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KBS2TV <1박2일>에
명태가 나왔던 적이 있어요.
명태에 대해 설명하던 중
멸종위기동물이라는 말에
모두가 놀랐던 것은
멸종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어색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국민생선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생태탕, 동태찌개,
북엇국, 황태구이, 명란젓, 창난젓...
그야말로 수많은 요리에
등장한 명태가 멸종위기동물이라니..
새삼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요.
그 특별한 마음
더욱 간직하시라고
명태에 대한 이모저모를 모아봤어요.
물론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말이죠!
명태를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줄
명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까요?
시가 되고 노래가 된 국민생선,
‘명태’
가수 강산에가 ‘감푸른 바다’같은 목소리로 노래한 ‘명태’의 첫 구절을 들으면서 큰 깨달음을 하나 얻었다. 바로 그 동안 먹었던 많은 음식들의 뿌리가 명태라는 사실이다. 생태탕, 동태찌개, 북엇국, 황태구이, 명란젓, 창난젓… 그리고 이제는 어묵까지! 이제 우리 바다에서 명태를 보기란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을 보는 것만큼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의 명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국민생선 명태의 쓰임새
삼시세끼 밥상에도 오르고 혼례상, 제사상에도 오르는 명태는 우리가 가장 즐겨 먹고 많이 먹는 생선이다. 오죽하면 생선으로 태어나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을까. ‘국민생선’이라는 칭호까지 받은 건 그 맛과 영양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생태, 동태, 코다리, 황태, 노가리, 동지태, …
이 세상에 명태처럼 이름 많은 생선이 또 있을까. 명태의 갖가지 이름을 알고 나면 옛 사람들이 명태를 가공하고 먹는 일에 얼마나 지극정성을 쏟았는지 놀라울 정도다.
명태는 가공 방법, 잡는 방법, 잡히는 시기, 크기 등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니까 잡히는 시기에 따라서는 봄에 잡은 춘태, 가을에 잡은 추태, 동짓달에 잡은 동지태, 마지막으로 잡은 막물태 등이다. 갓 잡은 건 생태, 가공 방법에 따라서는 생태를 얼린 동태, 바람에 바싹 마른 북어 혹은 건태, 딱딱하게 마른 깡태, 꾸덕꾸덕 반쯤 마른 코다리, 겨울에 눈과 바람을 맞아가며 얼었다 녹았다 마른 황태, 황태 중에서도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육질이 흐물흐물해진 건 찐태, 너무 추워 꽁꽁 얼어붙은 건 백태, 날이 따뜻해 검게 변한 건 먹태라고 한다. 잡는 방법에 따라서는 낚시로 잡은 낚시태(조태), 그물로 잡은 그물태(망태), 원양어선으로 잡은 원양태, 동해 어민들이 가까운 바다에서 잡은 바닥태라고 한다. 크기에 따라 명태 새끼는 노가리 혹은 앵치, 애기태, 애태, 좀 더 큰 건 소태, 중태, 대태, 왜태, 그밖에 알을 밴 난태, 알을 낳고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다시피 한 꺽태, 배를 가른 피태… 그리고 값이 비쌀 때는 금태라고도 불렸다.
눈알은 순안주, 괴기는 국, 기름은 약으로
명태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게 없다. 담백한 살과 뼈로는 탕, 국, 찌개를 끓이고, 알과 내장으로는 젓갈을, 꼬리와 지느러미는 볶아서 대가리와 함께 국물을 내는데 사용한다. 명태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의 수는 명태 이름의 서너 곱절은 될 것이다. 잘 말린 북어로 끓인 북엇국이 사골 국물 못지않게 맛있고 든든하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어서일까. 그간 입으로 눈으로 먹었던 갖가지 명태 음식들이 떠올라 입 안 가득 침이 고여 온다. 뜨끈한 생태탕은 한겨울 움츠러든 어깨를 쫘악 펴게 하는 마법을 부리고, 달걀물을 입혀 노르스름하게 지진 동태전은 혀끝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린다.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에 송송 썬 파와 풋고추를 섞으면 밥도둑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 매콤한 양념 발라 구운 황태구이, 북어보다 촉촉하고 생태보다 쫀득한 코다리찜, 북어포 살을 긁어 무친 보슬보슬 북어 보푸라기는 고급 밑반찬이다. 요리 고수들은 입에 착 감기는 국물 맛, 시원한 김장 김치의 맛은 북어대가리를 우린 육수에서 나온다고들 한다. 이 밖에 안주로 그만이라는 기름에 튀긴 명태 껍데기, 북어껍질만두, 명태식해, 명태순대 등 명태는 매일 먹는 반찬으로 술안주로 해장식, 영양식으로 더할 나위 없다.
명태가 가장 맛있는 12월~3월
명태가 가장 맛있는 때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다. 한때 산처럼 쌓일 정도로 많이 잡힌다고 해서 산태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동해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다. KBS 2TV <1박 2일> 신년 특별 기획 ‘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나’편에서 보듯 멸종위기동물 신세가 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사라진 이유로 따뜻해진 동해의 수온과 지나친 포획(우리가 먹었던 무수히 많은 어린 노가리를 떠올려 보길)을 꼽는다. 해양수산부에서는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라며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명태는 단 세 마리뿐.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명태는 어디서 온 걸까.
귀한 몸값, 알래스카 명태가 인기
우리나라 수산물 중 소비량이 가장 많은 생선인 명태. 우리가 먹는 명태의 90퍼센트 이상은 북태평양 오호츠크해나 베링해에서 원양어선으로 잡아 올린 러시아산이다. 2011년 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명태 값이 쑥쑥 오르고 있고, 명태잡이 배는 점점 더 위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명태의 귀한 몸값을 가장 확실하게 실감할 수 있는 건 어묵이다. 이제 어묵의 원료가 되는 건 찬물을 자유로이 호흡하며 자라 살이 탄탄하고 담백한 명태가 아니라 따뜻한 동남아시아 바다에 사는 값싼 실꼬리돔이다.
얼마 전 풀무원이 선보인 어묵 ‘알래스칸특급’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명태의 형편을 아는 이들이 늘어서이지 않을까. ‘알래스칸특급’은 베링해에서도 청정해역으로 알려진 알래스카에서 잡은 신선한 명태의 순살만으로 만들어진단다. 알래스카 해역에서는 잡을 수 있는 생선별 크기와 어획량이 제한되어 있으며 알래스카수산물협회로부터 원료와 원산지에 대한 인증을 받는다니 그 맛은 물론이거니와 명태 볼 낯도 좀 서겠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이름으로 불리던 우리 친구 명태는 어느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명태 가문에서 달랑 ‘명태’라는 이름 하나만 남는 날이 오면 어떡하나. 명태를 알고 나니 비로소 명태가 사는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은 알래스카에 살고 있지만 어서 빨리 우리 바다로 돌아 와주길 바라며 담백하고 탄탄한 명태 살로 만든 어묵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사진. 톤 스튜디오
글을 쓴 한정혜는 음식과 문화, 환경 속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 글을 짓고 알리는 일을 한다. 바람은 자연스럽게, 맛있게, 일하기.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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