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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이 제품 꼼꼼 리뷰

왜 새빨간 '완숙'이어야 하는가? 올가 유기농 토마토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
과연 그 토마토는 농장에서 딸 때부터 빨간색이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 답은 '아니오' 입니다.

통상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토마토는
가지에 매달려 땅과 태양의 기운을 한껏 빨아들이며 '빨갛게 익은 열매' 가 아닌
새파랗게 질려 있을 때 수확이 되어 물류과정에서
시간이 흘러 색이
'빨갛게 변해버린 열매'
라고나 할까요?
(요걸 '후숙'이라고들 하지요.)

사실 빨갛게 익어버린 토마토를 따는 건, 상당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작업이죠.
딸 때도 그렇고 배송과정에서도 터질 위험이 높거든요.
(요런건 '완숙' 토마토라고 하구요.)

하.지.만.
친환경 전문 매장 <올가>에서는
유기농 완숙 토마토를 판매하느냐. 그 이유는 곧 밝혀집니다!



올가 유기농 완숙 토마토
진짜, 제대로,
새빨갛게 익은 바로 그때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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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익기도 전에 따낸 새파란 토마토가 더위에 지쳐 트럭 안에서 빨갛게 변해버리는 건 아무래도 서글프다. 다행히 이날 만난 토마토는 자연 속 양분을 흠뻑 빨아들여 제 스스로 빨갛게 잘 익은 행복한 토마토.


“[푸드 특가] 토마토 가격 인하 46퍼센트 할인. 5킬로그램 9,900원.” OO 마트에서 온 뉴스레터 제목을 클릭하니 빼곡한 상품들 사이로 한 무더기의 토마토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클릭. “자연의 신선함을 그대로~ 탱글탱글~ 새콤달콤~ 어쩌고저쩌고~ 무료 배송~.”

마음속에서 슬며시 바람이 인다. 싸다! 더구나 무료 배송. 살까?

좀 적게 먹더라도 환경을 생각해 친환경 농산물을 먹자던 다짐은 이렇듯 쉽게 흔들리고 만다. 사진 속 토마토는 물론 ‘뽀샵 처리’라는 사진 보정 과정을 거쳤겠지만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맛있어 보인다. 먹음직스러운 빨간색. 싸고 푸짐하다. 이런, 그저 양에 좌지우지되는 인간이라니 쯧. 일단 관심 품목에 담아둔다. 구매 버튼은 평정심을 찾은 다음 눌러도 늦지 않다. 지름신 강령을 막는 나름의 쇼핑 노하우다. 



이 맛을 기억하자, 양의 유혹일랑 뿌리치고!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석송리 유기농 토마토 밭.

빨간색 토마토를 따서 한입 베어 물었다. 연한 껍질 사이로 즙이 왈칵 쏟아졌다. 적당히 짭조름하고 단맛도 있는 데다 은근히 감칠맛도 난다. 말 그대로 입에 짝짝 붙는다. 탱탱한 과육까지 오물거리며 삼키고 나니 점심 전 시장기가 금세 사라졌다. 토마토 100그램당 열량은 겨우 4칼로리.

“이걸 한 번 들어보세유. 맛은 이게 최고쥬.” 토마토 밭 주인이 권하는 새빨간 토마토. 한눈에 봐도 무척 잘 익었다. 과즙이 한껏 차올라 야들야들한 껍질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다. 자태가 영락없는 홍시다. 정체는 완숙도 100퍼센트 유기농 토마토. 씹을 새도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가지에 매달려 땅과 태양의 기운을 한껏 빨아들이며 ‘빨갛게 익은 열매’와 단지 시간이 흘러 색이 ‘빨갛게 변해버린 열매’의 차이는 이렇게 엄청나다. 영양의 차이도? 물론 그렇다. 안타깝게도 100퍼센트 완숙 토마토는 밭에서만 맛볼 수 있다. 운반 도중 터지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운반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맛과 영양이 최대치에 이른 80~90퍼센트 유기농 완숙 토마토는 365일 먹을 수 있다. 그러려면 모쪼록 ‘값과 양의 유혹’으로부터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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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밭을 지나 세 친구의 밭으로


정안면 토박이이자 공주농고 동문인 토마토 밭 주인 3인방 윤동현(51세), 홍성구(51세), 이재호(48세) 씨는 서로 이름 대신 “친구야”, “동생아”라고 부르며 네 것 내 것 구분없이 6,000여 평 위 하우스 6개 동을 함께 돌본다. 게을러 지는 것이 싫고 농사에 미쳐보자 싶어 친환경 농업을 시작했고 화학농에서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으로의 과정이 지난하고 고생스러웠지만 셋이 함께 버텨내느라 의지가 되었다.

이들은 행정 수도 이전이라는 부동산 바람을 타고 치솟은 땅값 때문에 농기구를 그랜저 승용차에 싣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리는 동네에 살면서도 농사가 취미라서 일편단심 농사만 지을 것이라는 뚝심 있고 미래지향적인 농부다. “돈 있고 할 일 없는 것보다야 매일 할일 있는 게 훨씬 낫지유. 재미도 있구유.” 차에서 내려 토마토 밭으로 향하는 길에는 쑥, 고사리, 민들레부터 이름 모를 들풀과 들꽃이 숲을 이루고 있다. 간신히 길만 내놓았다는데 항상 다니는 이야 불편하겠지만 도시 촌뜨기에게는 보기 드문 길이라 즐겁다. 제초제를 뿌렸다면 말끔했을 테니 이 길 끝이 진짜 유기농 토마토 밭이라는 기분 좋은 예고편이기도 하다.


토마토 꽃술에 새겨진 벌의 이빨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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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맴을 돌던 벌 한 마리가 노란 별 모양 토마토 꽃에 가서 냉큼 앉는다. “요즘 벌이 귀해유. 그리고 요즘 벌들은 착과를 잘 못해유. 양봉하는 친구가 요 3년 동안 벌 보기가 어려워 고생을 했는데, 지난 해에는 2년치 꿀을 한꺼번에 쳤대유.” 없는 것도 많은 것도 정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의 벌은 어디에서 온 걸까?

“유럽에서 수입해 오지유. 벌이 귀하기도 하고 하우스 안까지 날아들어 오기도 힘들구유.”

“토마토를 노지에 심으면 안 되나요?” “채소 농사는 물 관리가 중요한데 특히 토마토는 비를 맞으면 다 터져 버려유. 날이 점점 더워지고 기습 폭우와 기습 폭염 때문에 이제 노지 재배는 거의 없다고 봐야쥬.”
벌이 두문불출 제 일을 못하니 성격 급한 사람들은 호르몬제를 물에 타서 뿌리는 인공 수정을 한다. 벌이 떠난 흔적, 노란 꽃술에 얇은 갈색 줄이 새겨졌다. 수정을 마친 벌의 이빨 자국이다.


마니아들의 토마토 ‘도태랑’

이곳에서는 ‘도태랑’종과 방울 토마토를 재배한다. 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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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은 국산 고유 품종과 가장 닮았다. 유럽의 것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재배가 수월하나 당도가 낮고 즙이 적어 요리나 주스용으로 적합한 데 반해, 도태랑은 즙이 풍부하고 신맛과 단맛, 짠맛과 감칠맛을 고루 지녔다. 재배가 무척 까다로워 품종을 바꾼 적이 있는데 “예전 그 맛이 그립다”라는 고객들의 요구로 다시 도태랑을 재배하고 있다.    
 
토마토는 모종을 옮겨 심고 난 다음 첫 수확까지 두 달 남짓 걸린다. 토마토에는 두 가지 재배법, 땅에 심는 토경 재배와 물에 심는 수액 재배가 있다. 맛은 토경 재배가 훨씬 좋지만 재배가 어렵고 수확량이 적다. 유기농 토마토는 모두 토경 재배를 한다. 수액 재배는 병충해도 덜하고 오래도록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지만 비료를 주어야 해서 친환경으로 재배하려고 해도 저농약까지만 가능하다.  

처음 찾은 하우스 안의 토마토들은 3월 말에 심은 것으로 8월 말까지 수확할 수 있으며 유기농 토마토들은 보통 6번, 그러니까 6화방 수확한다. 토마토 넝쿨은 층층으로 자라기 때문에 맨 아래 1층 넝쿨(화방)의 열매를 수확하고 그 다음 위로 난 2층 넝쿨의 것, 그 다음 3층 하는 식으로 수확한다.

모든 열매들이 그렇듯 약을 치지 않는 한 같은 가지에서 났어도 익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수확 시점은 완숙도가 딱 80~90퍼센트에 이르렀을 때! 일교차가 심할 때 가장 맛이 좋고, 끝물의 살이 덜 든 토마토가 더 맛있다.

사진설명
1  토마토 밭은 ‘별’ 천지다. 노란 꽃도 별 모양이고 꽃받침(꼭지)도 별 모양이다. 사진의 것은 유기농 방울토마토. 한 가지에 달렸어도 익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2 아직 덜 익었지만 속은 꽉 찬 ‘도태랑’. 익을수록 과육이 부드러워지면서 즙이 많아진다.
3 토마토 밭주인 삼인방. 이름 대신 “친구” “동생”이라고 부른다. 왼쪽부터 홍성구, 윤동현, 이재호 씨.
4 병충해는 화학약품이 아닌 온실가루이좀벌 같은 천적을 이용해 없앤다. 화학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온실 주변에 풀이 무성하다.



정부 관리와 학생도 배우고 가는 곳

이곳 농부 3인방은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 ‘유기농업의 정석’이라고 믿는 ‘농부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화학비료나 농약 대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뒷산 활엽수 낙엽을 이용해서 통기성 좋은 토양을 만들어 토마토 뿌리가 잘 자랄 수 있게 하고, 해초 추출물과 키토산 등 자연 추출물 액비로 영양분을 공급한다. 특히 다른 토마토 산지들은 육묘(모종)를 받아 재배만 하는데 드물게 육모장까지 갖추고 있다. 농업진흥청과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이 이곳을 시험장으로 삼아 다양한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도, 까다로운 걸로 소문난 올가와 6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런 기술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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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6, 7 3월 25일경 모종을 옮겨 심은 토마토. 두 달이 지나면 수확할 수 있고 8월 말까지 6번 수확한다.
8 벌의 수정이 끝나면 열매가 맺힌다.
9 꽃대를 발로 붙잡고 수정 중인 벌. 수정이 끝나면 수술에는 벌의 이빨 자국인 얇은 갈색 줄이 새겨진다.
10  태양과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빨간 토마토. 뒤로 바짝 마른 잎들이 보인다. 수확 전 물을 주지 않아야 열매가 달다.


상자에 못 들어간 토마토는 어디로?

수확한 토마토는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작업은 깨끗한 새 장갑을 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토마토는 무게별로 6단계로 나누어지고 2킬로그램짜리 올가표 종이상자 안에 3, 4, 5단계의 것들로만 크기에 따라 8개에서 15개까지 담긴다. 그런데 상자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토마토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우리가 먹고 동네에서 팔고 그래도 남는 건 거름으로 써유. 아까워죽겠시유. 크기만 작고 품질은 다른 것과 똑같은디유.” 크기가 작은 것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단다. 단지 작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전체 무게는 똑같잖아요?”

모양을 지나치게 따지다 보니 매장으로 나가기 전 손질 과정에서 버려지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소문이 아니라 정말인가 보다. “주스용으로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시유. 값을 조금 덜 받더라도유. 참말로 아까워죽겠시유.”


올가 토마토 값이 비싼(!) 이유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꼭지를 말끔히 잘라내야 상자에 담겼을 때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값 이야기가 나온 틈을 타서 올가 이제희 MD에게 슬쩍 물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올가 토마토가 비싼 건가요?”

“비싼가요? 일반 토마토보다는 당연히 값이 비싸지만 다른 유기농 토마토와 비교하면 결코 그렇진 않아요. 토마토는 시세 차이가 많이 나는 작물이라서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서 크게는 8,000~9,000원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가는 시세 차이가 거의 없어요. 많이 나야 1,000~2,000원이죠.”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다. 시중의 토마토 값은 상당히 들쭉날쭉 하다. “계약 재배를 하는 건 품질 관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된 값으로 공급하려는 이유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올가의 고객들은 일 년 내내 안정된 값으로 드실 수가 있는 거죠.” 옆에 있던 윤씨가 말을 거든다.

“올 3월에 이상기온 현상으로 기온이 크게 올랐잖아유. 이러면 벌이 일을 안 해유. 수확량이 떨어져유. 그럼 토마토 값이 올라야 하는데 우리는 처음에 계약한 값으로 납품을 하쥬. 수확량이 늘어 시중 토마토 값이 떨어져도 우리는 처음 계약한 값대로 받구유.”



터질라 조심, 온도는 꼭 냉장 5도 씨

올가는 다른 친환경 식품 전문점들보다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토마토 씨앗의 유기농 여부, 흙의 중금속 등에의 오염 여부, 수질 검사는 물론 열매, 뿌리, 줄기, 잎까지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 외에 올가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는 국제 인증기관이기도 한 풀무원 기술연구소에서 담당한다.

한 달에 두 번, 한 번은 정기적으로 또 한 번은 담당 MD가 불시에 내려와 시료를 채취해 간다. 매장에서도 한 달에 두 번의 검사가 이루어진다. 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 항목이 82개인데 올가의 것은 100개가 넘는다. 토마토 한 알이 무려 200여 개의 검사를 거쳐 입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올가 물류센터 입고 기준도 있다. 반드시 냉장차에 실려 배송되어야 하며, 이때 차량 내부 온도는 5도 씨를 유지해야 한다.

“일반 차량으로 운반하면 차량 내부 온도가 20도 씨에서 25도 씨까지 오릅니다. 한여름에는 더하죠. 토마토가 완전히 익어버립니다. 올가 완숙 토마토 같은 경우에는 터져버리죠.”



새빨간 완숙 토마토를 고집하는 이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무표백 올가 종이상자에 담긴 유기농 완숙 토마토.


올가가 배송 과정에서의 수고로움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완숙 토마토를 고집하는 이유는 '영양' 때문이다.

가지에 달려 양분을 받으며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와 색만 빨갛게 변한 토마토는 맛은 물론 영양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 함량은 덜 익은 새파란 토마토보다 잘 익은 빨간색 토마토, 특히 완숙 토마토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매장에서 재고를 오래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길어야 사흘이죠. 고객들이 아침에 매장에서 보는 토마토는 전날 아침에 수확한 것이에요. 시중의 토마토들은 대부분 새파랄 때 수확합니다. 유통 과정에서 서서히 빨갛게 변해가죠. 유통기한을 길게 두려니 그런 겁니다.”

제대로 익기도 전에 따낸 새파란 토마토가 더위에 지쳐 트럭 안에서 빨갛게 변해버리는 건 아무래도 서글프다. 다행히 이날 만난 토마토는 자연 속 양분을 흠뻑 빨아들여 제 스스로 빨갛게 잘 익은 행복한 토마토. 자, 다시 한번 ‘값과 양의 유혹’으로부터 강해질 필요가 있다. 흡!




글을 쓴 한정혜
는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두루 하고 있다. 간간히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MBC문화방송의 <W>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집 근처 공원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해바라기’하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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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9년 여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