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이 가족분들은
어떤 나라에 가장 가보고 싶으세요?
한 여행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분들이 '유럽'을 꼽았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최소 2주는 투자해야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가 유럽이기 때문일 것 같네요. ^ ^
장기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장인들로서는
쉽사리 갈 수 없는 곳이지요.
풀반장 역시도 기회가 되면 유럽을 꼭 한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유럽여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 여러나라를 둘러보는 배낭여행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곳의 맛집들을 섭렵하는 상상~ 캬~!!
실행할 수 없다면 대리만족이라도 해야하는 법~!
풀반장처럼 유럽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딱 맞는 책 한권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이라는 책인데요.
에쿠니 가오리를 필두로
총 4명의 일본 여류 소설가가 유럽의 네 나라를 돌아보고 쓴 네편의 작은 소설로
유럽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제목처럼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듬뿍 담겨 있다고 하네요.
어떠세요?
유럽여행을 원하는 분도, 이야기가 있는 음식을 원하는 분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책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에 대한 리뷰의 글, 함께 보시죠~^^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슬픔이랑 기쁨이랑 맛있는 음식이랑 네 명의 일본 여자 소설가가 유럽의 네 나라를 돌아보고 쓴 네 편의 작은 소설. 땅 냄새, 바람 냄새, 음식 냄새가 절묘하게 배어 있다. |
4인의 소설가, 유럽 4개국을 돌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은 그런 손톱과 발톱에 관한 이야기다. 감성이 따듯한 네 명의 일본 여자 소설가가 음식과 사랑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 책은 유럽의 네 나라가 배경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이탈리아 피에몬테 주, 프랑스의 브르타뉴, 포르투갈의 알렌테 주. 처음 들어보는 낯선 동네 이름이지만 이 조그만 동네에서 일어나는 짧은 이야기 속에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 간의 미움과 오해와 집착, 고집이 아주 놀랄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고, 그 슬픔과 갈등이 요리 하나로 어떻게 스르르 녹아가는지를 또 놀랄 만큼 따듯하게 풀어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가족으로 연인으로 만나 사랑만 나누기도 짧은 인생인데, 살다 보면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듯이) 우리는 서로 미워하고 할퀴고 그리고 슬퍼한다. 그런데 또 신비한 것은 그런 슬픔 속에서도 우리는 또 기쁨을 길어 올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본 최고의 인기 여성작가 네 명이 2010년 NHK의 기행 프로그램에 출연, 각각 유럽의 슬로푸드(Slow food)와 소울푸드(Soul food)를 찾아 여행을 하고 그곳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를 엮은 단편소설이다. 그래서일까. 이 손바닥만 한 단편소설 안에는 그 지역의 땅 냄새, 바람 냄새, 그리고 음식 냄새가 아주 절묘하게 배어 있다.
스페인 바스크, 따듯하고 황홀한 한 끼
첫 번째 이야기, 가쿠타 미츠요의 ‘신의 정원’은 스페인의 북부 바스크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야말로 신에게 선택됐을 정도로 맛있고 게다가 화려한 음식을 만드는 아버지를 둔 주인공 아이노아는 엄마가 암이라는 것을 알리는 모임에서도 화려한 만찬을 준비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간다. 그깟 음식이 뭐가 중요하다고 어머니의 병을 알리는 가족회의 자리에서도 먹을 것에 집착하는 바스크 지방의 전통에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평불만이 가득했던 고향을 떠나 온 세상을 여행하게 된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다가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을 위한 식사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한 끼의 음식이 시한부 인생을 앞둔 사람에게, 난민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처참한 현실 앞에 화려한 만찬이 무슨 사치일까’ 생각했던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이 살면서 따듯하고 황홀한 한 끼를 경험한다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
“밥은 먹었니?”
어린 시절 엄마가 항상 “밥은 먹었니?”라고 자동입력장치처럼 묻는 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사나. 밥 말고도 얼마나 중요한 게 많은데.’ 그렇게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도 나이가 들다 보니 엄마의 그 ‘밥 타령’이 얼마나 따듯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그리고 오늘의 이 밥 한 끼가 내일의 내가 되고 또 내일의 내가 모레의 더 나은 내가 된다는 기특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고작해야 한 달, 길어야 반년 정도 난민들에게 밥을 준다는 것이 지구의 근본적인 굶주림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일 년 후, 오 년 후, 어떤 미래건 오늘이라는 날을 넘기지 못하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한 번의 행복한 식사가 인생에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된다.
식물인간과 채소 수프
두 번째 이야기는 3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남편과 결혼 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선생과 학생으로 만나 사랑에 빠져 스무 살과 쉰 살의 나이로 결혼해서 14년 동안 꼬박 미친 듯이 사랑하며 지낸 사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의 정점에 남편은 어느 날 거짓말처럼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어버린다. 그 엄청난 상실감 속에서 그녀는 매일 병원을 찾아간다. 남편과 마지막 날 밤 먹었던 미네스트로네(이탈리아식 채소 수프)를 들고. 애착을 가졌던 음식 냄새가 남편의 의식을 깨워줄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이야기가 이어진다. 음식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라며 소박한 시골 음식만 고집하는 엄마와 고향이 싫어 파리로 가서 요리사가 된 남자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짭짤한 메밀 크레이프를 만드는 이야기, 애인의 잦은 바람기로 항상 불안한 기운이 감도는 게이 커플이 포르투갈의 시골로 떠나 순박한 사람들과 당밀과자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 모두 ‘게 눈 감추듯’ 후딱 읽히는 소설이지만 음식 얘기와 사는 얘기가 절묘하게 잘 섞여 있어 조금씩 아껴서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우리만이 기억하는 우리의 음식들
네 편의 이야기를 통해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기억하는 방식도 우리가 함께한 음식을 통해서가 아닐까 하고. 함께한 음식이 까무러치게 맛있는 미식이 아니었다 해도 우리의 인생에는 굽이굽이 우리만이 기억하는 우리의 음식들이 있다. 첫 소풍 때 설레면서도 목 메이게 했던 엄마의 김밥, 첫 데이트 때의 하얀 파스타, 귀까지 얼어붙던 추운 겨울날 발을 동동 구르며 길거리에서 먹었던 어묵국. 다들 이런저런 사소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낯선 음식들. 차콜리와 콩 수프, 미네스트로네, 메밀 크레이프, 그리고 당밀과자까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 이름들. 네 편의 작은 소설을 읽고 나면 마치 입안에 이 낯선 음식들을 음미하듯 익숙하고 푸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음식 안에 녹아있는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같은 것들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고 난 후의 이상한 친밀감. 이 소설에는 분명히 그런 마술이 숨어있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시드페이퍼 펴냄)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글로 읽는 음식에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다독가이자 다식가이다. |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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