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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화려한 식탁 - 커리 좋아하세요? 만화로 보는 커리 이야기

<화려한 식탁>

커리의 세계는 넓고도 깊어라


커리? 카레? 사람에 따라 나라에 따라 커리로도 카레로도 불리는 이 향긋한 요리. 일단 우리에게는카레가 친숙하지만 오늘은 <화려한 식탁>이라는 만화 이야기를 하고자 하니,
화에서 통칭하는 대로커리라 부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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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거쳐 일본의 2대 대중요리로

커리의 기원은 누구나 알다시피 인도다. 그러나 막상 인도에 가면커리라는 요리가 없다는 말도 있고, 한국인들이 아는 커리 요리는 모조리 일본화된 것이라 인도 요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인도에서 여러 가지 향신료를 조합해 소스처럼 끓여먹던 커리는 식민 통치국이었던 영국을 거쳐 일본에 전해졌다. 그리고 다른 여러 서양 요리가 그랬듯이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일본의 2대 대중요리는 단연커리라면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인들의 유난한 커리 사랑에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국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커리를 즐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딱히 먹을 게 없을 때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훌륭한 별미를 만들어주는 게커리아니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커리 전문점의 개수, 즉석 커리 제품의 고급화를 보아도 한국에 스며든 커리 사랑을 파악할 수 있다. 



한 그릇만 있으면 돼

그래도 역시 커리에 있어서 일본을 따라잡을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인도에 이어 세계 커리 소비량 2위라는 양적인 면을 보나 충성도로 보나 최고가 아닌가. 인도 사람들은 커리를 특별한 요리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식사를 할 때 곁들이는 일상적 소스나 양념으로 여긴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커리에 특유의 장인정신과 집착을 접목시켜 하나의 요리 장르로 승화시켰다. 라면평론가까지 존재하는 나라답게 커리에도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면서 평론에 나선다. 어떤 커리 전문점은 사흘 내내 저어가며 졸인 육수를 사용한다며 자랑스레 이야기하고, 한 식품회사는 즉석 커리 제품만 스무 가지가 넘게 내놓을 정도다. 커리 전문 만화가 일본에서 등장함은 너무도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는 이유다.

아무리 유명한 전문점이라도 달랑 접시 하나에 담아 내오는 요리. 가격도 만원을 넘지 않고, 집에서 해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어려운 요리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사랑을 백 년이 넘도록 누리고 있다. 소박한 한 그릇의 행복이랄까. 그래서 만화의 제목인 <화려한 식탁>은 한 번 더 눈을 두게 만든다. 여기서화려한이라는 수식어는 호화롭고 대단한 맛과 모양을 뜻하지 않을 게다. 그냥 턱 하니 한 접시만 놓여 있어도 행복감을 주는, 그저 그걸로 충분한 상태를 표현한 게 아니었을까?



커리 르포라이터를 찾아라

커리 요리사인 마키토는 커리를 취급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일을 해왔다. 커리에 대한 애정과 특유의 따뜻한 심성으로 사람들 마음에 와 닿는 커리를 만드는 실력자기도 하다. 그러나 마키토에게는 일생일대의 과제가 있는데, 바로 자신에게 최고의 커리로 남아있는 어머니의 커리 맛을 재현해내는 것이다. 어렸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의 커리 맛을 알고 있는 사람은 커리 조리 과정을 취재해 간 르포라이터뿐이다. 이 사람을 찾아 다니면서 꾸준히 커리 수행을 계속해온 것이다. 그러던 중 또 한 명의 진정한 커리 실력자이자 마음의 스승격인 소이치로를 찾아 도쿄로 오게 된다. 그러나 겨우 찾은 소이치로의 커리 가게인커리하우스 쿠킹 가네샤에 도착하자 소이치로는 행적이 묘연하다는 이야기만 듣게 된다.

마키토는 주방장이 사라져 졸지에 개점휴업을 하게 되어버린 이 가게에 머물면서 새로운 커리 가게를 꾸려 간다. 바로 소이치로의 딸인 유이와 함께. 정통파 커리만 지나치게 고집하던 소이치로 탓에 이미 손님이 끊겨버린 가게.

마키토와 유이는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메뉴를 개발하며 가게를 되살리려 노력한다. 그 와중에 소이치로가 없어진 틈에 가게터를 집어 삼키려는 대기업의 횡포 등 시련도 만만치 않다. 편견에 사로잡힌 다른 커리 전문점들의 도전도 받아주어야 하고, 커리 따위는 먹을 게 못된다는 정통 요리 전문가들도 대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만화의 주인공답게 마키토는 들어오는 도전마다 족족 승리로 이끌고, 비결을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커리가 좋으니까!”



기발한 커리 요리의 색다른 맛

요리 만화들이 거의 그렇듯 이 만화도 23권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이지만,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야기의 속도감도 있고 매번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등장인물도 서서히 늘어나는데, 모두 개성 넘치고 제각기 커리에 대한 취향이 분명하다. 그냥 단역이 하나 등장했나 싶으면 꼭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커리와 이야기를 선사하는 식이다. 커리 라이스와 커리 우동 정도밖에 모르던 이들이라면, 무릎을 칠 만큼 다양하고 기발한 커리 요리를 보는 재미만 해도 쏠쏠하다. 저자인 후나츠 카즈키는 만화를 위해 최장 열두 끼 연속 커리만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때로는 편집자와 어시스턴트들까지 모두 모여 새벽 4시에 커리를 먹기도 했다나. 만화에서 그런 노력이 녹아 나오는 듯하다. 등장하는 모든 커리 요리의 레시피가 실려 있어 만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기본 향신료들만 갖추어두면 조리법도 까다롭지 않으니 시도해봄직 하다.



매력과 영양 덩어리, ‘커리

커리의 맛을 정의 내리기는 참 어렵다. 커리는 다른 어떤 음식으로 비유해 설명할 수 없는, 그저커리맛이기 때문이다. 강황, 샤프란, 코리엔더, 정향, 카더몸, 커민, 월계수 잎, 계피 등 최소 예닐곱 가지 향료에서 많게는 수십 가지 향료가 어우러져 내는 독특한 색과 향. 그러나 누가 먹어도 커리임을 알 수 있게 하는 특색 있는 맛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영양적인 가치는 또 어떠한가. 커리는 인도에서 예부터 내과계 질환에 만능으로 여겨져 왔다. 계피는 위를 적당히 움직여 주고 집중력도 높여준다. 고추와 카더몸은 지방을 제거하고,

샤프란은 냉증과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커리에 쓰이는 대부분의 향료들이 위 정장 효과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작년에는 커큐민 성분이 치매 발생을 감소시키며 몸 밖에서 들어오는 병원균과 암세포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몸의 순환을 빠르게 해 비만에도 효과가 좋다. 이렇게 굳이 거창한 학술적 영양적 가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커리는 언제까지고 사랑 받을 음식이다. 영원한 커리 수행자이자 진정한 커리 요리사인 마키토의 말이 그 이유를 모두 설명하고도 남는다.

백 명 중 한 명만이 만들고 먹을 수 있는 고급 요리보다 백 명이면 백 명 모두 만들 수 있는 그런 요리가 훨씬 좋아. 그게커리이고, 나는 거기서 최고를 만들 거야.”




커리요리를 응용해보자!

플레인 요구르트와 커리가 만나면?

매운 맛 때문에 커리를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플레인 요구르트를 섞어 조리하자. 순해지면서 감칠맛도 생긴다는 사실!

마지막에 등장한의외의 조미료?

커리를 끓이는 마지막 단계에서의외의 조미료를 더해주면 나만의 독특한 커리가 완성된다. 커피 원액, 초콜릿, 케첩, 굴 소스 등을 두려워 말고 아주 조금만 넣어보자.

커리에 콩 비지를 넣는 이유는?

돼지고기를 넣는 커리에는 콩 비지를 듬뿍 넣어서 함께 끓인다. 그러면 콩 비지의 성분이 여분의 기름을 흡수하고 냄새를 없애줄 뿐 아니라 고기가 더없이 부드러워진다.

허브 대신 대파를!

향신료와 허브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요리가 커리. 대파도 훌륭한 허브다! 듬뿍 넣으면 독특한 향과 단맛이 더해지니 꼭 시도해볼 것.

커리 쌀에 가루 녹차를 뿌리면?

소스를 끼얹는 것만으로는 어쩐지 심심하다고? 그러면 밥에 변화를 주어보라. 불린 쌀에 가루녹차를 살짝 색이 날 정도로 뿌리자. 그리고 뜨겁게 달군 팬에 버터를 두른 후 이 쌀을 볶으면 녹차밥이 된다. 커리와 어울려 색도 맛도 몇 단계쑤욱올라간다.

세상의 모든 채소를 다 넣어라!

커리에 활용하지 못할 채소는 없다. 냉장고 안에 있는 모든 재료를 써볼 것. 대신 뭉근히 오래 끓여야 재료들이 잘 어우러진다.

양파는 썰지 말고 페이스트로?

양파를 갈아서 페이스트 상태로 만든 다음 약한 불에 오래 볶아 커리 밑 재료로 쓰자. 크게 썰어 익힌 것보다 탁월하게 깊은 맛을 낸다.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7년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