로 규모와 시설 면에서 최고의 휴양 리조트로 평가받는다. 오랜 역사를 지닌 스파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핀란드 동남부에 자리한 사본린나(Savonlinna)는 호반의 도시다. 지역 면적의 절반이 호수에 해당한다. 예로부터 수로 교통의 중심지로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본린나의 중심에 올라빈린나(Olavinlinna)가 있다. 핀란드의 3대 고성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성은 본래 군사적인 목적으로 축조됐다. 500여 년 전 핀란드를 지배했던 스웨덴이 이웃한 강대국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쌓아 올린 것이다. 성의 외관은 견고함으로 빈틈이 없고, 성의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의 미학을 보여준다. 사본린나에도 카우파토리가 있다. 헬싱키에 있는 것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거래된다. 인접한 선착장에서는 여러 형태의 배들이 수시로 발착한다. 유람선은 잔잔한 호면을 미끄러지듯 가로지르며 올라빈린나 주변을 선회한다. 가까이에서 본 성과 자리를 뒤로 물려 바라본 성의 모습은 똑같이 아름답다.
가는 길 핀에어가 인천~헬싱키 구간의 직항 편을 운항한다. 비행시간 약 9시간 20분. 돌아올 때는 기류의 영향으로 50분가량 줄어든다. 헬싱키에서 사본린나까지는 자동차로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사우나 핀란드는 사우나의 천국이다. 인구는 불과 500만 명인데 사우나의 숫자는 무려 100만 개에 달한다. 집을 지을 때 사우나부터 갖출 정도로 사우나 사랑이 대단하다. 자연의 풍성함을 두른 자리에 별장을 짓고 사우나를 즐기는 것은 핀란드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다. 나무를 땐 연기가 그대로 배어 있는 스모크 사우나를 최고로 친다.
투르쿠 투르쿠는 1812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1세가 헬싱키로 천도하기 전까지 핀란드의 수도였던 곳이다. 난탈리에서 불과 13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1300년에 건설된 투르쿠 대성당, 스웨덴이 핀란드를 통치하기 위해 만든 핀란드 성, 핀란드의 전통 생활양식을 재현하고 있는 루오스타린메키 야외 수공예 박물관 등이 주요 볼거리다. 현재는 IT와 선박 건조 산업이 발달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 이야기를 풀어 놓은 노중훈은 핀란드의 순정한 자연보다 그곳 사람들의 수수하면서도 맑은 성정이 더 아름답다고 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카모메 식당’으로 등장한 헬싱키의 레스토랑을 찾아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도 했다.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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